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의 럭셔리, 아우디 스카이 스피어 컨셉트카 공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8.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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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가 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컨셉트카, 스카이 스피어를 공개했다. 어떤 성능의 자동차인가보다 어떤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에 더 큰 초점을 맞춘 점이 인상적이다.

몬터레이 카 위크에 맞춰 다양한 브랜드들이 숨겨왔던 컨셉트카를 하나 둘 공개하고 있다. 아우디도 여기에 동참했다. 최근 아우디는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상상력을 담은 컨셉트카, 스카이 스피어의 티저를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 스카이 스피어의 모든 것을 세상에 소개했다.

첫인상은 무척 우아하며 실루엣은 오히려 클래식하다. 길게 뻗은 보닛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캐빈룸 그리고 트렁크는 흡사 1930년대 부가티 아틀란틱 Type 57SC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디테일에 있어서는 상당히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특히 1930년대 판금 기술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고 입체적인 면으로 뒤덮여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아우디 디자인의 특징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거대한 사이즈의 헥사곤 싱글 프레임만 봐도 이 차가 아우디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헤드램프 역시 그릴에 비해 상당히 작은 편이다. 이는 최근들어 출시되는 자동차들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특징이기도 하다. LED의 등장 이후로 자동차 헤드램프는 갈수록 작아지며, 상대적으로 그릴과 같은 요소들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조명회사라는 특이한 별명에 동의라도 하듯 아우디는 스카이 스피어의 그릴에 현란한 기교를 부렸다. 게다가 그릴 뿐만 아니라 헤드램프 그리고 테일램프에 이르기까지 마름모꼴의 도형을 컨셉트카 전체에 골고루 흩뿌렸다. 특히 우아한 곡면 전체를 감싸고 있는 테일램프는 가히 압권이다.

클래식한 더블 데커 타입으로 디자인된 리어 엔드의 입체적인 곡면을 촘촘한 램프들이 더 빛나게 표현한다. 심지어 반투명하게 비치는 트렁크와 범퍼 그리고 테일램프 사이에는 마치 경계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면들이 입체적이면서도 매끈한 심리스 타입으로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스카이 스피어가 EV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은 보닛이다. 좌우로 열리는 보닛 안쪽에는 프렁크가 자리하고 있는데, 긴 노즈의 길이 덕분에 골프 투어백이 세로로 완벽히 수납될 정도로 크다. 심지어 아우디는 스카이 스피어에 꼭 맞는 디자인의 투어백도 함께 공개했다.

루프는 개폐형으로 손으로 직접 제거할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온전한 스타일의 로드스터답게 실내는 단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실내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역시나 대시보드다. 무려 55.7인치에 달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전체를 덮고 있으며, 계기반을 시작으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및 다양한 정보들을 끊임없이 표현한다.

센터 터널과 좌우 도어 트림에도 각각 날 선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센터 터널에 기어노브는 형태만 겨우 남아있다. 여기까지는 그저 흔한 컨셉트카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이 차의 진가는 전통적인 자동차의 요소들이 사라질 때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스카이 스피어는 원한다면 스티어링 휠과 페달 심지어 형태만 남은 기어 노브까지 완전히 다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실내 공간은 오직 두 사람을 위한 완벽한 라운지로 변신한다. 대시보드의 디스플레이는 하나로 연결되며 독특한 그래픽으로 눈을 어지럽히는 조명이 됐다가 때로는 영화를 위한 스크린이 되기도 한다.

페달이 사라진 바닥은 부드러운 촉감의 가죽과 함께 타일을 연상케하는 금속 프레임으로 구성됐는데, 호화로운 라운지의 러그를 바라보는 듯 고급스럽기 이를데 없다. 이렇게 완벽한 라운지로 변신하고 나면 센터 터널의 용도는 완전히 바뀐다. 샴페인 칠러로 말이다. 자동으로 열리는 덮개 안쪽에는 한 병의 샴페인과 두 개의 샴페인 글래스가 나온다.

물론 이런 구성은 호화로운 쇼퍼 드리븐카에서 흔히 보던 것이지만, 이 차는 2시트 GT다. 술과는 거리가 한참 먼 차라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없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 그리고 기어노브가 사라지면 이 차는 완벽한 자율주행자동차로 변신하며, 따라서 가벼운 샴페인과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달리는 라운지로 변신한다.

출력과 주행가능 거리 등의 성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현재 아우디의 자율주행기술 단계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 차는 단지 자동차라는 도구가 어떤 공간으로 바뀔 수 있으며, 그랜드 투어링의 개념이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아우디의 디자이너, 가엘 버진은 이 차는 1936년 호르히 853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호르히는 아우토우니온에서도 프리미엄카를 만들던 브랜드였고, 853은 스카이 스피어처럼 호호롭기 이를데 없는 럭셔리 로드스터였다. 다만 자율주행이란 건 상상할 수 없었던 것 뿐.

끝으로 아우디는 극세사 섬유와 유칼립투스 나무 그리고 합성 가죽 등으로 실내를 장식했다고 소개하면서 지속가능한 소재들을 폭넓게 사용했음을 강조했다. 물론 이 컨셉트카의 양산 계획은 아직 없다. 스티어링 휠을 없애도 괜찮을 정도의 자율주행기술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법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컨셉트카가 설명하는 공간의 개념과 럭셔리의 개념을 아우디의 다른 차를 통해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보여준 몇 가지 디자인들은 앞으로 아우디의 디자인에 새로운 진화를 위한 재료로 사용될 것이다. 이 차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다음 세대 아우디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스카이 스피어를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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