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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 팰리세이드 3.8 2WD (페이스리프트)

2022-06-30 오후 3:56:58

오토뷰 | 로드테스트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팰리세이드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지금까지 3열 대형 SUV는 미국에서나 잘 팔리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 생각을 바꾼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가 함께 경쟁했던 시기… 누구도 팰리세이드의 성공을 예상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델이 국내보다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것도 이유가 된다.

팰리세이드는 그동안 숨겨왔던 ‘아빠차’ 수요를 단번에 모아 폭발시켰다. 싼타페나 쏘렌토도 3열을 추가할 수 있지만 공간이 제한적이다. 카니발은 너무 부담스럽다.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도 갈린다. 운전 감각에서도 타협이 필요하다. 하지만 팰리세이드는 공간도 넓고 편의 장비까지 많아 고급 SUV 느낌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싼타페와 크지 않은 가격 차이도 무기가 된다.

우리 팀은 초기 팰리세이드를 테스트하며 가족용 SUV로 아쉬움이 많다고 정리했다. 핸들링 성능을 살리려는 노력을 보탰지만 뒷좌석 승차감이 나빴기 때문이다. 부모님, 자녀, 와이프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은 아빠는 드물다. 팰리세이드는 방향성을 잘못 설정한 것이다.

판매량은 지속됐지만 불만도 유지됐다. 당연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승차감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며 정숙성과 승차감 개선에 집중했다고 말한다. 가족을 위한 SUV로 변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살짝 바뀌었는데, 의외로 변화가 커 보인다. 그릴 디자인부터 안정적으로 정리했다. 파라메트릭 패턴으로 채워진 그릴이 주간 주행등까지 연결돼 새로운 인상을 만들었다. 세로줄 조명도 위치를 달리해 차가 더 넓어 보이게 했다.

반면 측면 및 후면부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휠 디자인이 새로워지고 범퍼에 주름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실내는 한결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보여준다. 틀은 유지했지만 계기판을 디스플레이로,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도 12.3인치로 키웠다. 스티어링 휠은 신형 쏘나타에서 도입했던 것이다.

대시보드 하단 송풍구 디자인도 가로줄 일체 형식으로 변경됐다. 덕분에 안정적이며 넓어 보인다. 하단 버튼 배치가 거의 동일하지만 공조장치를 터치패널 방식으로 바꿨다. 리어뷰 미러도 프레임리스 타입으로 변경해 보다 깔끔한 인상을 주고자 했다. 여기에 맞춰 하이패스 카드 삽입구 위치도 달리했다. 밋밋했던 도어트림에 박음질 디자인을 추가하는 등 고급감을 높이려 한 점도 눈에 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스티어링 휠의 틸트, 텔레스코픽 기능도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됐다. 2열 윈도도 이중 접합유리다. 다양한 부분의 흡음재 두께도 높였다고 한다. 앞 좌석에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추가한 것은 안전성능을 높인 것으로 연결된다.

시트 구성에도 변화가 있다. 운전석에 다리 받침대를 추가해 더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여기에 마사지 기능도 더했다. 8인승 모델에서도 2열 통풍시트를 추가할 수 있게 됐고, 3열 시트에 열선을 넣을 수도 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성이다. 이 밖에 버튼을 눌러 3열 시트를 편하게 오가게 하는 기능도 유용하다. 성인 남성도 불편하지 않은 3열 공간, 곳곳에 준비된 USB 포트도 가족을 위한 좋은 구성이다.

충분히 가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전히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편의성은 팰리세이드의 대표적 무기다.



시동을 걸자 6기통 3.8리터 가솔린 엔진이 조용히 회전한다. 시동을 걸었을 때부터 변화가 느껴지는데, 기존 모델에서 느껴졌던 진동이 줄었다. 초기 모델은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서 진동이 제법 느껴졌다. 이번에 이를 개선한 것이다. 그리고 차를 움직여 보면 달라진 2가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정숙성이다. 제조사가 아무리 정숙성에 신경 썼다고 해도 크게 와닿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발표 내용이 과장됐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 체감될 정도로 정숙성이 개선됐다. 장비를 활용해 직접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제네시스 G90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줬다.

