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

도로 위 자동차들을 보자.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수입차 중에 벤츠 E-클래스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서울, 특히 강남권은 더 그렇다.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타격이 심각했지만, E-클래스는 여기서 자유로운 것 같다.

오토뷰 로드테스트 팀은 10세대 E-클래스 페이스리프트 모델 대부분을 타봤다. E350, E450, E220d까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모델의 테스트를 못했는데, 바로 E250이었다.

잠시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E-클래스 판매량을 보자.

고급 모델인 E350, 1억 원의 값비싼 가격을 갖는 E450 등 상위 모델이 잘 팔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E250이다. 한달에 무려 1300대 이상씩 팔렸다. 한국 소비자들이 E250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 이에 테스트에 나섰다.

테스트 시승 모델은 E250 익스클루시브. 그동안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모델들과 디자인에서 차이가 난다. E-클래스의 트림은 아방가르드, AMG 라인, 익스클루시브로 나눠지는데, 이에 따라 조금 다른 디자인을 가진다.

아방가르드 모델은 스포티함을 추구한다. 그러나 상급 개념인 AMG 라인이 있다 보니 장비가 간소화되는 경향이 있다. AMG 라인은 한층 스포티한 디자인이 매력이다. 휠이나 브레이크도 AMG 것을 넣어 성능 부분에서 차별화를 보여준다. 편의 장비도 대부분 갖춰진다. 다만 스티어링 휠 열선, 통풍 시트가 빠져 있어 소비자들에게 욕을 많이 먹은 트림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을 벤츠 본사에도 전달됐으니 향후 이런 기능의 장착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일종의 고급화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전통적인 고급스러움을 내세운다. 디자인도 스포티 보다 고급스러움에 맞춘다. 이에 S-클래스에서나 볼 수 있는 엔진 후드 위의 스탠딩 로고도 부착된다. 각종 편의 및 안전 장비 부분도 상급 트림에 준할 정도다.

이처럼 E-클래스에서도 소비자 취향에 맞춰 ‘3가지 얼굴’과 ‘3가지 구성’을 택할 수 있다. 또한 E250부터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메리트가 크다. 엔진 성능 일부와 4륜 시스템 정도만 양보하면 S-클래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풍부한 편의 장비를 가져갈 수 있다. 외적인 것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벤츠의 스탠딩 로고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면부에는 가로줄로 깔끔하게 마감된 그릴이 자리해 있다. 중앙에 레이더 센서가 자리하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범퍼에도 금속 장식을 보다 많이 썼다. 한동안 계속 스포티한 벤츠 모델만 만나다가 고급화 버전을 만나니 이제야 벤츠다운 면모도 보인다. 고급 옵션인 멀티빔 LED 헤드램프도 좋은 구성이다. 시동을 걸 때 나오는 화려한 오프닝 세리머니도 좋다.

측면부나 후면부는 큰 차이 없다. 그래도 새로운 형태의 리어램프 디자인이 E-클래스의 존재감을 살려줘서 좋다.

실내 분위기도 조금 다르다. 원목 느낌을 살린 우드 트림이 차분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톡톡 쳐보면 플라스틱 소리가 나지만 만졌을 때 촉감은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편이다. 특히 일반적인 나무 색상을 그대로 노출시켰음에도 촌스럽지 않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연결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좋은 요소다. 많은 제조사, 특히 대중 브랜드까지 벤츠의 형식을 따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벤츠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까지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두 다양한 메뉴를 지원한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인포테인먼트 역할을 하니 당연하지만 계기판의 활용도가 어떤 브랜드보다도 뛰어나다. 테마 변경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확인할 수도 있다. 계기판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메뉴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준할 정도로 많다. 뿐만 아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속도계나 타코미터를 다양한 게이지로 바꿀 수도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최근 너도나도 디지털 계기판을 탑재하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사이즈도 커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화면 속에 어떤 콘텐츠를 넣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은 브랜드는 지도 정도만 볼 수 있게 만들고 메뉴 구성에 큰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에 집중한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다들 부족했다. 큰 화면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내용물 말이다. 적어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한 후 MBUX를 만들었다고 평하고 싶다.

GLE 만큼은 아니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 사이즈도 크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되니 운전자가 원하는 정보를 띄워 사용하기 편하다.

인테리어에서 AMG 라인 모델과 차이점을 찾는다면 잠자리 날개를 연상시켰던 스티어링 휠 스포크 대신 부드러운 형상으로 변경됐다는 데 있다. 물론 패들도 달린다. 디자인도 좋다. 터치와 물리 버튼을 혼용한 시스템도 사용성이 아쉽지 않다. 인체공학적 설계를 위해 상하 조작 방향을 약간의 사선으로 바꿨다. 사용성은 운전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보다 직관성이 높은 센터 콘솔의 터치 패드, 또는 직접 센터페시아 터치할 것 같다.

