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8.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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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로의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변화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다름 아닌 일자리 문제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분석도 있었다.

새로운 산업 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거시적으로는 긍정적 사회 효과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시세계로 시선을 옮기면 기존 산업의 해체에 따른 일시적 일자리 감소 등과 같은 부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단적인 예로 PC가 등장하고 워드프로세서가 보편화되면서 타자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들 수 있다.

PC, 인터넷, 스마트폰이 각각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서 어떤 산업은 완전히 사라진 반면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면서 항상 일자리는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인류는 이미 IT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어떤 직업군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만은 분명하며, 그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삶의 터전을 잃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에 불어닥친 전동화 트렌드를 두고 일자리 감소에 대해 우려의 메시지를 담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산업에서 부정적인 영향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대량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령 혼다의 경우 이미 2025년까지 엔진 생산 공장 중 일부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는데, 공장이 문을 닫을 경우 당연히 그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비단 혼다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럽의 경우 상당수의 제조사들이 이미 동유럽의 공장을 폐쇄하거나 혹은 전기차 관련 부품 생산으로 라인을 전환하고 있는데, 2019년에 이미 수만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라인의 생산 품목이 전환되면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엔진을 조립하는 공정에 비해 모터와 인버터 그리고 배터리를 조립하는 공정이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별 부품을 하나로 조립해 한 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복잡성도 내연기관에 비해 짧거나 쉬운 편에 속한다. 특히 모터의 경우 이미 인류가 오랫동안 생산해온 매우 흔한 제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생산 조건과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충분히 익숙한 제품이기 때문에 굳이 자동차 관련 협력사에서 이를 생산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최근 자동차 부품 생산에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폭스콘은 최근 스텔란티스와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스텔란티스가 생산하는 다양한 자동차에 들어갈 디지털 콕핏 제작을 폭스콘이 위탁생산하기로 결정했는데, 잘 알려진 것처럼 폭스콘은 아이폰, 플레이스테이션, XBox를 위탁 생산해온 기업이다.

특히 폭스콘은 기존에 위탁 생산하던 제품의 생산이 종료될 경우 대대적인 조립라인 수정 없이 곧바로 자동차용 전자부품 생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보다 더 합리적인 생산 비용으로 전기차용 부품을 납품받을 수 있다.

반면 내연기관의 경우 자동차 관련 부품 생산 기업이 아닌 이상 생산을 위탁하기가 힘들다. 전문성과 숙련도를 요구하는데다가 특히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나올 때마다 생산 라인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결국 기존 자동차 생산 환경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자부품 제조사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럽에만 약 60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내연기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는 자동차 생산 관련 일자리의 약 40%에 해당되는 수치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2025~2023년 이후부터는 오직 전기차만 생산할 것이라 선언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적어도 전체 자동차 관련 직종 중 40%가 새로운 일자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현재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한 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조 과정까지 모두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전략적 폐쇄루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현재 제조사들은 전기차의 부품 중 일부를 자체 연구 및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만 하더라도 자체 배터리 생산 공장을 비롯해 기가 팩토리 그리고 배터리 재활용 공장 등, 전에 없었던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기존 공장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다른 제조사들 역시 서서히 배터리 및 모터 등의 자체 생산을 계획 중이어서 내연기관 생산 중단으로 인해 감소하는 일자리가 곧바로 전기차 부품 생산을 위한 일자리로 전환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또한 원자재 수급부터 화학,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의 활성화로 인해 일자리가 오히려 더 창출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물론 어떤 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떠나야 하고 누군가는 남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PC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앗아갔지만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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