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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DS 오토모빌 DS7 크로스백

오토뷰 | 로드테스트팀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까다롭고 어려운 장르에 속한다. 흔히 ‘독일 3사’라고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영향력이 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처음 접근하는 소비자들은 이미 검증된 독일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리고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이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찾아 나선다. 남들과 다른 매력을 갖는 니치 브랜드로 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가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헤리티지가 필요하고, 이를 통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기술을 통해 진보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줘야 하며, 뭔가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이‘혹’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 어려운 도전에 프랑스 브랜드가 출사표를 던졌다. PSA 그룹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DS 오토모빌이 그것이다.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프랑스 브랜드는 너무 저평가가 받고 있다.

푸조를 보자. 회사 역사만 200년이 넘고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것은 1896년부터다. 오랜 역사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1926년)보다 오래됐다. 다양한 모터스포츠 참전도 그들의 역사와 경험을 말해준다. 인디 500, WRC, 다카르 랠리, 르망 24시 등 수많은 경주에서 우승 기록도 세웠다.

시트로엥은 1919년 설립돼 올해로 100년의 역사를 갖게 됐다. 이들도 WRC, WTCC 등에서 많은 경기에서 우승한 역사가 있다. 시트로엥은 대량 생산 방식의 도입,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린 브랜드이며, AS라는 개념을 세웠다는 점에 의미 있는 브랜드다. 하지만 지금은 중저가 자동차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너무 겸손하면 무시한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프랑스 브랜드 대부분이 소형차 중심의 사업을 하다 보니 이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가장 호화스러운 자동차를 만드는 부가티 같은 브랜드도 있긴 하다.

이제 프랑스 국적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DS 오토모빌을 보자. 프랑스어로 여신이라는 뜻의 디에스(déesse)를 영문으로 간단하게 표기한 것이 브랜드명이다. 또한 시트로엥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인 DS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이 내놓은 브랜드 첫 작품이 바로 DS7 크로스백이다.



DS7 크로스백은 존재감 큰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다른 말로 튄다는 것. 호불호가 갈릴 디자인이다. ‘DS 윙스’라고 불리는 그릴과 그릴을 감싸는 장식도 독특하다. 그릴은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멋을 냈는데 은근히 고급스럽다. 범퍼에는 세로형 주간 주행등이 적용된다.



헤드 램프가 독특하다. DS 액티브 LED 비전이라고 불리는데, 시동을 걸면 180도 회전하며 빛을 만들어 낸다. 멋스러운 효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 조작 방향에 맞춰 조명이 같이 움직인다. 보기 힘든 신기한 구성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도심, 시골, 고속도로, 악천후, 주차 하이빔 등 조사 범위를 6가지로 바꿀 수 있다.



측면부는 SUV지만 최근 유행하는 루프라인 디자인이 적용된다. 휠의 디자인도 멋스러워 좋다. 최근 다양한 캐릭터 라인으로 옆모습을 꾸미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DS7은 단정한 멋을 추구한다.



후면에서 눈길을 끄는 것도 램프다. 독특하게 갈라지며 3차원적인 빛을 만들어낸다. DS 측은 파충류의 비늘을 형상화했다고 말한다. 앞뒤 방향지시등에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돼 있다. 범퍼는 디퓨저와 스키드 플레이트 역할을 하는 패널로 멋도 냈다. 대구경 머플러가 보이는데, 모양만 있는 것으로 실제 머플러는 안쪽으로 숨겼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이다.



DS7 크로스백의 외관은 트림에 따라 피아노 블랙과 크롬으로 멋을 낸 것으로 나뉜다.



실내를 만드는 과정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해도 좋을 것 같다. 가죽 및 알칸타라 소재는 촉감이나 균일도, 심지어 냄새까지 심사해서 선정한다. 가공을 위해 21단계를 거치는 것도 특징. 스티어링 휠의 스티치 무늬(박음질)도 독특하다.