구성은 좋다. AMG 라인에서 빠진 통풍시트와 스티어링 열선 기능이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는 기본이다. 브레이크 패드는 없어도 이것만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내 시장 현실이다. 이외에 운전석 메모리 기능이나 스마트폰 무선 충전, 전동 트렁크, 자동 주차 기능 등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들도 잘 갖췄다.

ADAS 기능도 마찬가지.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유지, 차선 이탈 경고 및 방지,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등 안전 장비도 모두 갖추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운전자 개입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성격이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고 있을 때 스티어링 휠을 스스로 강하게 잡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에는 감지 패드가 설치돼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고 잡고만 있어도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별도의 경고를 하지 않는다. 상당수 고급차들이 이 방식을 쓴다. 참고로 국산 제네시스는 아직 이 방식을 쓰지 않아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음에도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띄운다. 결국 주기마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흔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사용 때 앞차와 거리 조절은 운전자가 부담을 가질 정도가 되어야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타입이다.

상급 모델에서 몇몇 빠진 사양들도 있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AR 내비게이션,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 뒷좌석 선블라인드, 뒷좌석 공조장치 컨트롤, 소프트 클로징이 눈에 띈다. 그러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아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주행에 나설 시간. E250에는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211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A 250, CLA 250, GLB 250에서 겪었던 익숙한 엔진이다. 하지만 이들은 224마력이다. 벤츠가 E-클래스에 출력을 좀 짜게 줬나?

하지만 이유는 있다. 1300rpm부터 만들어지는 최대 토크를 위해 최고 출력을 양보한 것. A, CLA, GLB는 1800~4000rpm 사이에서 최대 토크를 내지만 E 250은 1300~4000rpm 내에서 최대 토크를 발생시킨다. 최대 토크 시작 시점이 빨라진 것.

힘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시동이 걸린 후 아이들 상태의 엔진 회전수는 710rpm.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엔진 회전수는 1300rpm을 넘기며 최대 토크 활용 영역에 들어간다. 2000~2500rpm 전후에서 기어를 올리면 약 500rpm 가량 엔진 회전수가 떨어진다. 쉽게 말해 일상생활 영역에서는 항시 최대 토크 사용 영역에 머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움직임 자체도 여유롭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도 가볍다. 추월도 쉽다. 가속 페달을 많이 밟지 않아도 속도가 부드럽게 오른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이는 에코(Eco) 모드를 활용해도 마찬가지다. 간혹 에코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가속 페달 명령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싶을 만큼 움직임이 더딘 차들도 있는데, E 250은 약간 둔해진 감각만 제외하면 일상 주행에서도 불편함이 없다.

다만 엔진 소음이 다소 걸린다. 4기통 특유의 사운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E-클래스 모두가 페이스리프트 이후 엔진 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이것이 멋지게 들리거나 운전자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벤츠가 갖는 고급스러움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된다는 게 아쉽다.

귀로 들어도, 계측기로 확인해도 마찬가지다. 전기형 모델인 E 300 4MATIC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아이들 정숙성이 36.5dBA로 상당히 훌륭했다. 하지만 현재 E 250은 38.5dBA로 2dBA 가량 증가했다. 차량 중앙부 뿐 아니라 대시보드와 앞 좌석, 뒷좌석 모두 1dBA에서 2dBA까지 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벤츠가 전기차 모델 라인업을 늘리면서 내연기관 모델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것일까?

가속 페달 감각이나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벤츠답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일정한 느낌의 조작, 무디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고속 안정성도 벤츠답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확실히 체감속도가 낮다. 가속 페달을 더 밟아 속도를 높여도 마찬가지다. 주위 풍경만 빠르게 흘러갈 뿐 내부는 평온하다. 최근 국산차도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데, 여전히 격차는 존재한다. 이처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경험할 때면 다른 브랜드들과의 차이를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일상 영역에서 충분히 좋은 힘을 보였던 E 250. 가속 성능은 어떨까? 시험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57초 기록을 냈다. E 220d(8.07초)보다 0.5초 빠른 가속 시간이다. 250마력을 넘어서는 동급 경쟁 모델들이 6초대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211마력이란 수치를 감안하면 충분한 성능이다.

가벼운 무게도 한몫했다. E 250은 벤츠의 4륜 시스템인 4MATIC이 빠진다. 여기에 일부 부가 장비들도 덜어냈다. 우리 팀이 실측한 결과 1692.5kg의 몸무게를 보였다. E 350 4MATIC이 1856kg였으니 163kg 가량 줄어든 무게다.

