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쯔다의 로터리 엔진 집착, 수소로 이어진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8.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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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쯔다가 새로운 방식의 로터리 엔진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들의 개발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그런데 연료가 심상치 않다. 다름 아닌 수소이기 때문이다.

마쯔다를 유명하게 만든 건 재패니즈 BMW라는 칭호에 걸맞은 민첩한 핸들링도 있지만, 역시나 로터리 엔진이 주는 상징성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그들만이 반켈 엔진(이하 로터리 엔진)을 승용차와 레이스카에 이식했고, 마찬가지 그들만이 성공했다.

유일한 로터리엔진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환상도 많았다. 마치 데스모세디치처럼 이론적으로는 무한의 rpm을 지닌다는 이야기부터 작은 사이즈임에도 내구성 덕분에 엄청난 출력도 너끈히 감당한다는 것 등이다. 물론 일부는 맞는 이야기지만, 단점은 비교적 정확히 지적되어왔다. 바로 내구성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리빌트를 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쯔다는 로터리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연기관 시대의 종식을 앞둔 지금도 말이다. 독특한 구조의 이 엔진이 여전히 로터리 엔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구조의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한계까지 개발할 대로 개발한 이 엔진에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마쯔다는 엔진 구조의 혁신보다 연료에서 혁신을 가져왔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수소다. 물론 수소 연료 전지라면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다. 토요타 미라이와 함께 현대의 넥쏘와 더불어 엑시언트 FCEV 등 이미 다양한 종류의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가 시중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허나 마쯔다가 주목한 수소는 연료 전지가 아닌, 수소 내연기관이다.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갔던 제조사는 BMW였다. 그들은 20세기 말부터 수소 내연기관을 준비했고, 2000년대 초반 실제로 하이드로젠 7을 개발해 대중들에게 소개했다. 특히 기존에 개발한 엔진의 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도 충분한 출력과 토크를 얻을 수 있었고 꽤 훌륭한 폭발력 덕분에 사운드도 충분했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은 1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그 뒤를 이어받은 브랜드는 토요타다. 최근 토요타는 슈퍼 타이큐에 출전할 투어링카를 수소 내연기관으로 개조해 참가시켰다. 이처럼 지금 일부 브랜드는 완전 전동화가 아닌 수소 중심의 파워트레인 개발로 서서히 시선을 돌리고 있다.

마쯔다도 그중 하나다. 마쯔다가 수소 내연기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로 이미 2008년 RX8 하이드로젠 RE 컨셉트카를 선보인 적이 있다. 당시 그 차는 트윈 로터 반켈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으며, 수소를 연료로 약 107마력의 출력을 가지고 있었다. 동일한 엔진이지만 가솔린을 사용하는 버전에 비해 비록 절반밖에 되지 않는 출력이었으나, 그래도 탄소 배출 없이 수소만으로 내연기관을 구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만했다.

허나 이들도 이 프로젝트 이후 수소 내연기관의 도입을 사실상 포기했다. 수소를 만들고 공급할 인프라 구축이라는 걸림돌도 있었으며, 당시 기술로는 출력뿐만 아니라 주행거리도 짧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현재는 수소가 서서히 대체 연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마쯔다도 연구소 깊이 봉인해두었던 수소 로터리 엔진을 다시 꺼냈다. 물론 한때는 마쯔다가 이 기술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오히려 다른 쪽에서는 마쯔다는 수십 년째 이 기술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마쯔다가 가뜩이나 효율이 낮은 로터리 엔진에 수소 연료 주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피스톤 엔진과 달리 열이 한곳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피스톤 엔진의 경우 열이 피스톤과 엔진 헤드 언저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폭발성이 높은 수소의 경우 조기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로터리 엔진은 그렇지 않아 수소를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물론 마쯔다가 개발 중인 수소 내연기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스펙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 쓰일 것인지도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전기차의 레인지 익스텐더로 사용되는 것이다. 로터리 엔진은 피스톤 엔진보다 부피가 현저히 작기 때문에 EV를 위한 발전기로 더없이 좋은 구조를 갖고 있다. 공간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는 요즘, 배터리 사이즈를 늘이는 것도 발전기를 넣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로터리 엔진의 특징을 잘 살리고 여기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면 배터리 사이즈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며 공간의 손실 역시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론적으로 구조의 복잡성을 피할 수 없으며, 더욱이 턱없이 올라가는 가격을 감당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그래서 마쯔다가 아직까지도 조심스럽게 이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문에는 EV와 함께 전기 터보를 결합한 순수 내연기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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