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테스트 : 빙판 위에서의 접지력 비교

입동(立冬)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이 시기가 되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입 패턴에도 변화가 생긴다. 4륜구동 승용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동시에 겨울용 타이어의 소비 또한 늘어난다. 하지만 4륜구동 자동차라고 해도 타이어가 노면을 붙잡지 못한다면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겨울용 타이어에 대한 중요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런 상황에서 브리지스톤타이어가 재미있는 제안을 해왔다. 자사의 겨울용 타이어 제품과 국산 겨울용 타이어의 성능을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국산 브랜드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4계절 타이어나 스포츠 타이어는 국내 제조사 및 수입 제조사 간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겨울용 타이어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수입산 제품과 국산 제품간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것이 업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물론 그간 국산 브랜드 들의 노력으로 성능 차이가 줄었거나 혹은 수입산 타이어의 성능을 능가할 수도 있다. 이에 서울에 위치한 아이스링크장에서 수입 겨울용 타이어와 국산 겨울용 타이어의 성능 비교를 진행해 봤다.

시작에 앞서 한가지 밝혀둔다. 브리지스톤 타이어는 오토뷰 로드테스트의 스폰서 중 하나다. 때문에 타이어 비교 결과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독자님이 계실 수도 있다. 하지만 편법이나 조작이 가미될 가능성이 있다면 애초 이런 테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 매체로써의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한국 법인도 일본 본사의 기술력만을 믿고 베팅한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이유는 근거 없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네티즌들도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에 동원된 타이어는 다음과 같다.

수입 타이어 : 브리지스톤 블리작 VRX

국산 타이어 : 2015년 10월 출시된 국산 최신 겨울용 타이어

대조군 : 국산 4계절 타이어

테스트카 : 현대 YF쏘나타 하이브리드

타이어 규격 : 215/55R17

국산 타이어 제조사의 홈페이지를 참고한 결과 새로운 윈터 타이어가 눈길, 빙판 성능서도 기존 노르딕, 알파인계열 타이어를 모두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노르딕 상품군에 대한 정보 역시 부실했고 취급하는 사이즈도 현세대 차량과 맞지 않았다. 때문에 해당사가 주력하는 최신 타이어를 비교 대상군에 넣게 되었다. 또한 12~1월 중 눈길을 포함한 2차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테스트는 가속, 제동, 코너 통과, 원선회 4가지 섹션으로 구성했다. 이와 같은 테스트 방법은 해외에서도 사용되는 것들이다.

가속 테스트

테스트 방법 : 정지상태에서 20m를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

TCS를 켜둔채 가속페달을 최대한 밟는다.

가장먼저 4계절 타이어부터 테스트했다. 요란하게 바퀴가 헛돌았고 TCS와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4계절 타이어는 빙판길에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4계절 타이어는 눈이 얕게 쌓인 정도까지 대응할 수 있지만 얼음으로 변하게 되면 성능이 대폭 감소한다. 핑판서 주행을 해 본 결과 접지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국산 겨울용 타이어는 4계절 대비 빠른 평균 9.76초의 성능을 보였다. 수치적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4계절과 차이가 있다. 발진 직후 휠스핀이 발생하긴 하지만 TCS에 더불어 일정한 속도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또, 운전석에서도 4계절 타이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접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바퀴가 헛도는 현상도 크게 감소했다.

VRX는 7.96초를 기록했다. 4계절 타이어와 비교해서 19%나 단축된 결과다. 밖에서 봐도, 운전을 해봐도 확실히 가속이 빨랐다. 제자리에 서서 스티어링휠(핸들)만 돌려도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뽀드득’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빙판에서도 충분한 마찰력이 나온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제동력 테스트

테스트 방법 : 시속 20km의 속도로 주행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량이 정지할 때 까지 이동한 거리를 측정. (풀브레이킹+ABS on)

가속성능보다 중요한 것이 제동성능이다. 제동거리를 얼마만큼 단축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사고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테스트는 2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먼저 빙판길이다. 분명 얼음이지만 우리가 신은 운동화에서도 최소한의 마찰이 느껴진다. 하지만 물을 뿌리자 상황이 변했다. 노면 뮤값의 저하로 걷는 것 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4계절 타이어부터 시험했다. 그리고 20km/h에서 급제동 때 평균 17.82m 가량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물을 뿌리자 제동거리는 평균 21.63m까지 늘어났다. 시험속도는 단지 20km/h 였다. 마른 노면서 제동 테스트를 할 때는 100km/h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일반 승용차들은 38~42m 내외의 제동거리를 보인다. 빙판길의 위험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산 윈터 타이어는 빙판 환경서 평균 12.49m의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4계절 타이어 대비 약 30%나 감소한 결과다. 겨울용 타이어의 중요성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물을 뿌린 환경서도 평균 19.87m의 거리로 4계절 타이어 대비 약 8% 감소한 성능을 보였다.