제동 테스트도 진행했다. 100km/h의 속도에서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7.8m. 테스트를 반복한 후 나온 평균 거리는 38.1m였다. 밀려도 38.34m 수준으로 약 50cm 정도의 편차를 보였을 뿐이다. 매우 뛰어난 지속성이다. 이런 성능을 내려면 순수 제동 시스템, 타이어도 꾸준히 성능을 유지해 줘야 한다.

가볍게 와인딩 로드를 달려본다. 일상용 세단이지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까지 지원한다. 스티어링은 끝에서 끝까지 약 2.5회 돌아간다. 짧은 기어비다. 차체 크기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다이내믹한 느낌을 보인다.

E-클래스의 서스펜션은 모두 가변 댐핑 기능을 제공한다. 아방가르드 및 AMG 라인은 속도에 따라 지상고를 조정해 주는 기능도 있다. 덕분에 평상시에는 좋은 승차감을, 달리기 위해 모드를 바꾸면 차체를 잘 지지하는 능력을 보인다.

뒷바퀴를 굴리는 후륜구동 방식이지만 주행 중 갑자기 리어가 빠지는 상황(오버스티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벤츠의 직진 안정성은 대단한 수준이며, 스티어링 성향도 언더스티어를 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자세제어장치인 ESP를 해제시켰다 해도 일정 수준으로 차량이 미끄러지면 다시 제어를 해준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으로 당연한 선택이다. 후륜구동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도 된다는 얘기다.

9단 변속기는 충분히 좋다. BMW의 스포츠 8단만큼은 아니지만 속도도 준수하고 절도감 있는 변속을 보여준다. 동력 전달감도 충분히 좋다. 과거에 3단에서 2단, 2단에서 1단으로 내려갈 때 발생했던 충격도 사라졌다.

반면 타이어가 아쉽다. 18인치 휠에 장착된 타이어는 245mm의 피렐리 신투라토 P7. 최근 신투라토 P7 올시즌 모델은 해외에서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E 250에 들어간 모델은 일반 여름용 타이어다. 신투라토 P7이 투어링 성향이 짖은 타이어라는 점을 감안해도 폭이 245mm나 되는 것에 반해 211마력급 차의 성능도 받아내지 못한다는데 아쉬움을 남겼다. 한계가 매우 낮다는 얘기다. E 250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위험 상황 시 운전자 의도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 그것이 타이어 때문이라면? 여름용 타이어를 쓰며 겨울 환경에 대한 타협을 한 것인데, 마른 노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면? 차라리 4계절을 쓰는 편이 낫겠다.

연비는 평균적이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면 15km/L 이상을 볼 수 있는데 조금 더 높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인 복합연비는 10.1km/L. 실제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을 해보면 9km/L 선에서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배출가스는 적게 만들어내는 만큼 3종 저공해차 인증도 받았다. 주차장 등 일부 구간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겠다.

E 250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구성을 잘 챙기고 있었다.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S-클래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멋진 외관, 일부 구성은 빠지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기본 요소에 대해서는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주행성능도 무난했고, 차량 자체의 완성도 역시 높았다.

생각해 보자. 스탠딩 벤츠 로고가 달려있는 차가 나를 반긴다. 내부에 탑승하면 화려한 조명(?) 아니 앰비언트 라이트가 승객을 감싼다. 시동을 걸면 멀티빔 LED 라이트가 멋진 세리머니도 보여준다. 주행을 할 때 각종 ADAS 시스템이 안전하고 편한 운전 환경을 만들어준다. 주행감각? 벤츠만의 고급스러움도 잘 살아난다. 그런데 이런 차가 6천만 원대다. E 220 디젤도 7천만 원대인데 말이다. 굳이 비싼 8천만 원대 E 350을 사야 하나 싶다. 가격도 그렇지만 국내 환경이 저속을 강조하고 있으니까. 우선 세금으로 운영하는 관공서용 제네시스 G90을 위한 1.6 하이브리드 엔진 버전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다시 벤츠 E 250으로 돌아가자. 구성이 좋았다. 가격은 520i 보다 비싸지만 브랜드 밸류에서 조금이나마 앞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스펜션 등의 구성도 5시리즈 대비 좋다. 여성 소비자들의 지지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완성도 역시 뒷받침된다. 경쟁차들도 좋은 성능과 구성을 담았다. 하지만 국내 특성을 감안할 때(?) 당분간 E-클래스는 잘 팔릴 것 같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