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부드러운 승차감?

우리 팀은 먼저 540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을 테스트했다. 가격은 비쌌지만 차는 좋았다. BMW가 내세우는 강력한 성능은 충분히 느꼈지만 많이 팔릴 모델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고려하는 530i xDrive M 스포트 패키지 트림을 만났다. 엔진이 6기통에서 4기통으로 바뀌었지만 나머지 구성은 거의 같다. 그렇다고 힘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국내 시장 여건상 경쟁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다. 전기모터가 추가된 버전이라 경쟁차가 아니라고 말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디젤로 가면 523d와 E220d가 경쟁구도에 선다. 이들에게도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유무의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5시리즈는 기존 사양 그대로다. 하지만 세부 셋업을 잘하는 BMW가 아닌가? 기대해 보자.

주행 성능 :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530i xDrive는 4기통 2.0리터 엔진에서 252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먼저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부터 보자.

정숙성은 좋다. 4기통 엔진 특유의 소음이나 진동도 잘 억제했다. 의외로 좋은 배기 사운드까지 낸다. 경쟁 모델인 벤츠 E350과 비교하면 정숙성에 부문의 경쟁력이 더 부각되며 회전 질감에서도 약간 더 앞서는 모습이다.

일상 주행에서 부드러움이 강조된다. 요철을 넘을 때도 초기 충격 이후 추가 여진 없이 깔끔하게 처리한다. M 스포트 서스펜션을 달았지만 부드럽다. 이것이 요즘 BMW가 추구하는 특징. 과거엔 벤츠가 물렁, BMW는 하드함을 지향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자동차에 있어 경량화는 중요한 문제. BMW는 동급 경쟁 모델보다 가벼운 무게를 강조하는데, 벤츠 E350 4MATIC과 비교하면 100kg 이상 가볍다. 출력에서 부족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가속성능은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비교해 0.1초 빠르게 나왔다. 차량 컨디션에 따른 변화일 수 있지만 이를 떠나 동급에서 경쟁력 높은 가속 성능임에 분명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여기에 299마력을 내는 E350 4MATIC과 비교해도 평균 0.5초 미만의 차이가 날 뿐이다.

엔진이 보여주는 마력감이 좋다. 고회전에서 밀어주는 느낌이 좋다는 얘기다. 뒤에서 강하게 미는 통쾌함은 부족하지만 고회전 영역 사용 때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중저속 영역에서 다소 밋밋하다고 느끼지만 속도 상승 자체는 빠르게 이뤄진다. 과거부터 BMW가 추구해온 감각이다.

엔진 반응도 빠르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아봐도 쉽게 티가 난다. 벤츠 E-클래스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다. 터보차저 작동에 따른 지연 현상은 있지만 일단 엔진 회전수가 상승한 상태에서는 자연흡기 엔진에 필적하는 빠른 반응을 내준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인상적인데, 약간의 과장 섞인 느낌도 없지 않지만 답답함이 없어서 좋다.

제동력을 보자. 100km/h에서 완전 정지까지 최단거리 35m 대를 기록했다. BMW 다운 좋은 성능이다. 하지만 테스트 차량을 받았을 때 누적 주행거리가 400km 대에 불과했다. 브레이크 길들이기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 급하게 길들이기를 진행한 후 테스트했기 때문에 제동 테스트가 반복될수록 점차 제동거리는 늘어났다. 그렇게 제동거리는 37.22m까지 늘어났다. 2m 가량 늘어난 것. 물론 이 수치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페달 조작 때 초반부터 일정 수준의 성능을 가져가는 타입이다. 벤츠 E350과 비교하면 초반 반응이 빠른 편인데, 그렇다고 후반에 압박하는 힘이 떨어지는 타입도 아니다. BMW의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대부분 명확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와인딩 로드에 오른다. 530i는 빠릿한 몸놀림을 보인다. 시내나 고속도로 환경에서는 그저 안락하고 편안한 비즈니스 세단이었는데, 나름대로 BMW 특유의 성격을 보여주려 한다.

530i는 와인딩 로드에서 제법 잘 달렸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전달하는데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요(Yaw)의 발생이다. 요는 차량 중앙부를 중심으로 팽이처럼 돌려고 하는 운동 성향이다.

꾸준하게 코너를 돌아 나간다고 가정하자. 거의 대부분 차량은 코너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인다. 이것이 트렌드니까.