퍼포먼스 라인(국내 So Chic 트림) 실내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터치식 컨트롤 스위치가 자리한다. 이 부분은 크리스털 소재로 만들어졌다. 차라리 볼보나 BMW처럼 기어 레버를 크리스털로 만드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터치 버튼은 플라스틱이건 강화유리 건 티가 안 난다. 고급 소재를 쓰는 것이 좋긴 하나 적당하게 티 내는 재주도 부려야 한다.

인테리어 테마는 2가지로 나뉜다. DS에서는 이를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이라고 부른다. 국내에는 스포티한 성격의 퍼포먼스 라인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리볼리(Rivoli)로 나뉜다. 또한 향후엔 ‘오페라’라는 테마도 추가될 예정이다.

리볼리 라인(국내 Grand Chic 트림) 실내


퍼포먼스 라인(국내 So Chic 트림)은 알칸타라를 폭넓게 썼다. 그만큼 스포티하다. 반대로 리볼리 트림(국내 Grand Chic 트림)은 다이아몬드 박음질 장식과 엄선된 고급 가죽으로 마무리된다.



계기판은 12.3인치 크기다. 테마를 택할 수 있고 운전자 취향에 따라 정보 배치를 바꿀 수도 있다. 모든 그래픽이 다이아몬드 형태라는 것도 독특하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8인치 크기다. 여기에도 DS 특유의 다이아몬드 패턴이 그래픽으로 형상화됐다.



상급 트림의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가 자리한다. 프랑스의 시계 케이커 B.R.M과 협업해 만들었는데, 시동을 걸면 180도 회전하면서 등장한다.



오버헤드 콘솔에는 다이아몬드 패턴 조명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터치가 아니라 모션 인식으로 조명을 켰다 끌 수 있다는 점이다. 의외로 편하다.



기어 레버 주위에도 독특한 패턴 무늬가 있는데, 이를 기요쉐(guilloche) 패턴이라고 한다. 금속 표면에 특정 모양을 정교하게 새기는 기법을 뜻하는 장식 용어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 브레게(Breguet)가 개발한 끌루 드 파리(CLOUS DE PARIS) 기법이 바로 DS7에 적용된 패턴이다.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울퉁불퉁한 장식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또는 럭셔리 브랜드에게는 이 같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플라스틱 느낌이 강하다는 점. 이 부분이 실제 금속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무선 충전 테크


윈도 스위치나 버튼 배치도 독특하다. 과거엔 BMW를 비롯한 일부 차량들이 이와 같은 스위치 배열 방식을 썼다. 익숙해지면 문제없지만 도어트림에 스위치가 붙은 요즘 차들(?)에 익숙해진 경우 뭔가 답답하다 느낄 수도 있다. 우리 팀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최신 모델답게 앞쪽 수납함에 무선 충전 데크를 마련했다.



시트는 히팅과 메모리, 쿠션 익스텐션 기능을 지원한다. 상급 사양에는 고양이 발 모드를 비롯한 5가지 마사지 기능이 더해진다. 아쉽지만 통풍 기능이 빠졌다. 사실 프랑스 브랜드 대부분이 통풍 기능에 인색하다. 한국 시장에 맞춰 통풍 기능을 탑재 시킨 르노그룹(르노삼성)이 대단한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일원이라면 DS7에도 통풍 기능과 같이 사치스러운(?) 기능들을 넣어야 한다. 이런 부분은 각 지역 담당자들이 DS오토모빌 본사에 꾸준히 요구해야 한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아니, 상당히 넓은 편이다. DS는 C 세그먼트로 분류했지만 공간은 D 세그먼트처럼 느껴진다. 바닥도 평평해 다리 공간에도 여유가 많다.

등받이 각도 조절도 할 수 있다.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조절 범위도 넓은 편에 속한다. 전동으로 조작할 때 움직임이 느리지만, 수동으로 제어하는 것보다 편해서 좋다. 확실히 고급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바닥에는 추가 수납공간도 숨겨졌다. 시트 폴딩은 트렁크 쪽에서 레버를 당겨 조작하며, 테일게이트는 전동식으로 여닫는다. 트렁크 부근에서 발로 차는 모션을 취해 오픈하는 것도 가능하다.

