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E를 종료하는 아우디의 다음 행선지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8.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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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에 이어 아우디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포뮬러 E에서 철수를 발표했다. 사실상 베를린 E Prix가 그들의 마지막 포뮬러E레이스다. 하지만 e-tron으로 레이스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2014년, EV 모터스포츠 분야의 F1을 표방하며 포뮬러E가 시작됐을 때까지만 해도 성장세는 무척 눈부셨다. 시작과 동시에 대형 제조사 팀들이 대거 유입됐으며 현존하는 다른 모터스포츠 시리즈보다 훨씬 더 유리한 환경에서 레이스를 개최한 덕분에 단숨에 수많은 팬들을 끌어 모았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현재, 포뮬러E는 한 번의 레이스카 규정 업그레이드를 단행했고 전보다 더 열심히 팬들과 소통하고자 애쓰고 있으며, 덕분에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는 Gen 3. 레이스카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그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게다가 제조사팀들 중에서도 빅 팀이라 불리는 2개 브랜드가 추가로 포뮬러E에 입성했다. 하나는 메르세데스 벤츠였고 다른 하나는 포르쉐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도 있었다. 좀 더 사람들과 가까운 도심에서 펼치는 포뮬러E만의 개성이 COVID 19 시대와는 맞지 않았던 것. 게다가 현재 두 개의 제조사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철수를 선언했다. 첫 번째는 BMW 였다. BMW는 BMW i 안드레티 모터스포츠 팀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철수 이유는 포뮬러E를 통해 축적할 수 있는 EV 기술은 모두 쌓았다는 것이다. 다분히 BMW 다운 결정이었다.

다른 한 팀은 포뮬러E의 스타팅 멤버였던 아우디다. 다만 아우디의 철수 이유는 BMW와는 조금 달랐다.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포르쉐가 원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WEC에서도 포르쉐의 참가 이후 아우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했다. 이번 결정 역시 같은 이유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 1위의 폭스바겐그룹와 함께 하지만 전동화와 디지털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한 그룹 내에서 두 개의 브랜드가 같은 레이스 시리즈에서 경쟁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본의 낭비라 생각한 것 같다.

게다가 이미 아우디 역시 EV를 위한 거의 대부분의 기술은 확보했다. 쉐플러는 전기모터 개발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쌓았으며, 포르쉐와 함께 J1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800V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 기술도 갖췄다. 게다가 2023년이면 LMDh로 다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하이브리드에 관한 기술을 좀 더 축적해야 할 시기일 수 있다.

복합적인 이유로 아우디는 포뮬러E에서 철수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모터스포츠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아우디는 아우토우니온 시절부터 모터스포츠를 통한 기술 발전을 주장해왔던 브랜드이고, 특히 오늘날 아우디를 대표하는 기술로 각인 시킨 콰트로 역시 랠리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서 모터스포츠의 유전자를 빼앗기란 무척 힘들다.

그래서 아우디는 새로운 레이스 시리즈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무대는 다름아닌 다카르다. 다카르는 이미 모기업인 폭스바겐이 투아렉 다카르 랠리카로 한 차례 시대를 지배했던 적이 있다. 물론 WRC에서 그랬던 것처럼 폭스바겐은 다카르에서 몇 차례의 연승을 거둔 후 미련없이 떠났다. 그로부터 거의 꼬박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 못다한 일들은 아우디가 대신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의 랠리카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이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없는 일이다. 그래서 아우디는 그간 배운 것들을 모두 다카르에 쏟아 넣기로 결정했다. 지난 20년간 아우디는 내구레이스를 통해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터득했으며, 포뮬러E를 통해 EV 기술을 경험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DTM에 참가하면서 TFSI 가솔린 엔진에 대한 노하우도 쌓았다.

2022년 1월부터 참가 예정인 아우디는 자신들의 다카르 랠리카에 이 모든 기술을 다 쏟아 넣을 예정이다. 최근 발표한 아우디의 다카르 랠리카, RS Q e-tron은 기존에 다카르에 소개된 적 없는 새로운 개념의 파워트레인을 갖고 있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모든 기술을 다 섞은 하이테크 칵테일이다. 우선 파워트레인의 기본은 EV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약 7,000km의 오지를 돌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EV에게는 가혹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충전할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코스를 소화한 다음 서비스 파크에서 충전을 하면 된다고 하나, 다카르를 구성하는 하나의 스테이지는 최소 200km에서 최대 700km에 달한다.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환경에서 누구보다 빨리 700km를 달리려면 대체 얼마나 큰 배터리가 필요할까? 그래서 아우디는 DTM과 WEC에서 배운 기술을 쓰기로 결심했다.

우선 DTM에서 사용 중인 2L 터보차져 TFSI 엔진이 RS Q e-tron에 탑재된다. 그러니까 이른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다만 WEC LMP1h와 다른 점이라면 내연기관이 동력원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쉐보레 볼트(Volt)처럼 오직 발전기로만 사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발전기는 포뮬러E FE07의 670마력짜리 전기모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콰트로와 가솔린 엔진,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모터와 배터리. 이 모든 기술은 아우디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경험한 기술들이며 따라서 2022년 다카르를 위해 개발 중인 RS Q e-tron은 20세기부터 아우디가 축적해 온 자동차에 관한 거의 모든 기술이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좋다. 이미 아우디는 스테판 피터한셀과 카를로스 세인즈를 드라이버로 영입했다. 현존하는 다카르 드라이버 중 아마 이들보다 더 많은 경험과 우승을 차지해 본 드라이버는 없을 것이다.

아우디가 개발 중인 가장 진보된 기술의 랠리 레이스카는 오는 2022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과 오지를 약 2주간 돌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아우디의 우승보다 RS Q e-tron의 기술이 적용된 아우디의 SUV가 언제쯤 나올 것인가? 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이번에도 아우디는 모터스포츠의 부산물을 빠르게 우리 곁으로 가져올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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