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테슬라가 시도? 비(非)희토류 모터의 어제와 오늘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3.05.18 13: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슬라가 지난 3월 1일 열린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통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은 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확히 희토류 없이 전기모터를 만들겠다고 언급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미 테슬라는 모델 S와 모델 X를 내놨을 때 희토류가 사용되지 않은 모터를 썼었다. 전기가 흐르면 자력을 발휘하는 전자석 방식 모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석을 사용하는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었다. 때문에 모델 3와 모델 Y를 내놓으면서 자석을 활용한 모터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테슬라가 발표한 내용은 자석을 사용하되 희토류가 쓰이지 않은 자석으로 모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바 비(非)희토류 모터다.

테슬라의 계획은 희토류를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0g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상 물질은 네오디뮴이다. 정확히 네오디뮴철붕소(NdFeB)를 바탕으로 고온 환경서 자기 특성 유지를 위해 디스프로슘(Dysprosium) 코팅이 이뤄진 자석이다. 네오디뮴으로 만든 자석 3kg은 300kg 이상의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만큼 강력한 자석이고, 자력의 세기만큼 효율적이고 강력한 모터를 만들기 용이하다.

네오디뮴을 사용하지 않는 자석을 만들려는 이유는 친환경 적인 방법으로 친환경차를 생산하기 위함이다. 희토류는 심각한 오염 산업으로 꼽힌다.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이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광산과 하천은 물론 주변 마을까지 병들게 만든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거의 모든 희토류는 중국에서 만들어 수출되고 있다. 광물 자체는 나름 흔하지만 상품화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 희귀해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친환경을 외쳤지만 실상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시작은 2008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계기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려고 나섰다. ‘중동은 석유, 중국은 희토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은 현재 희토류 채굴, 가공, 제품화를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이 때문에 희토류 공급을 인질 삼아 세계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테슬라의 이번 발표는 더 이상 중국 손 위에서 놀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나 같다.

문제는 희토류를 쓰지 않으려면 새로운 자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탈희토류 모터 기술 개발은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SR(Switched Reluctance) 모터의 구조개량 기술과 페라이트(Ferrite) 자석을 사용하는 것이다.

SR모터란 영구자석 없이 자기저항 경로를 변화시켜 회전력을 발생시키는 모터다. 자석 자체를 쓰지 않기 때문에 희토류를 전혀 사용할 필요가 없다. 유사한 방식으로 인덕션 모터가 있다. 구리 배선에 자기장을 만들어 모터에 전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효율 면에서 자석을 사용한 모터보다 떨어지며, 그만큼 주행거리 부분에서도 손해를 본다. 테슬라 모델 S에 탑재했던 모터가 이 방식이다.

페라이트란 산화철을 포함한 자성체 세라믹을 뜻한다. 페라이트의 자화 특성을 개선하여 모터의 영구자석으로 사용하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고도 모터를 만들 수 있다. 테슬라가 비희토류 모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술이 페라이트 모터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전기차 모터 개발을 진행 중일까? 이미 테슬라처럼 자석을 쓰지 않는 모터를 탑재하거나 희토류 양을 줄인 자석이 탑재된 모터를 개발해 탑재 중이다. 궁극적으로 비희토류 자석 모터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테슬라만 새로운 모터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른 시기부터 비희토류 모터 개발이 진행 중이었다.

토요타는 2012년부터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자석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년이 지난 2018년 2월, 토요타는 세계 최초로 네오디뮴을 줄이고 열에 대한 내구성까지 갖춘 새로운 자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토요타의 자석은 일반적인 전기차 모터 대비 네오디뮴 사용양을 50%까지 줄였다. 이로 인해 부족해진 성능과 내열성을 란타넘(lanthanum)과 세륨(cerium)으로 대체했다. 여기에 성능저하를 억제시키는 신기술을 채택해 기존 네오디뮴 자석과 동등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닛산도 2012년부터 디스프로슘을 40% 감소시킨 모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혼다는 2016년 하이브리드 차량용 모터에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은 모터를 쓰겠다고 밝혔다.