반면 BMW 대부분의 모델들은 뉴트럴한 성향을 지향하려 한다. 스티어링 휠 조작과 차체의 움직임을 일치하도록 방향성을 잡는다는 얘기다.

반면 이번 530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는 리어의 움직임이 많이 빠른 편이다. 보통의 세단들은 약한 언더스티어가 기본인데, 이번 530i xDrive는 언더스티어에서 오버스티어로의 전환이 매우 빨랐다.

만약 운전자가 DSC를 완전히 해제한 상황에서 운전을 하다가 살짝 한계에 다가서면 후륜구동 모델 보다 적극적으로 오버스티어 영역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DSC OFF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빠른 스티어링 조작 또는 고속 영역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것.

8단 자동변속기의 성능은 좋다.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치 않을 듯하다. 빠르고 정확하며 충격도 없고 운전자가 하고 싶은 대로 조작할 수 있다. 벤츠의 9단 변속기는 수동 모드에서 조작할 때 반응이 다소 늦다. 반면 BMW의 ZF 변속기는 빠르다. 만족스러움에서 BMW가 앞선다.

또 다른 경쟁력은 연비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면 16~17km/L 수준의 연비를 보인다. 같은 조건에서 벤츠 E350 4MATIC이 약 14~15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으니 최소, 최소값만 놓고 보면 꽤 큰 차이다. 출퇴근 환경에서도 10km/h 이상의 효율을 보인다. 잘 달리면서 연비까지 좋다는 점은 장점이다.

정리해 보자. 4륜 구동이 안정감을 잡고 있지만 리어 서스펜션이 가끔 리어 축을 제대로 못 붙드는 경우도 있다. 즉, 4륜 구동과 DSC가 안전성을 백업하고 서스펜션은 부드러움을 위해 일부 성능을 희생했다고 보면 맞겠다.

디자인 경쟁력 : 기본 구성에 충실한 5시리즈

먼저 만난 540i xDrive와 외관상으로 거의 같다. 같은 M 스포츠 패키지에 심지어 외관 색상까지 똑같다. 뒷면에 붙은 레터링이 아니라면 540i와 530i의 차이점을 구별하기 힘들 것.

540i에 있었던 레이저라이트, 그릴 중앙에 자리한 카메라는 빠진다. 헤드램프와 어라운드 뷰도 제거됐다.

실내 디자인도 똑같다. 530i 소비자는 기쁘겠지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540i 소비자가 섭섭할 대목이다. 최근 차량 등급에 따라 차별화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5시리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기능은 생략된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기능이 빠졌기 때문에 카메라를 보여주는 버튼이 없다. 리어 선셰이드도 빠진다. 이 밖에 스포츠 플러스 모드도 530i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뺀 나머지 기능은 상당히 풍족하다. 무선 충전,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4존 공조장치, 자동 주차, 후진 보조, 최신 사양의 ADAS 시스템까지 있다. 사운드 시스템도 같다.

벤츠 E350 4MATIC에 없는 통풍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있다. 어쩌면 한국 소비자들을 더 잘 알고 있는 회사는 벤츠보다 BMW일 수 있겠다.

5시리즈이건 E-클래스건 분명 저렴한 모델은 아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접근한다. 최근 BMW는 편의 장비 부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소비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오토뷰 추천 : 달라진 BMW의 방향성, 이제 필살기도 필요

530i xDrive는 만족스러운 차였다. 주행감각이나 승차감, 운전 재미,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까지 빠지는 것이 없다. 가격도 벤츠의 E350 4MATIC과 비교해 약 700만 원가량 저렴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댐핑컨트롤 같은 부가 기능이 없긴 하지만 10%에 달하는 가격 차이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다만 벤츠 E-클래스와 비교했을 때 확실한 한방이 없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있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없고 자동 주차 기능은 있지만 주차선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내비게이션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뭔가 화려한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ㄴ

여전히 BMW는 최고 수준의 차를 만든다. 편의 장비를 제외한, 순수 자동차의 본질로 볼 때 국산 제네시스를 한두 세대 앞선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필살기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얘기도 차량의 완성도가 높으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뭔가 가진 능력을 제한적으로 쓰는 것 같다는 얘기다. 기다리다 보면 뭔가 보여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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