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자율주행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HITL 기술이란?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9.03.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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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주행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이다. 이미 구글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이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어 자율 주행 부문에서의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구글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GM은 미래 자동차 기술 올인 전략으로 당장 오는 2020년까지 자율 주행차를 양산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부품 업체, 심지어 전자 회사와 반도체 업체, 인터넷 포털 업체까지 가세해 자율 주행차 기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사람 없이 차량 스스로 움직이는 기술도 상용화 직전이다.

아우디는 특정 주행 상황에서 손과 발을 조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방으로 시선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는 레벨 3 단계의 자율 주행 기술을 A8을 통해 최초로 양산화시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물론 BMW와 볼보 등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향후 내놓을 신차에 레벨 3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더할 예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자율 주행 자동차가 등장해도 아직까지는 믿지 못한다는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인 것. 미국 자동차 연합 단체인 AAA(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1%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완전한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상황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도 하기 힘든 운전을 컴퓨터 스스로의 판단 아래 가능할지에 대한 의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 주행차 관련 사고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진다. 지난 2017년 11월에는 프랑스의 자율 주행 기술 업체 나브야(NAVYA)의 무인 버스가 미국에서의 운행 시작 첫날에 사고를 냈다. 2018년에는 우버의 자율 주행차가 보행자 사망 사고를 일으키며 충격을 안겼다. 테슬라는 소비자들이 자율 주행 기술을 믿고 운전을 소홀히 하면서 많은 사고를 일으켜 구설수에 올랐다.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제조사들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이를 위해 센서의 개수를 대폭 늘리고 라이다(LiDAR), 레이더, 초음파, 카메라 등 센서의 종류도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위치에 오차가 없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고정밀 GPS는 물론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별도의 센서도 필요하다. 고정밀 GPS에 맞춰 주변 상황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고정밀 지도 기술도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측정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여기에 차량 간 통신도 할 수 있도록 초고속 통신망까지 갖춰져야 완성도가 향상된다.

이러한 것은 자율 주행차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뿐이다. 적합한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학습도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은 오직 사람이 해줄 수밖에 없다. 가능한 많은 경우의 수를 알려줘야 동일한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구글 웨이모(Waymo)는 현재까지 1천만 마일(약 1600만 km)의 누적 주행거리와 7억 마일(약 11억 2650만 km)의 주행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주행거리=노하우’라는 공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스스로 판단한 결과가 과연 사람이 생각하기에도 옳은지 여부는 미지수다. 인지 심리학자 로저 생크(Roger Schank)는 야구를 빗대 표현했다. 인공지능이 각 타자들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이후 만들어낸 출전 명단 결과가 의아할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는 것. 그는 "컴퓨터의 결정이 사람의 결정보다 나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 상황을 생각해보자. 교차로에서 한쪽 차량은 진행 중이고 반대쪽은 멈춰있다. 신호 대기 중인 사람이 있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자전거를 탄 사람도 있다. 다른 곳에는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도 있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도 있다. 직진하는 차량도 있고 좌회전을 하려는 차도 있다. 여기에 만약 신호가 바뀌려고 하는 상황이라면 자율 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사람이라면 임기응변이 가능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선택이 항상 옳지는 않다. 반면 컴퓨터는 모든 상황이 학습된 상황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보다 실수는 적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컴퓨터와 사람이 함께 최적의 선택을 하는 방법은 없을까? 닛산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휴먼 인더 루프(Human In The Loop, HITL) 기술을 꼽고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이 99.9% 모든 임무를 수행해도 0.1%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오차도 없이 완벽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제조사의 임무지만 결국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불가피한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휴먼 인 더 루프는 ‘결정에 관여한다’라는 뜻이다. 자율 주행 기술에 있어 휴먼 인 더 루프란 자동차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사람이 돕는다는 것을 뜻한다. 인공지능의 불완전성을 사람이 보완해 완벽한 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

편도 1차선 도로에 차량이 멈춰있다고 가정해 보자. 자율 주행 자동차라면 멈춰진 차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후진을 할 수도, 중앙선을 넘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이 개입해서 ‘반대 차선에서 차량이 오지 않으면 차선을 넘어 멈춘 차량을 지난 후 목적지까지 원래대로 주행하라’라는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로는 스스로 행할 수 없던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목적지에 자율 주행 차가 도착하면 스스로 주차 구역으로 이동해 주차를 할 것이다. 주차 요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 임시 주차장이 생겼고, 주차도 무료로 할 수 있다. 이럴 때 사람이 개입해 실제 주차장의 모습은 갖춰지지 않았지만 주차를 할 수 있는 구역에 주차를 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실제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예측을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 결국 인공지능도 사람의 도움이나 의사결정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닛산에 따르면 현재의 HITL 기술은 1명의 사람이 약 20대 전후 자율 주행차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향후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의 완성도가 올라가면 1명의 사람이 수백 대의 자율 주행차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통제권을 갖고 의사 결정을 내려주는 것 자체는 과도기적인 기술이다. 결국 인공지능에 의해 무인화로 넘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제어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상당 부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믿지 못해 이를 대신 조작해 주는 안내양이 있었다. 버튼을 누르는 것은 똑같지만 관리자가 있고 없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불안감에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현재의 지하철은 사실상 무인 주행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직접 조작을 한다.

닛산 연구진은 '결국 완전 무인화 시대가 올 것이고 HITL 기술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매우 먼 미래의 얘기다. 결국 인공지능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며, 사람이 있어야 진정한 무인시대가 올 것이라는 아이러니를 HITL 기술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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