BMW는 5세대 eDrive 기술을 통해 비희토류 모터를 양산 중이다. 정확히 희토류가 안들어간 자석이 아니라 자석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를 쓰는 것이다. 이 모터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모델이 X3의 전기차 버전인 iX3. 이 모터는 AC 동기 모터(AC synchronous motor)로 불리며, 브러시와 정류자를 사용해 로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쓴다. 브러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과거 기술처럼 보이지만 BMW는 더 높은 에너지 밀도, 더 빠른 스위칭 주파수, 더 나은 열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터 브러시 수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네오디뮴을 활용한 영구 자석을 사용하지만 나머지 2가지 희토류인 테르븀(Terbium)과 디스프로슘(Dysprosium)를 쓰지 않기로 했다. 또한, 모든 전기차 라인업 중 후륜에는 영구 자석 모터를, 전륜에는 자석이 없는 모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GM은 토요타와 같은 노선을 택했다. 자석을 이용하지만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 얼티움 드라이브 유닛(Ultium Drive Unit)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전기모터는 180kW(245마력) 전륜 구동 모터와 255kW(347마력) 후륜 구동 모터, 여기에 62kW(84마력)를 발휘하는 AWD 어시스트 모터까지 총 세 개의 모터로 구성된다. 이 모터가 처음 사용된 모델은 GMC 허머 EV다. 이에 앞서 쉐보레 볼트 EV에는 네오디뮴과 페라이트를 함께 사용한 모터를 사용해 희토류 사용을 줄인 바 있다.

르노와 발레오(Valeo), 지멘스(Siemens)는 EESM(electrically excited synchronous motor)를 개발했다. 원래는 자석이 있어야 할 회전자 자리를 구리로 대체해 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이다. 이 모터는 메간 E-테크 일렉트릭(Megane E-TECH Electric)을 통해 탑재되기 시작했으며, 향후 르노의 다양한 전기차에 쓰일 계획이다.

독일 비테스코 테크롤로지스(Vitesco Technologies)도 지난 2022년 르노와 동일한 EESM 모터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자석을 이용한 PSM(Permanently excited Synchronous Machines) 모터 양산이 주를 이뤘지만 자석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약점을 기술로 극복했다고 전했다. 특히 고속 영역에서 PSM 모터보다 효율적이라는 점, 동시에 PSM 모터보다 가격도 저렴하며 이산화탄소 발자국도 희토류 채굴만큼 줄어들어 지속가능성을 겸비했다고 강조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인 말레(Mahle)도 자석대신 구리를 활용한 전자석을 이용한 모터를 개발했다. 말레의 모터는 고온 환경에서도 95% 이상의 효율을 갖고 있으며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96%의 효율을 보여준다. 온도 상승에 따른 출력 변화를 낮춘 것이 특징으로, 일반 승용차 뿐 아니라 높은 부하가 걸리는 상용차까지 대응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ZF는 모든 종류의 모터를 다 만든다. 영구 자석을 사용한 모터부터 비희토류 모터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68마력부터 750마력, 400볼트와 800볼트, 직경 150mm부터 400mm, 소형차부터 대형 트럭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자석 대신 자기유도 방식의 모터를 개발한 것도 2015년으로 빠른 편에 속한다.

미국 보그워너(BorgWarner)는 HVH(High-Voltage Hairpin) 모터를 개발했다.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혹은 레인지익스텐더와 같이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차량을 위한 모터라는 점이 특징이다. 전기차용 모터는 자기유도 방식을 통해 동력을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마찰 손실의 원인이 되는 기계적 접촉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 무선 유도 전력 전송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영국 자동차 부품업체 리카르도(Ricardo)는 2015년 비희토류 모터를 개발했다. 리카르도의 모터는 SR 모터 계열이다. 첫 완성품은 85kW(약 115마력)를 발휘하는 모터이며, 자체적으로 래피드SR(Rapid Design and Development of a Switched Reluctance Traction Motor)이라는 화려한 이름을 붙였다. 전기차에 필요한 성능과 소형 패키징화, 경량화가 이뤄지면서 비용까지 낮췄다는 것이 리카르도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도 비희토류 모터를 개발 중이다. 아직 연구 개발단계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은 다른 업체들과 다르지 않다.

리서치 조사 기관인 IdTechEX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모터의 77%는 네오디뮴 자석이 사용됐다. 자석을 이용하지 않는 인덕션 모터가 17%, 외부 동기 모터 방식은 6%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 업체들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모터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나서면서 비희토류 모터의 종류와 방식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