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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1.6 디젤

고급스러운 승차감의 디젤 세단, 가격은 아쉽다

오토뷰 | 정리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쉐보레가 다시 한번 말리부 디젤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에서 말리부 디젤은 2014년 3월 등장했다. 당시 ‘심장병’ 소리를 들었던 말리부에게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시원스러운 성능과 수준급의 연비로 인기를 끌었다.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해 판매 모델이 모두 팔렸을 정도였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르노삼성이 SM5 디젤을 내놨고, 뒤이어 현대자동차가 쏘나타에 1.7 디젤 엔진을 탑재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4 쉐보레 말리부


국산 디젤 세단 시대의 문을 열었던 말리부 디젤. 그리고 약 4년이 지난 후 다시 등장했다. 기존 2.0리터 디젤 엔진은 1.6리터로 작아졌다. 동시에 유로 5 기준에서 최신 유로 6 기준을 통과하도록 각종 후처리 장비를 추가했다.

여기에 말리부 디젤에 살짝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최신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디젤 그리고 르노삼성 SM6 디젤이 판매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국산 중형 디젤 세단은 말리부 디젤이 유일하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는 못하다. 지난 4년간 디젤에 대한 인식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디젤만의 강점은 분명 존재하며,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그저 비싼 차로 낙인찍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럼에도 쉐보레는 말리부에 디젤엔진을 얹고, 판매하고 있다. 차량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일이다. 말리부 디젤만의 매력과 강점은 무엇이었을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디자인은 가솔린 말리부와 완전히 동일하다. 뭐 하나 다른 것이 없다. 차이점이라면 후면부에 ‘TD’라고 써 놓은 배지가 전부다. 새로운 디자인의 전면부, 한층 밝은 빛을 전달하는 LED 헤드라이트, 누운 ‘Y’자 형태의 리어램프 디자인까지 동일하다. 심지어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19인치 휠과 타이어 조합까지 바뀌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유구가 캡리스 방식으로 바뀌고 요소수 주입구가 추가된 점이 가솔린 모델과 차이점이다. 또 연비가 좋아진 만큼 연료 탱크도 가솔린 모델(1.35T & 2.0T 공통)의 61.7리터 크기에서 54.9리터로 작아졌다. 실제로 경유를 2~3만 원 정도만 주유해도 연료 게이지가 꽤 많이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적은 돈으로 멀리 갈 수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실내도 가솔린과 같다. 쉐보레가 강조하는 듀얼-콕핏 디자인의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넓어 보이도록 꾸몄다.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동급에서 최고 수준의 반응성을 보여준다. 정말 빠르고 직관적이다. 스마트폰의 조작감과 얼추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금까지 어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이러한 반응성을 본 기억이 없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면 오디오 음량도 동기화돼 음량 조절이 한결 수월하다.

이외에 통풍과 열선이 가능한 시트와 타공 가죽 마감, 열선 스티어링 휠, 넓은 뒷좌석에 열선 기능, USB 포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들도 잘 갖췄다.



가솔린 모델과 다른 것은 엔진 회전수를 표시해주는 영역이다. 디젤 엔진의 회전 범위에 맞춰 스케일이 변경됐다. 계기판의 8인치 디스플레이에 요소수의 잔여량을 넣은 것도 차이점이다.



간결하게 말리부 디젤의 구성적인 부분을 살펴봤으니 본격적으로 차량 자체를 보자. 엔진은 기존의 2.0리터에서 1.6리터로 배기량이 20%가량 줄었다. 가솔린 모델도 4기통 1.5리터에서 3기통 1.35리터로 줄이더니 이제 디젤 엔진 배기량마저 줄였다. 확실히 현재의 말리부는 ‘다운사이징’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엔진 배기량만 적게 만들지는 않았다. 차체를 가볍게 만드는 다운사이징도 동시에 실행했다. 우리 팀이 직접 차량 무게를 측정한 결과 과거 2.0 디젤 모델이 1,710 kg의 무게를 가졌었는데, 현재는 1,526 kg으로 줄었다. 무려 184,kg 가량 경량화한 것이다. 단순히 제원상으로만 봐도 1,645 kg에서 1,470 kg으로 175 kg 가량 가벼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했으니 더 잘 달리고 효율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 그만큼 1.6리터 디젤 엔진의 부담도 줄어든다. 새로운 엔진은 136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배기량 저하로 기존 2.0 디젤인 156마력과 35.3kg.m 대비 수치가 떨어졌다.

