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합의했는데... 美 뉴욕시, 현대기아차 도난 사고 늘자 소송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3.06.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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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뉴욕시가 10대들의 현대기아차의 절도 놀이와 관련해 현대차 그룹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도난 방지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다.

소송의 주체인 뉴욕시는 현대기아차가 도난 당하기 쉬운 차들을 판매하는 등 자동차 제조사로의 의무 태만을 자행했다며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송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징벌적 배상을 청구해 현대차그룹이 패소할 경우 과장금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을 시작으로 최근인 2022년형 자동차에도 도난 방지 시스템인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하지 않았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에 암호화 된 칩을 넣어 동일한 코드가 일치할 때만 시동을 걸어주는 기능이다. 또한 이모빌라이저는 이미 십 수년전부터 보편화 된 최소한의 도난 안전장치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를 장착하지 않고 출시되는 자동차는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해 10대 차량 절도단이 기아차를 훔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밝혀졌다. 이들은 주로 기아차를 훔쳤는데, 그 때문에 기아보이즈(Kia Boys)라고 불린다. 이 유튜브 영상이 퍼지면서 미국 내 다양한 지역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했고, 10대들은 차량을 훔치는 장면을 다양한 SNS 등에 업데이트하며 절도 실적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소송을 제기한 뉴욕시는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의 차량 도난 신고가 대폭 늘었다고 밝혔는데, 올 1~4월까지 신고된 것만 977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인 2022년 1~4월 신고 건수인 148건의 수배에 이르는 결과다.

현대기아차는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미국 판매 자동차 약 830만대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현대차는 2021년 11월부터 자사가 판매한 모든 차량에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장착해 도난 위험을 줄이는 한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안전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원격으로 도어락을 잠그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만든다는 방침이다. 또한 소프트웨어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차량에 대해서는 스티어링휠(핸들)에 거는 형태의 도난방지 자물쇠 구매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익숙하지 않지만 이와 같은 형태의 도난 방지 장치는 페달과 스티어링을 묶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형태로 80~90년대 국내 시장에서도 일부 사용자들이 사용한 바 있다. 물리적인 형태도 운전을 불가능 하게 하는 장비인데, 크기가 크고 번거롭다는 단점을 가진다.

문제는 이번 소송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샌디에고, 클리블랜드, 볼티모어, 시애틀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같은 건을 대상으로 소송을 낸 바 있다. 국내 시장과 달리 미국은 징벌적 배상이 강화 된 국가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수백, 수 천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것이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아 추가적인 부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법규로 의무화 된 장치는 아니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법규로 규정되지 않은 장비라는 점을 변호인단을 통해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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