두 번째는 승차감이다. 현대차는 “충격 흡수 장치 개선으로 고속주행 시 진동을 줄이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서스펜션의 개선을 언급한 것이다. 쉽게 말해 승차감을 부드럽게 만들었다는 것. 다만 차체의 출렁거림이 많아졌다. 현대차는 성능 보다 부드러움을 택했다.

깨끗한 노면에서는 전기형 모델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전기형 모델의 문제는 요철구간에서 나왔다. 노면으로 발생된 충격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승객에게 넘겼다. 앞 좌석에서는 타협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뒷좌석 탑승객이 고달팠다. 하지만 새 모델은 모두에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한다.

덕분에 일상 주행이 편해졌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만큼 터보 엔진처럼 갑작스러운 토크 변화에 의한 승차감 저하도 없다. 그러나 출력 대비 다소 밋밋한 가속력을 보인다. 이는 토크 밴드 문제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현대차의 3.8리터 자연흡기 엔진은 저속 토크가 약하다. 반면 rpm이 높아지면 충분한 힘을 낸다. 스포츠카들은 고 rpm에서의 성능이 중시되지만 일반 승용차들은 저속 토크를 강화하는 것이 보통이라 아쉬움을 준다. 다만 투싼, 싼타페 등 하위 모델에서 팰리세이드로 바꿔 타는 경우면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주행모드를 에코로 설정한다. 가속페달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출력도 적게 사용한다. 이때 생각보다 답답한 느낌이 크다. 노멀 모드 주행이 스트레스를 줄이겠다.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V6 3.8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고회전 지향의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회전수를 올릴수록 출력과 토크가 나오는 성격이라는 것. 대다수 브랜드들은 세단에서 사용하던 엔진을 SUV로 가져올 때 성능을 낮추는 대신 저속 및 중속 영역대의 토크를 강화한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SUV 특성에 맞춰 초기 견인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미국 브랜드다. 많은 짐을 싣고 다수의 승객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기에 실용 구간에서의 성능을 더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



295마력과 36.2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팰리세이드 3.8의 0-100km 가속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존 모델은 4륜 사양이지만 이번에는 2륜 버전이다. 결과는 8.15초. 기존 모델의 수치인 7.78초 보다 약간 느려졌다. 전륜구동형 모델이라 휠스핀 발생한 것이 이유다. 초기 출발 때 약간 답답함은 있지만 rpm이 높아지면 생각보다 시원스럽게 가속되는 모습을 보인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에 투자할 여력은 없지만 이 엔진을 스포츠카에 넣어 튜닝하면 좋을 것 같다.

시험장에서 속도를 높인다. 100km/h 넘으며 기미를 보이지만 140km/h를 넘어서면서부터 차량의 움직임이 불규칙하다. 거동의 문제가 아닌 스티어링계의 문제다. 과거 현대 기아차의 컬럼식 전자식 스티어링(C-MDPS)은 일정 속도에서 좌우로 움직여 운전자의 보정을 필요로 했다. 16비트에서 32비트로 스티어링 시스템을 개선한 이후 별다른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았던 지금은 다시금 그 문제를 겪는 것 같다.



팰리세이드는 랙타입(R-MDPS)를 쓴다. 그럼에도 유사한 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보면 서스펜션 튜닝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소비자들은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을 유지로 불만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부가 기능과 본질의 구분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차 상품들을 만나보면 핸들링(R&H) 쪽의 성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 이전엔 뚜렷한 목적을 담고 튜닝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그때그때 흔들리는 것 같다. 이전에는 남양 연구소의 핸들링 평가 코스와 고속주행로 등 다양한 환경을 달리며 섀시를 튜닝했는데, 지금은 남양연구소 주변 과속방지턱을 기준 삼아 승차감 비중만 높인 게 아닐까 하는 상상마저 해본다. 고위층 임원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있거나.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르는 내용이지만 승차감과 성능 두 가지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랜 노하우, 기술력이 탄탄한 브랜드를 이 모두를 해낸다. 반면 상당수 브랜드들은 노하우 부족으로 승차감, 또는 성능 등 한쪽으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경우가 생긴다.

팰리세이드는 후석 승차감을 택하며 일부를 잃었다. 하지만 이 차의 주력 시장은 유럽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 상당수는 스티어링 보정 문제 보다 승차감과의 타협을 더 선호할 것이다.



