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이상한 제품?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0.07.13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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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성장세는 이제 두려울 정도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저널리스트들의 평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금융가의 평가에 따른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회사였는데, 결국 2020년 6월. 그들은 약 2백20조 원의 시가총액을 달성했고, 2백10조 원의 토요타를 추월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제조사가 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테슬라 로드스터 정도를 판매하는 그저 그런 백야드 빌더 내지는 카로체리아 정도로만 여겨졌던 그들이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한 공룡,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어떻게 밀어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특히 판매량만 보더라도 테슬라는 약 4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반면 토요타는 무려 1,50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 평가에서 어떻게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토요타를 꺾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테슬라가 판매하는 자동차의 종류는 크게 나누어 3~5가지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이 중 테슬라 세미와 사이버트럭을 제외하면 실제로 판매하는 자동차의 종류는 3가지가 고작이다. 반면 토요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자동차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판매량과 제품 구성이 많다고 해서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시가총액은 투자자들의 투자액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총자산의 가치이므로, 판매량과는 다소 무관할 수도 있다. 이를 달리 이야기하면 테슬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테슬라의 미래를 아주 밝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테슬라가 새로운 제품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런데 이번 제품은 어딘가 이상하다. 일단 자동차도 아니며, 자동차 관련 제품도 아니다. 게다가 배터리도 들어가지 않으며 그들의 거대한 에너지 생산 공장인 기가 팩토리와도 전혀 상관없는 제품이다.

바로 반바지다.

테슬라의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테슬라 온라인 숍에 전시된 이 반바지는 붉은색 새틴 실크에 금색 자수가 엉덩이 부분에 S3XY가 수놓아져 있다. 게다가 무척 진지하게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테슬라 반바지와 함께 여름을 즐기세요. 빨간 새틴과 금실로 장식된 디자인의 반바지를 입고, 리버 레이스 마냥 바람처럼 달려보세요. 풀 사이드나 실내 라운지 어디에서도 즐길 수 있는 한정판 테슬라 반바지에는 S3XY 로고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시그니처인 테슬라 로고와 모델명을 삽입한 것입니다. 클로징 벨에서 특별한 편안함을 누려보세요.”

사이즈는 XS부터 XL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다. 테슬라답게 가격은 다소 비싼 편으로 우리 돈으로 약 8만 원 정도인 $69.420이다. 테슬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어질 한정판 반바지는 아쉽게도 모두 매진됐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테슬라 반바지를 소개하는 문구의 마지막에서 이상한 단어 하나를 발견했을 것이다.

‘클로징 벨’

이 단어는 뉴욕 증권 거래소의 폐장을 알리는 종소리다. 그런데 주식 장 마감 시간에 울리는 이 벨 소리와 반바지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테슬라 반바지는 실제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다. 대신 일론 머스크가 어떤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다름 아닌 주식 공매도로 차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향해 보내는 일종의 비꼬는 투의 조롱에 가깝다. 일론 머스크는 이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 반바지를 선택했다.

반바지를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판매한 다음, 나중에 주가가 떨어졌을 때 실제로 주식을 사들여 미리 판매한 금액의 차익을 챙기는 식으로 자산을 불려 나간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어떻게든 그 회사의 주가가 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테슬라처럼 급성장했으며, 엄청난 시가총액을 기록한 회사일수록 떨어질 때 발생하는 차익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람들을 주로 숏셀러(Shortseller), 우리말로는 단기 예측 매각인이라 부른다.

이들의 목표가 회사 주가 하락이니,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이들이 반가울 리 없으며, 실제로 공매도 투자자들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따라서 일론 머스크는 그들의 행보를 못마땅해하며 반바지(Shorts)로 그들을 비꼰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반바지 때문에 테슬라 웹사이트가 마비되었다. 테슬라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실제로 한정판 반바지를 구입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아직도 테슬라 반바지는 테슬라 온라인 스토어에 게시되어 있다.

물론 일론 머스크의 메시지들 접한 숏셀러들은 여전히 테슬라의 주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적어도 테슬라를 향한 일론 머스크의 애정이 얼마나 큰지는 전 세계 사람들이 똑똑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록 반바지는 구입할 수 없지만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볼 것.

https://shop.tesla.com/product/tesla-short-shorts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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