VRX는 일반 빙판에서 평균 제동거리 10.92m를 기록했다. 4계절 타이어 대비 약 38%, 국산 겨울용 타이어 대비 12% 이상 단축된 제동거리다. 물을 뿌리자 평균 15.3m 까지 거리가 늘었지만 4계절 타이어 대비 약 30%, 국산 윈터 타이어 대비 약 23%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해 냈다.

장비를 활용해 진입속도를 맞췄으며 물의 양 역시 변화가 없었다. 수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VRX쪽이 가장 짧았으며, 제동편차도 가장 적었다.

코너링 테스트

테스트 방법 : 시속 10km의 속도로 주행 중 90도 커브 진입. 성공하면 5km/h씩 진입 속도 증가. 노면은 물을 뿌린 상태. (완만한 스로틀 전개로 속도 유지 + TCS & VDC On)

앞선 결과를 봐도 예상 가능하지만 4계절 타이어는 시속 10km 에서도 크게 미끌려 나는 모습을 보였다. 국산 겨울용 타이어도 10km/h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사실 10km/h 테스트를 통과한 이후 15km/h 내외의 테스트부터 본격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VRX는 첫번째 테스트를 통과했다. 차량이 미끌릴 것으로 예상한 드라이버가 다른 타이어 테스트 때처럼 스티어링휠(핸들)을 빨리 감아 오히려 안쪽 장애물이 닿았다.

하지만 시속 15km 구간은 실패했다. 아쉽게 탈락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탈락은 탈락이다. 추가적으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시속 13km 속도까지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선회 테스트

테스트 방법 : 지름 9m의 원형 코스를 주행. 천천히 속도를 높이며, 차량이 미끄러지는 순간까지 최대한 천천히 가속. (부드럽게 스로틀 유지+TCS on)

지름 9m 구간에서 얼마나 속도를 올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미끄러지기 이전의 속도를 계측한다. 또한 원심력까지 버틸 수 있는지(최대 횡가속도-G)를 정밀 계측장비로 계측한다.

먼저 4계절 타이어는 시속 12km까지 돌 수 있었다. 이때 측정된 횡G값은 0.165G다.

국산 겨울용 타이어는 시속 13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최대 횡G값 역시 0.173G를 기록했다. 약 5% 가량 접지력 향상 효과다. 미세한 차이 같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이 차이가 사고 유무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VRX는 이보다 높은 시속 15km/h의 속도까지 버텼다. 이때 계측된 횡G값은 0.204G다. 유일하게 0.2G를 넘어서는 성능을 보였다. 4계절 타이어 대비 약 23%, 국산 겨울용 타이어 대비 약 18% 향상된 접지 성능이다. 확연한 차이다.

참고로 횡G값은 절대값이라기 보다 참고 값으로 봐야 한다. 스티어링휠의 미세한 조타에 따른 편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 조건에서 0.03G 이상의 격차라면 분명한 성능 차이로 볼 수 있다.

겨울용 타이어의 중요성을 재확인…

이번 테스트를 통해 2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겨울철 안전을 위해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 좋다는 것과 아직 수입사와 국산 제조사간의 격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전은 소망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챙겨야 한다. 차량을 구입할 때 겨울을 대비해 4륜구동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내차는 4륜이니까 겨울에 문제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겨울용 타이어를 등한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성능은 타이어를 통해 발휘된다. 즉, 노면과의 접지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성능은 가속, 제동, 코너링 등에도 영향을 끼친다.

테스트 결과 4계절 타이어와 윈터 타이어 간의 성능 차이가 분명히 나타났다.

의외인 점은 국산 겨울용 타이어와 수입 겨울용 타이어의 성능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다. 물론 타이어 성격에 따른 이슈일 수도 있다.

브리지스톤 측은 겨울용 타이어의 개발을 위해 전세계 곳곳에 연구 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기후와 환경, 빙질(氷質)에 따라 신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수입 겨울용 타이어가 더 비싸긴 하다. 하지만 개당 1~3만원 정도의 차이를 갖는다. 그리고 이 차액과 성능 차이에 대한 고민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이번 테스트는 빙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동일한 타이어로 눈길서의 필드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빙판서는 노르딕 계열의 블리작 VRX가 유리할 수 있다. 반면 눈길 주행 및 등판 등력 등의 비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겨울철 마른 노면이라면 4계절 타이어로도 문제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심지어 스포츠 타이어도 주행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마른 노면이 아닌 눈길, 빙판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안정적인 성능이며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윈터 타이어를 찾는다. 최종 승부가 기다려 진다.

아울러 이번 1~2차 테스트는 예고에 불과하다. 더 다양한 비교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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