팰리세이드의 제동 성능을 보자. 시속 100km를 달리던 팰리세이드가 완전히 멈추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40.22m였다. 최장거리는 42.35m였다. 평균적으로 41.22m의 제동거리를 보여줬는데, 보수적인 제조사, 예를 들어 토요타 등이 설정하는 제동성능과 유사하다. 일반적인 안전기준에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에는 최대 8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평균 60kg의 승객 8명이 앉았다고 보면 대략 480kg이 증가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게 증가는 제동 시스템의 부담을 키운다. 때문에 조금 더 여유로운 제동력이 확보되면 좋겠다.

제동 성능

제동성능 저하 원인이 타이어일 가능성도 있다. 테스트 모델에 탑재된 타이어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A/S이며, 245/50 R20 사이즈가 사용된다. 기존 모델에 장착된 타이어와 동일하다. 과거에는 다양한 환경에서 높은 성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행 테스트가 지속될수록 후반에 성능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에 따라 후륜축이 미끄러지는 경향도 보인다.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기에 문제 삼을 필요는 없지만 기본 출고(OE) 타이어의 성능에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승차감 중심으로 성격을 바꾼 팰리세이드. 때문에 민첩성이 조금 떨어졌다. 기존 모델은 최종 한계점에서 약간의 오버 성향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날렵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상적인 셋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전성을 유지한 한도 안에서 나름대로 재미난 코너링이 가능했다고 본다. 반면 현재 모델은 좌우로 출렁거리는 양이 늘었다. 앞뒤 움직이는 양도 많다. 그러나 우리 법정 최고 속도 110km/h 안에서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SUV 성격에 맞춰 ESC를 꺼도 스티어링 조작이 많아지거나 미끄러짐이 발생하면 다시금 자세를 잡도록 프로그램 돼 문제를 만들 가능성은 낮다.



이제 다른 측면을 보자. 신형 팰리세이드의 특징 중 하나는 고속도로주행 보조 기능인 HDA2가 탑재됐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HDA2는 제네시스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오닉 5 등장 이후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 상품에도 빠르게 이식되고 있다. 기존 HDA1과 비교해 보면 자동차 전용도로 안에서 무제한으로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하다. 주변 인식률도 개선됐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로를 변경해 주는 차로 변경 보조 기능도 제공된다. 초기 시스템은 기능만 있을 뿐 사용하기 불편한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화된 ADAS 기능도 가족들이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적정 수준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의 팰리세이드. 국내 시장에 맞춰져 재설계 된 모델이다. 가족을 위한 3열 대형 SUV 콘셉트에 맞춰 다수의 승객들에게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더 조용해졌다. 기능성은 기존 팰리세이드의 것을 그대로 계승한다.

수입차 수준으로 높아진 가격 아쉬워



문제는 가격인데, 비싸졌다.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과거 모델은 3.8리터 엔진, 4륜 시스템, 각종 옵션까지 모두 더해 4683만 원에 팔렸다. 당시 판매됐던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등과 비교하면 더 많은 장비들을 갖췄으면서 1천만 원 이상 저렴한 가성비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제 팰리세이드에서 가성비를 논하기는 어렵다. 기본형 모델 261만 원, 중간 트림인 프레스티지가 318만 원, 상급 트림인 캘리그래피는 445만 원가량 올랐다. 테스트 모델은 5323만 원이다. 4륜 시스템이 빠졌음에도 그렇다.

3.8리터 캘리그래피 트림 기준 4륜 구동 시스템을 추가하고 선루프와 라이프스타일 패키지, 빌트인 캠, 트레일러 패키지까지 더하면 팰리세이드의 가격은 5800만 원을 넘어선다. 만약 디젤엔진을 선택한다면 5953만 원까지 오른다. 포드 익스플로러 2.3 가격인 6150만 원의 턱 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반도체 이슈 등 일부 문제가 있긴 하다. 그러나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져 물류에 대한 부담이 없고, 저렴한 수준(?)의 부속 납품가를 확보했음에도 수입차와 가격 격차가 적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현대차가 테슬라 수준의 고마진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엔 시장에 대한 배려를 해주면 좋겠다. 현대차가 좋은 가격 정책을 써야 타사들도 적극적으로 따라온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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