DS7 크로스백. 컴팩트 급이지만 기능성은 타사의 상급 모델 수준이다. ‘프랑스 차는 편의 장비가 아쉽다’는 편견을 깨 준다.



안전장비로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의 의도에 맞춰 차로 중앙을 조절할 수 있는 차로 유지 기능이 탑재된다.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은 푸조 508을 통해 소개된 기술이다. 자동차가 생각하는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운전자가 편하게 주행할 수 있는 차로 중앙으로 보정하면 이를 기준 삼아 그대로 차로를 달린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기능도 기본 사양이다. 하위 트림은 싱글 후방 카메라로 합성하는 방식, 상급 트림은 앞뒤 2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합성하는 방식을 쓴다.

기능적으로는 충분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통풍 시트가 없지만 이를 제외하면 부족한 점을 찾기 어렵다. 프랑스 모델로는 의외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니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

다만 프랑스 차 특유의 독특한 인터페이스가 아쉽다. 시동 버튼, 윈도 버튼, 크루즈 컨트롤, 인포테인먼트 메뉴까지 대중 친화적이지 않다. 스티어링 휠에도 이런저런 버튼들이 달려있는데, 막상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다. 물론 르노(삼성) 등 같은 프랑스 계열 모델에서 접근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프리미엄 모델이라면 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예를 보자. 보통 계기판 정보를 바꿀 때 스티어링 휠 버튼을 조작한다. 하지만 DS7은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 설정 버튼 중 계기판에 표시될 정보를 바꿔야 한다. 그런데 간편하게 연비 정보를 보고 싶으면 스티어링 오른쪽 칼럼에 위치한 레버 끝부분을 눌러야 한다. HMI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많은 기능들을 담고 있고 설정할 수 있는데, 이것저것 눌러 그 기능을 찾아야 한다. 이 차를 처음 접한다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DS는 DS7을 표현할 때 대놓고 아방가르드(Avant-garde)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전위적이라는 것.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방향성은 좋다. 다만 인터페이스만큼은 예외가 되었으면 한다.

사운드 시스템은 프랑스의 포칼(Focal) 제품이다. DS7 크로스백 개발과정부터 함께 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DS만을 위해 개발된 일렉트라 하이파이 시스템(FOCAL® ELECTRA HIFI SYSTEM)은 중립적인 사운드를 들려줘 만족감이 높았다. 스피커 개수도 14개로 넉넉하다.

특히 폴리글라스 소재의 막, TNF 트위터, 파워플라워 서브우퍼 등 포칼만의 독자 기술도 탑재돼 단순히 스피커만 끼워 넣은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화려한 효과보다 소리의 균일감과 풍부함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한 것.



상급 트림에는 눈에 띄는 몇 가지 기능들이 탑재된다. 먼저 DS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이다. 카메라와 지면의 높낮이를 감지하는 센서, 3개의 가속도계를 사용해 전방 노면 상태를 분석하고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에 미리 대비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속과 제동, 코너를 돌 때도 서스펜션이 미리 준비를 해 둔다.

스티어링 칼럼 쪽에는 붉은색의 원형 센서 2개가 운전자 얼굴을 마주한다. DS 운전자 주의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차량이 주행하는 패턴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눈, 눈썹, 목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 운전자의 상태가 어떤지 판단하는 장치다.

다만 운전 중 핸드폰을 보는 척, 졸음운전을 하는 척을 해봤는데 별 반응은 없었다. 운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파악하는 것일까?

테스트 모델에는 빠졌지만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해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전방 상황을 보여주고 위험 경고도 해주는 나이트 비전도 탑재된다. 확실히 이 급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들이다.



