원자재 부족 사태. 희토류, 반도체에 이어 이번에는 마그네슘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1.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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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의 시작과 함께 터진 희토류 대란에 이어 반도체 부족 사태로 자동차 업계는 지난 2년 동안 몸살을 앓았다. 반도체 사태는 겨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이 대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마그네슘이 문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요즘 자동차 특히 전기차를 주문할 때 철칙처럼 여겨지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주는 대로 받을 것"이다. 비스포크가 소비의 일상이 된 지금, 마치 대공황 시대처럼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특정 모델을 주문할 경우 옵션은 물론 컬러조차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받고 싶다면 그야말로 출고 순서대로 물건을 받아 가기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부족 현상 때문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가전 제품으로 반도체 수요가 몰린 것과 동시에 자동차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와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들로 인해 자동차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비단 반도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 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자동차는 물론 가전 제품 분야도 일시적으로 위축된 적이 있다. 2차 전지 제작의 핵심 원료 상당수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재는 대체 소재의 개발을 비롯해 배터리 재활용과 같은 솔루션 연구가 이어지면서 이 상황도 점차 해결 국면으로 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원자재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희토류, 반도체에 이어 이번에는 마그네슘이 문제가 됐다. 현재 마그네슘은 자동차 생산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다. 특히 적절한 강성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을 때 마그네슘은 거의 대체 불가한 소재로 여겨져 왔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과 합금됐을 때 이상적인 무게와 강성을 지닐 수 있어 루프를 구성하는 크로스 멤버나 대시보드 내부 등 우리 눈에 직접 보이진 않지만 구조는 지탱하고 무게를 줄여야 하는 부위에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배터리의 무게가 상당한 EV의 경우 마그네슘과 같은 경량 소재의 선택 비율이 점점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비단 자동차 분야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분야에서도 보다 가볍고 충격에 강한 부품을 제작할 때 어김없이 마그네슘이 사용된다.

이렇게 쓰임새가 다양한 소재인 마그네슘은 공교롭게도 (역시나) 중국에서 거의 대부분 채굴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 세계 마그네슘 수요의 90%가량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일부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도 채굴되고 있기는 하나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이 최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광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지정하고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매장량이 확보되어 있다고 해도 상업 채굴의 대부분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마그네슘 생산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만약 중국이 마그네슘 생산을 줄인다면 반도체와 희토류 이상으로 자동차 업계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배터리에 이어 마그네슘 부족의 삼중고를 겪는다면 극단적으로 일부 제조사는 파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마저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현재 자동차 업계의 마그네슘 의존도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태가 계속 빚어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중국이 탄소 중립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탄소 배출 1위 국가로 조사됐는데, 중국 중앙 정부는 2020년을 시작으로 저탄소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 발전을 시작으로 에너지 소비가 심각한 산업에 대해 엄격한 제한 정책이 시행됐다. 그 중 하나가 제련 산업으로 제련에는 코크스와 같은 원료를 비롯해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그리고 그만큼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도 함께 배출된다.

이렇게 중국이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을 시도하면서 마그네슘 부족 사태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내 마그네슘 제련 금지령이 발효된 이후 국제 마그네슘 가격이 무려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와 더불어 마찬가지 중국에서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알루미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중국의 적극적인 탄소 배출 억제 정책의 원인 중 하나는 미국과 EU에서 추진 예정인 탄소 국경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탄소 국경세는 수입 제품이 자국 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았을 때 부과하는 세금으로 탄소 배출 1위 국가로 낙인 찍힌 중국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감당해야 할 탄소 국경세가 결코 만만치 않다.

이와 더불어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력 부족 사태 등도 마그네슘과 같은 원자재 및 부품 부족 현상을 부추기는 1차 원인 중 하나다. 아직 자동차 산업에서는 비축된 마그네슘으로 현 상황을 버티고 있지만 머지 않아 배터리, 반도체보다 더 심각한 원자재 부족 사태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탄소 저감이라는 커다란 명분으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 정책들이 결국 돌고 돌아 이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겪을 상황은 다른 나라들보다 심각할지도 모른다. 벌써 요소수 대란만 하더라도 중국의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처하는 것만큼이나 산업의 변화에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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