하지만 가벼워진 무게 덕분에 체감 성능에서 차이가 없다. 넉넉한 토크 덕분이다. 일상 주행 환경에서는 말리부 1.35 터보보다 넉넉한 힘으로 주행할 수 있다.



이제 성능을 보자. 먼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9.79초였다.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지만 더 가벼웠던 크루즈 디젤이 8.60초, 보다 무거운 이쿼녹스가 10.66초를 기록했으니 딱 중간 정도의 가속 성능이다. 참고로 과거의 말리부 2.0 디젤은 9.13초를 기록했는데, 배기량 차이를 감안하면 충분히 선방했다.

이 엔진은 이미 올란도, 크루즈, 트랙스, 이쿼녹스 등 다양한 모델에 탑재되며 검증받았다. GM이 독일 오펠에 의뢰를 해 개발한 것으로, 유럽에서는 1.7 리터 디젤보다 효율은 10% 높이고 출력과 토크는 2.0 리터 디젤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개발 과정에서 24,000 시간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700만 km의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를 거쳤다.

오펠 최초로 엔진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덕분에 무게 증가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쉐보레와 오펠은 이 엔진을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고 부른다. 정숙성과 진동이 적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함이다. 이렇게 엔진을 개발하면서 획득한 특허만 무려 150가지나 된다. 디젤이지만 최대한 디젤답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디젤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며, 겔겔 거리는 특유의 소음도 들려온다. 하지만 다른 디젤보다는 낮은 수준의 정숙성과 진동이다. 경박하게 겔겔거리지 않고 차분한 음색을 보인다고 할까?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계측장비를 활용해 실내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3.5 dBA을 기록했다. 우연하게도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크루즈 디젤과 이쿼녹스와 동일한 수치를 보였다. 과거 말리부 2.0 디젤은 45.5 dBA로 정숙성이 다소 부족했다.



80km/h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59.5 dBA 수준이었다. 일반적인 가솔린 중형 세단이 60.0 dBA 전후를 보이는 만큼 주행 정숙성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예전 2.0 디젤 모델의 61.5 dBA과 비교해도 정숙성이 많이 개선됐다는 것이 확인된다. 저배기량 디젤 중에서는 꽤나 조용하고 부드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무엇보다 245mm 급 타이어 4개를 굴리는 소리치곤 좋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무난한 수준의 가속이 이뤄진다. 수치적으로 136마력이지만 체감적으로 출력이 더 높은 것처럼 느껴진다. 속도계 바늘 상승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쉬지 않고 꾸준하게 상승한다. 도심에서 주행하는 것은 물론이며 고속도로에서 추월 가속도 문제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가솔린 1.35 모델은 156마력을 발휘하는데, 출력 이점 덕분에 136마력의 디젤보다 가속 부분에서 앞선다. 하지만 이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 회전수 최대한 사용했을 경우다. 하지만 매번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쓰는 운전자는 없다.



디젤 모델은 가속 페달을 3분의 1만 밟아도 거의 대부분의 토크를 끌어낸다. 덕분에 한층 넉넉한 힘으로 차를 이끌고 나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에 차이가 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힘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밟아도 넉넉한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수치적으로 디젤의 출력이 낮고, 최대 가속이 느리더라도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단순한 가속 성능으로 표현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은 말리부 디젤의 최고 강점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스티어링 휠 조작 때 느껴지는 민첩함, 동시에 안정적인 차체의 움직임이 만족감을 높여준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지만 다양한 것들을 해내고 있다.

고속 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더라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크지 않다. 국산 중형 세단 중에서 말리부의 고속 안정감은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물론 디젤 모델에서도 이러한 강점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는 장거리 주행 때의 피로감을 낮춰주게 된다.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8.1m 수준이었다. 말리부 1.35 터보의 37.69m와 비슷한 제동성능이다. 너무 민감하지 않고 그렇다고 둔하게 작동하지 않아 조작하기 쉽다. 제동 테스트가 반복돼도 제동거리는 1m 내외의 편차를 유지했는데, 이는 운전자에게 신뢰감을 높여 준다.

말리부 디젤의 가장 큰 강점은 연비다. 100km/h의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 더욱이 평탄한 도로라면 26km/L 이상의 효율을 쉽게 보여준다. 도로에 고저차가 있다고 해도 21km/L 정도는 무난하게 뽑아낸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 이후 최종적으로 보여준 연비도 15km/L 이상이었는데, 여기엔 와인딩 로드 주행도 포함돼 있다. 이 주행 조건은 연비를 대폭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시험 항목 중 하나다. 참고로 동일한 엔진을 사용했던 트랙스나 크루즈, 이쿼녹스 등도 이 부분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확실히 어떤 환경에서 운전을 해도 연비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 디젤만의 장점이다. 반면 가솔린 모델은 운전자 습관에 따라 꽤 큰 연비 차이가 커지는 특징이 있다.