비싼 소재 넣고 다양한 기능들을 넣는 것은 쉽다. 하지만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행 감각 면에서도 남달라야 한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시동 버튼의 위치가 독특한데,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다. 이를 통해 4기통 2.0리터 디젤엔진을 깨운다. 조용한 편은 아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해보니 45.5dBA 수준이었다. 차급이 한 단계 높다지만 아이들 정숙성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4MATIC의 44.0dBA보다 소폭 높았다. 디젤 특유의 진동도 느낄 수 있다. 소음에 관대한 유럽이라면 모르지만 북미, 국내 시장이라면 N.V.H 성능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DS도 글로벌 시장을 감안해야 할 모델이기에 이런 점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래도 80km/h 주행 정숙성은 60dBA 수준으로 보편적인 자동차들과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

정숙성에서는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일상 주행에서 느껴지는 승차감 등, 주행 때의 느낌이 상당히 고급스럽다. 여기서 말하는 고급스럽다는 표현은 독일 3사 등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유사하다는 것을 뜻한다. 준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선포한 푸조 508 테스트 때도 이런 방향성 추구를 읽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주행 감각을 따라가겠다는 제조사의 의지가 느껴진다.



저속에서의 움직임. 부드러운 승차감을 기반으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저속 환경의 중요성은 시내 주행 때 강조되는데, 초기에 확하고 커지는 디젤 특유의 토크 변화를 제외하면 불만족할 부분이 많지 않다.



변속기의 체결감도 좋은 편이다. DS7 크로스백에는 아이신의 EAT8이라 불리는 8단 자동변속기가 쓰인다. 변속 때 내부 반응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승차감을 감안한다는 측면으로 볼 때 아쉬움은 없다.

그렇다면 가속성능은? 최대한 가속페달을 밟아 정지 상태부터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9.25초였다. 이는 얼마 전 테스트한 기아 K7 2.5와 유사한 가속성능이다. 하지만 두 차량 간에는 차이가 있다. K7은 저속에서 답답함이 있었다. 가속페달을 제법 밟아야 원하는 가속력이 나왔다. 반면 DS7 크로스백은 넉넉한 토크로 차체를 견인하며 저속 구간에서의 답답함을 만들지 않았다. 참고로 올해 테스트한 기아 스포티지 2.0 디젤이 9.7초 내외를 기록했는데, 같은 배기량으로 보다 빠른 성능을 냈다고 보면 된다.



고속 도약 능력도 무난했다. 최고 속도를 지향하는 모델은 아니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이 달릴 수 있는 환경, 속도에서 만족감이 높았다. 또한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돌려 댐퍼의 압력을 높여주면 조금 더 안정감이 살아나기도 한다. 하지만 컴포트 모드에서도 충분한 안정감을 보여 좋았다. 시내 주행은 물론 직선 중심의 도로, 고속 환경에서 DS7 크로스백은 충분히 좋은 점수를 챙겼다.



이제 굽이치는 코너가 있는 환경으로 가보자. 프랑스 차들은 핸들링에 강하다. 독일차들이 이런저런 성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적어도 핸들링에서만큼은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여온 곳이 프랑스 차들의 특징이었다. 그동안 우리 팀이 테스트한 푸조, 시트로엥, 르노 모델들이 그랬다.

