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F1 경주차의 기상천외한 날개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1.07.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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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F1)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메르세데스-AMG의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은 첫 번째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변 없는 우승을 거머쥐는가 싶었다.

하지만 레드불 레이싱-혼다의 막스 페르스타펜(Max Verstappen)이 5회부터 9회 그랑프리까지 모조리 우승하면서 오히려 승기가 레드불 레이싱-혼다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현재 드라이버 챔피언 포인트는 막스 페르스타펜이 182점, 루이스 해밀턴이 150점으로 포인트 차이가 많이 벌어져 있다.

갑작스러운 레드불 레이싱-혼다의 성능 향상에 경쟁 팀들은 규정 위반을 걸고넘어졌다. 벤디 윙(Bendy Wing)이라는 이름으로 F1의 리어윙을 부드럽게 만들어 저속에서는 높은 다운 포스를 만들고 고속에서는 윙의 각도를 눕혀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이처럼 F1에서는 공기저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승권을 다투기도, 하위권 팀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모든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상태에서 변별력을 키울 수 있는 분야가 에어로 다이내믹이기 때문이다.

사실 F1의 대부분 다운 포스는 차체 하부에서 생성된다. 그렇다고 ‘날개’ 역할을 하는 윙의 기능이 축소됐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F1에서는 새로운 디자인의 윙 도입을 통해 공기를 어떻게 하면 의도한 대로 다룰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현재처럼 고성능 컴퓨터와 시뮬레이션 장비가 없었던 과거에는 다양한 가설을 새우고 실차 테스트를 통해 하나둘씩 경험과 데이터를 쌓아 나갔다. 이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윙을 달고 있는 F1이 등장하기도 했다.

로터스 에어로포일(Lotus aerofoils)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로터스 콜린 채프먼(Colin Chapman)은 1968년 로터스 49B에 차체와 멀리 떨어진 높이에 날개를 장착했다. 전방 차량에 의한 와류 영향 없이 순수한 공기 흐름을 다운 포스로 유도할 뿐만 아니라 시야도 개선됐다. 이는 실제 랩타임 단축으로 이어져 성적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거대한 윙 자체가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나오면서 윙은 자동차 차체에 부착되는 것이 의무화됐다.

맥라렌 하이 윙(Mclaren’s high wings)

1960년대나 현재나 F1에서 더 높은 다운 포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주요 열쇠다. 현재는 어떻게든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팀에게 유리한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만 해도 큰 다운 포스를 만들려면 커다란 날개를 사용해야만 했다. 1969년 브루스 맥라렌(Bruce Mclaren)은 M7C에 거대한 날개 2개를 전륜과 후륜 서스펜션 부위에 장착했다. 이런 윙 디자인은 안전을 위해 모나코 경기에서 금지됐지만 이후 다시 사용할 정도로 다운 포스의 중요성이 부각된 시기였다.

마치 티-트레이 프런트 윙(March’s tea-tray front wing)

1970년 F1에 참전한 마치 F1팀은 1971년 711 레이스 카에 독특한 형태의 윙을 추가했다. 전면부에 거대한 날개를 추가한 것으로, 윙 지지대가 1개뿐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당시 현재보다 열악한 다운 포스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마치의 거대한 전면 윙은 전륜 타이어 그립 증가에 도움을 줬고, 우승까지는 못했지만 4번의 2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신생 팀에게 존재감과 더불어 우승 가능성도 볼 수 있게 도운 윙이다.

페라리 더블 윙(Ferrari double wing)

독특한 도전은 페라리에서도 있었다. 1982년 질 빌뇌브(Gilles Villeneuve)가 운전대를 잡은 126C는 미국 그랑프리에서 후면에 2개의 윙을 장착해 등장했다. 이날 결승에서 질 빌뇌브는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포디움에 올랐지만 규정에 없는 윙 디자인이라며 티렐 측이 항의했다. 결국 질 빌뇌브는 더블 윙을 사용한 것을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티렐 부메랑 리어윙(Tyrrell’s boomerang rear wing)

독특한 개념을 도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티렐은 1983년 012 레이스 카를 통해 부메랑 리어윙을 내놨다. 부메랑 형태의 대각선으로 리어윙을 제작하면 일반 수평 윙 대비 공기와 닿는 면적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높은 다운 포스를 유도하게 만든 것. 하지만 이 부메랑 리어 윙은 실제 경기에서는 사용되지 못하고 연습 경기나 타이어 테스트에서만 실험적으로 사용됐다.

맥라렌 엔진 커버 윙(McLaren engine cover wing)

1995년 맥라렌은 MP4/10에 새로운 윙을 추가했다. 엔진 커버 상단에 윙을 추가한 것. 전면, 중앙, 후면까지 고르게 다운 포스를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윙이 추가됐음에도 성능 향상은 극적이지 않았다. 가장 좋은 기록은 2위를 기록한 것.

티렐 X-윙(Tyrrell’s X-Wings)

1997년 티렐(Tyrrell)은 025 모델을 통해 독특한 날개 형상을 도입했다. 운전석 양옆으로 ‘X’자 모양을 한 윙을 추가한 것. 이 윙은 추가적인 다운 포스와 함께 후면으로 이동하는 공기 흐름을 정리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티렐이 X-윙을 도입한 이후 다른 팀들도 비슷한 윙 디자인을 도입했지만 안전 문제가 대두되어 1998년 시즌부터 이러한 디자인의 윙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애로우 미니윙(Arrows miniwing)

애로우 F1 팀은 2001년 A22 차량 전면에 새로운 윙을 부착했다. 공기흐름을 정리하면서 추가적인 다운 포스까지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윙은 운전석 앞에 위치했음에도 드라이버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높게 위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니윙은 실제 경기에서 사용해보지 못한 채 금지당하고 말았다.

BMW 자우버 버티컬 핀(BMW Sauber’s vertical fins)

다양한 보조 날개를 대폭 추가했던 것으로 유명한 BMW 자우버. 2006년 프랑스 그랑프리에서는 로버트 쿠비차(Robert Kubica)가 탑승한 F1.06 차량에 수직 날개를 추가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수직핀은 날개처럼 직접적인 다운 포스를 만들어내지 않지만 차량으로 흐르는 공기를 부드럽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차량 주위에서 머물며 공기 흐름을 깨트리는 와류도 최소화시켜준다. 하지만 BMW 자우버의 수직 핀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FIA에서는 운전자 시야 확보 저하를 이유로 이러한 날개 사용을 금지시켰다.

BMW 자우버 에어로 핀(BMW Sauber’s aero fins)

2009년 F1의 대폭적인 규정 변화가 시행되기 전인 2008년 그랑프리. 2009년부터 다양한 윙과 핀들을 차량에 장착할 수 없는 규정이 적용된다. 이에 마지막 한을 풀어내기라도 한 듯 2008년 시즌에는 다양한 팀에서 가지각색의 날개와 핀을 마구잡이로 달고 출전했다. 이중 BMW 자우버 팀의 F1.08은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모든 날개를 다 달고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당장 로봇으로 변신이라도 할 듯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규정 변화 전 가장 복잡한 디자인을 가진 F1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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