물론 말리부 디젤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아무래도 디젤 엔진을 수입해 써야 하기에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현대 기아차의 동일한 모델에서 디젤 엔진을 선택하면 200만 원 안쪽의 가격 상승이 이뤄진다. 반면 말리부 디젤은 가솔린 엔진 E-Turbo 모델보다 350만 원이 더 비싸다. 과거엔 오펠이 GM의 계열사였지만 지금은 단순한 엔진 공급원 역할만 한다. 즉, 엔진의 가격 경쟁력을 갖기엔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 측면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최종 가격이다. 한국지엠은 말리부 디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을 더해야 한다.

그렇다면 디젤 버전은 어떤 소비자에게 어울릴까? 만약 연간 주행거리가 2만 km 이상일 정도로 장거리 주행이 잦고, 차를 장기적으로 보유하고자 한다면 디젤이 낫다. 반면 이동거리가 짧고 금방 차를 교체한다면 가솔린 E-TURBO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대략 5년 정도까지는 가솔린 E-TURBO가 금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상부터 디젤 쪽 유지비가 절약되기 시작하고 10년 차가 되면 가솔린 모델 대비 꽤나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물론 연비 보다 성능을 원한다면 2.0 터보를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말리부 디젤의 구성적인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선택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을 키운다. 장거리 주행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모델이 정작 장거리 주행이 불편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때문에 향후에는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구성을 바꿔주면 좋겠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더 달라는 얘기다. 차량의 성향과 그에 맞는 기능들이 잘 어우러져야 상품성과 가치가 높아진다.

어떻게 보면 시기가 좋지 않다. 최근처럼 디젤 엔진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시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리부 디젤은 특히 더 비싸다.

하지만 ‘요즘 디젤 안 좋은데 말리부 디젤도 안 좋아’라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자동차의 모든 기술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의 디젤은 단점이 지나치게 부각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가솔린도 완벽하지 못하다. 때문에 ‘디젤=안 좋아’라는 생각 대신 현재의 환경에서 가솔린이 유리한지 디젤이 유리한지를 따지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분명 시내에서만 돌아다니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고 전국을 누비며 1년에 3만 km 이상 달리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리부는 많이 탈수록 좋은 차다. 연비가 수준급이고 국산 중형 디젤 세단 중 가장 고급스러우면서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장거리 이동이 주목적인 소비자들이 정말 좋아할 승차감이다. 특유의 좋고 고급스러운 승차감 덕분에 피로도가 확실히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전적인 이득도 취할 수 있다.

현재 분위기상 말리부 디젤은 시장에서 선전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이 차가 잘 팔렸으면 좋겠다. 오토뷰가 쉐보레 편이기 때문에? 절대 아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현재 이용 환경이 장거리 이슈가 컸는데 가솔린 대비 연비도 좋고 국산 중형 세단 중 승차감도 가장 좋아서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은 것이다.

남들이 ‘이차는 뭐가 나빠’, ‘이차는 어디가 문제야’, ‘이차는 어디가 이렇데’ 이런 말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환경에서 최적의 차를 선택하는 ‘스마트한 소비자’. 이런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런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팀도 열심히 일한 보람을 느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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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2개가 있습니다. 전체의견 보기
  • toltori (toltori)

    장거리는 아니지만, 우연히 운좋게 얻어탈 기회가 있었습니다. 초반의 극히 잠깐을 제외하고는 디젤이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았고, 디젤 나름의 펀치력도 보여주어서 오호, 이거 특이하네, 괜찮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중속에서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싶었는데, 그게 이상한 게 아니었군요. ^^

    2019-02-28 오전 11:19 의견에 댓글달기
  • 비올레타 (eternals85)

    조금 비싼 값을 하는 디젤세단이라는 거군요. 가격이 성능을 압도하는 가성비에 얽매인 한국시장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모델이지만... 오히려 쉐보레가 영업용 마케팅을 좀 열심히 해주면 고정지지층을 얻을만한 시장인 것 같네요. 생각할 점을 주는 흥미로운 시승기, 항상 감사합니다.

    2019-02-27 오후 08:27 의견에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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