르노삼성이 자사 중형 세단 SM6 리어 서스펜션을 AM 링크라는 이름으로 튜닝해 썼는데, 차라리 순수 유럽산 토션빔을 썼다면 조금 더 나은 성능을 냈을 지도 모른다. 보이는 측면(구조)에 가치를 두는 것이 우리 시장의 특징이지만, 노하우란 것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DS7 크로스백을 가속시킨다. 그리고 코너 직전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페달 응답성이 조금 앞쪽으로 와있다. 여성 운전자도 쉽게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금 더 리니어 한 반응으로 만들어줘도 좋겠다. 익숙해지면 괜찮지만 다른 차에서 옮겨 탔을 때 초기 반응이 조금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동성능은 좋았다. 시속 100km에서 달리다 급제동을 했을 때 약 37.7m 내외의 거리를 소요시켰는데, 이는 SUV로 좋은 기록에 속한다. 물론 수백 마력 급 고출력 SUV의 성능과 견준다면 부족해 보이지만 동급 출력을 내는 모델들과 비교하면 분명 우위에 속하는 성능이다. 무엇보다 최대로 밀려나더라도 39m 안쪽의 성능을 보였는데, 이 정도면 항상 일정한 수준의 성능을 이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제동 시스템의 신뢰도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코너에 들어선다. 제법 안정감 있는 코너링 성능이 나온다. 일상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던 서스펜션도, 스포트 모드를 기반으로 코너를 점령할 때는 좋은 수준의 성능을 보여줘 좋다. 잘 버텨준다는 의미다. 물론 타이어의 성능도 좋았다. DS7 크로스백은 미쉐린의 래티튜브 투어 HP라는 모델을 쓴다. 타이어 너비는 235mm, 편평비 55에 18인치 급이다. (235/55 R18)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DS7 크로스백의 코너링 한계에 접근하기는 어렵다. 자세제어장치를 끌 수 없기 때문. 프랑스 차들 상당수는 자세제어장치를 끌 수 없는데, 일부는 잦은 개입으로 운전 재미가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기 좋은 하체, 여기에 성능 좋은 타이어가 맞물리니 만족감이 높았다. 생각보다 높은 속도까지 여유를 부렸다고 보면 된다.

가속, 제동, 회전에 이르는 기본적인 3가지 운동성능. DS7 크로스백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등 아쉬운 요소도 있었지만 주행 때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만큼은 상당했다. 여기에 포칼 사운드 시스템의 능력도 DS7 크로스백의 점수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꾸밈없이 전했기 때문.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은 저가형과 고급형 간의 성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반면 이번에 처음 쓰인 포칼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고급 사운드 시스템들이 쓰는 효과 등도 없다. 그저 순수한 음향 재생 능력으로 승부한다는 것도 재미난 부분이었다.

DS7 크로스백은 DS 오토모빌이 내놓은 첫 번째 모델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시작 치고 상당히 완성도 높은 모델을 내놨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경쟁차 중 하나가 되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크기상으로 한 체급 작지만 가격은 2천만 원 가까이 비싸다. 재규어 E-페이스와 비교해도 확실히 우위에 선다. 메르세데스-벤츠 GLB나 아우디 Q3 같은 모델은 아직 국내 출시가 이뤄지지 않아 직접 비교가 어렵다. 우리 팀이 BMW X0.5라며 비꼬던 X1 디젤은 5800만 원대에 팔렸었다.



정리하자면 동급 경쟁 모델보다 더 크고 넓으며, 각종 편의 장비도 많고 고급 소재도 아낌없이 사용했다.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위에서 언급한 것은 DS가 동급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았을 때 얘기니까. 아직 DS 브랜드가 이들과 동일한 선상에 있지는 않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 그럼 이 가격에 이러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적절할까?

분명 쉽지 않다. DS도 그렇고 제네시스도 그렇다. 렉서스처럼 수십 년간 노력을 보여야 비로소 최소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특히 DS 브랜드는 프랑스 업체라는 약점을 갖는다. 국내 시장에서도 낯설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익숙하지 않다는 것. 미국은 푸조와 시트로엥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국가다. 제네시스 브랜드보다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현대차에는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래서 DS가 선택한 카드는 바로 중국 시장이다. 시트로엥에 매우 익숙한 중국인들에게 DS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시키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를 타던 국내 소비자들이 제네시스를 금세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DS7 크로스백은 중국과 유럽 일부에서만 잘 팔리는 모델로 남기는 아깝다. 꽤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DS7보다 큰 중형급 모델과 보다 작은 소형급 모델 등이 다양하게 출시될 예정인 만큼 DS 브랜드를 계속해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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