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의 가속화, EV시장의 촉진제가 될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9.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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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고체 배터리의 도입 및 개발을 발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토요타는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도입을 발표했으며, 포드와 BMW는 전고체 배터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EV 시장에 판도를 다시 한번 바꿀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은 배터리의 기원을 약 2,000년 전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바그다드 배터리라는 유물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사례는 내연기관의 발명 시기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여기에도 몇 가지 설이 있긴 하나, 대체로 1800년대에 구리와 아연을 넣은 후 소금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 것이 최초로 여겨진다.

그로부터 약 220년이 흐른 지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그런데 구조는 과거나 지금이나 거의 다르지 않다.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양극재와 음극재 그리고 전하가 이동할 수 있는 전해질과 양극재와 음극재가 서로 맞닿지 않도록 분리하는 분리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EV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기본 구조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 구조는 불안정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분리막이다.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는 분리막은 배터리에 충격이나 손상이 갈 경우 양극재와 음극재가 맞닿으면서 상호 작용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열과 발화 그리고 폭발 등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마지막 장치와도 같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는 분리막의 두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배터리 두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는 EV를 위한 배터리 패키징 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얇게 만든다고 해도 전해액과 분리막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두께로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EV 배터리팩은 최소 10cm 이상의 두께로 제작될 수밖에 없다. 최근 르노 메간 E-테크에 공급된 LG 배터리팩의 두께가 110mm였다. 물론 이 정도만으로도 전보다 비약적으로 얇아진 건 사실이지만, 자동차에서 11cm라는 두께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실내 거주성과 각종 시스템의 배치에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터리 개발사와 자동차 제조사들은 오래전부터 새로운 2차 전지에 주목해왔다. 바로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의 기본 구조는 사실상 리튬이온 배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점은 분리막과 액체 전해질이 없다는 것. 대신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과 액체 전해질을 대신한다. 때문에 분리막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께가 두꺼워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또한 기온에 따라 활성도가 변하는 액체 전해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 겨울, 차가운 기온에서 배터리 용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기술의 한계로 인해 도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고체 배터리의 도입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토요타다. 그간 EV 트렌드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토요타는 새로운 배터리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첫 번째 프로토타입 EV를 발표했다. 물론 프로토타입 테스트카이기는 하나,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EV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한 것만은 틀림없다. 게다가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때와 마찬가지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무려 1,000여 개나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 시장을 장악했을 때처럼 토요타는 작정하고 전고체 배터리로 다시 한번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포드와 BMW도 가세했다. 두 제조사는 이미 201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황화물 베이스의 고체 전해질 제조를 위해 콜로라도에 새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들은 LG, 삼성, SK 등과 같은 2차 전지 생산 기업들과 경쟁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테스트를 위한 개발이라 밝혔으며 개발이 완료되면 라이선스를 발급해 위탁 생산할 계획이라 한다. 그리고 빠르면 2022년 초 이 공장에서 생산된 고체 전해질 셀이 테스트카에 탑재될 예정이다. 다만 두 제조사 역시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소문에 따르면 앞으로도 약 10년가량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며 적어도 2030년 이후에나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가 나올 수 있다.

게다가 현대차도 이미 올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사에 약 1억 달러가량을 투자했다. 현대차의 이야기에 따르면 향후 10년 안에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EV를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처럼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주행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분리막이 없는 전고체 배터리는 같은 두께에서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하거나 혹은 같은 전력을 더 얇은 두께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주행거리 혹은 자동차 설계에 크나큰 이점이 있다. 또한 배터리 보호를 위한 추가 패키징을 하지 않거나 줄일 수 있어 무게와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게다가 액체 전해질보다 비약적으로 빠른 충전도 전고체 배터리가 갖는 장점이다.

아직 개발에 몰두해야 할 단계지만 이렇게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만큼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 보급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어쩌면 전고체 배터리가 EV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촉진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10년,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현황을 주목해보면 어떨까?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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