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치 하이퍼카 S9, 만든 사람을 보니 믿음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5.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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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상하이 모터쇼에 출품된 몇몇 중국 브랜드의 콘셉트카는 믿기 힘들 정도로 독창적이었고, 완성도도 높았다. 그중 단연코 시선을 끌었던 디자인은 홍치의 하이퍼카 S9이었다. 그리고 이 차를 디자인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전 VW그룹의 디자인 수석, 발터 드 실바였다.

자동차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모터쇼가 유명무실해졌지만, 지난달 개최된 상하이모터쇼만큼은 달랐다. 오랜만에 수많은 콘셉트카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특별한 자동차들이 쏟아졌고 자동차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점차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과 더불어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서서히 따라가면서도 카피캣 논란에서 자유로운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일부 회사는 출품과 동시에 디자인 저작권 소송을 면하기 어려워 보였지만, 과거처럼 대놓고 트레이싱 한 수준의 자동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자동차는 홍치의 하이퍼카 S9이었다. 중국 공산당 관료들을 위한 공식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이 회사가 하이퍼카를 내놓았다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역시 디자인이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누가 봐도 미드십 스포츠카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프로포션이 인상적인 홍치의 하이퍼카 S9은 차체 일부에 쓰인 한자와 홍치의 로고를 제외하면 새로운 이탈리안 슈퍼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갖고 있다.

NACA 덕트를 응용해 만든 DRL과 헤드램프와 윙 렛을 이용해 전면의 공기 흐름을 정류하는 친 스플리터 디자인도 무척 인상적이며, 더블 버블 루프 사이로 조그맣게 나와 있는 에어 스쿠프 역시 과장되지 않았다. 또한 롱 테일의 리어 오버행과 함께 디퓨저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 헤드램프의 형태와 그대로 닮은 테일램프 역시 기교 없이 차분하게 스타일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테일램프 사이에는 간단히 존재의 목적을 알아채기 힘든 형태의 머플러가 자리하고 있다.

머플러가 있다는 것은 이 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임을 뜻하는 것이다. 실제로 콘셉트카는 V8 PHEV를 가정하고 제작한 것이라 밝혔다. 예상되는 출력은 전기모터와 결합되어 약 1,400마력이라고 하며, 더 놀라운 점은 0-100km/h까지 단 1.9초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고 속도는 400km/h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이건 이들의 주장이며 아직 공개된 실험 결과가 없으니 전부 다 믿기는 어렵겠지만, 예전처럼 터무니없는 부풀리기 식 발언은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추측이 가능한 이유는 이 차를 제작한 사람들 때문이다. 우선 하이퍼카이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단정한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었던 디자인의 이면에는 다름 아닌 발터 드 실바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전 VW 수석 디자이너이자 특히 스포츠카 분야에서는 비슷한 분위기의 아우디 R8을 디자인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단정하면서도 형태 자체의 아름다움을 능숙하게 표현하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한데, 그런 그의 터치가 가미된 S9은 그의 이전 디자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차의 제작에는 다수의 유럽 엔지니어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스포츠카의 제작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참여 덕분에 S9은 그간 어설픈 디자인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중국의 그저 그런 자동차들과는 다른 결과물로 완성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페라리의 전 CEO 아메데오 펠리사가 고문으로 참가했다고 한다. 그는 약 30년가량 페라리에서 근무한 사람으로 수많은 페라리 스포츠카 프로젝트와 함께 했던 인물이다.

이렇게 홍치의 첫 번째 하이퍼카, S9은 사실상 중국의 자본과 유럽인들의 경험 그리고 노하우 아래에 태어난, 완성도 높은 하이퍼카를 목표로 제작됐다. 홍치는 앞으로 99대의 S9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홍치가 출시했던 다른 자동차들의 가격을 고려해보면 중국 브랜드라고 해도 결코 저렴하기만 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자인의 완성도도 높고 제시한 스펙이 흥미롭다고 해도 아마 이 차를 구입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인들일 것이다. 스포츠카는 아무리 성능과 디자인이 우수하다 해도 국가가 가진 신뢰도나 명성 그리고 브랜드가 쌓아온 헤리티지가 더해지지 않으면 좀처럼 판매하기 쉽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어차피 오늘날 럭셔리카 시장의 대부분은 중국인들로 채워져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있다. 여전히 다수의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내수 시장을 위한 제품을 기획, 생산하고 있지만 최근 그들의 완성도가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더 이상 중국인들에 의한 제작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경험이 풍부하며 잘 알려진 유럽인들과 언제든 손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인식을 깨트리기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들이 현재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인프라나 기술은 갖추었다.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 노릇을 자처하며 온갖 물건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며, 덕분에 단시간에 엄청난 자본을 축적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들의 미래를 예전처럼 조롱 섞인 비웃음으로 낙관할 수 없다. 홍치 S9은 하이퍼카의 또 다른 제작 이유인, 브랜드의 한계 기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하지만 나아가 중국 자동차 제작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자동차라 해도 좋다. 따라서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더욱더 이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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