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는 안전하지 않다? ... KNCAP 점수 낮은 이유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3.02.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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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과 2022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 결과를 발표했다. 총 7개 차종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으며, 기아 니로 EV, 현대 아이오닉6, 제네시스 GV70이 1등급을 획득했다.

BMW X3와 쌍용 토레스는 2등급, 볼보 XC40 리차지는 3등급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판매에 들어간 폴스타 2는 4등급으로 이번 평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소비자들이 관심 갖는 것은 볼보와 폴스타의 평가 결과다. 볼보와 폴스타는 이미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NHTSA & IIHS)과 유럽(Euro NCAP)에서 우수한 안전 성능을 검증받았다. 문제는 한국(KNCAP)에서만 유독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

이유는 한국 KNCAP만의 ‘등급 조정 방식’에 있다. 쉽게 다른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아도 한 항목에서 70점 이하를 받으면 종합 등급을 하락시키는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일종의 과락 제도인 것.

이 제도는 2021년까지 충돌 안전성과 외부통행자안전성 항목에만 적용됐다. 당시 폭스바겐 티구안이 4등급, 제타가 5등급을 받은 이유인데, 결과 공개 이후 큰 논란에 쌓인 바 있다. KNCAP은 이 방식을 2022년부터 사고예방안전성 분야까지 확대 적용했다.

유로 NCAP에도 유사한 평가 방식이 있다. 충돌 시험 평가시 탑승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부상 위험이 발견되면 점수를 주지 않는 것. 안전장비가 탑재되지 않은 모델도 별점을 주지 않고 있다. 다만 KNCAP처럼 일부 항목을 원인으로 전체 평가 자체를 뒤바꾸지는 않는다.

볼보 XC40 리차지와 폴스타 2가 낮은 등급을 받은 원인도 여기에 있다. 볼보 XC40 리차지의 종합 점수는 83.7점, 폴스타 2는 84.4점이다.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80점 이상. 그럼에도 사고예방안전성 점수가 낮아 각각 3등급과 4등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예방안전성(20점 만점)에서 XC40 리차지는 11.2점, 폴스타 2는 9.19점을 받았다. 해당 분야에는 비상 자동 제동장치, 차로 유지 지원장치, 사각지대 감시장치, 후측방 접근 경고 장치, 최고 속도 제한 장치, 긴급 조향 항목 등이 속해있다. XC40과 폴스타2는 차로 유지 지원장치(4점 만점)에서 각각 0점과 1점을 받았다.

이유는 XC40 리차지와 폴스타 2가 국내 도로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았기 때문. 예를 들어 속도제한표시는 인지했지만 어린이보호구역은 인지하지 못하는 등 한국만의 특정 환경까지 감안해 작동하지 않았다.

또 내비게이션 및 표지판 정보를 인식해 크로즈 컨트롤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거나 전방 코너를 인식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 주는 등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 역시 감점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국산차 특화 기술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상당수 제조사들이 구현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

그렇다고 볼보 XC40 리차지와 폴스타 2가 국내 환경에서 무조건 낮은 점수를 받은 것만은 아니다. 외부통행자 안전성 평가에서 폴스타 2가 현대 아이오닉 6보다 우수한 점수를 받기도 했다. 아이오닉 6는 야간에 보행자 감지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2점 만점 중 0점을 받았다.

문제는 평가 과정이 아닌 해석이다. 한국의 KNCAP의 평가 방법 자체는 미국과 유럽의 안전도 평가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결과를 바탕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이 다르고, 이것이 볼보와 폴스타가 ‘안전도가 낮다’라고 평가받게 된 이유다.

이번 KNCAP의 평가 결과로 인해 국산차는 ‘최고의 안전한 차’, 수입차는 ‘안전하지 않은 차’라는 낙인이 2년 연속으로 찍히게 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KNCAP이 국내 제조사에만 우호적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여지도 높아졌다.

지난해 제타와 티구안의 평가 결과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국토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이번 결과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 한 전문가는 국내 시험 기관만의 특화된 시험법 추가는 환영하나 해석을 달리해 해외 기관들과 상이한 결과를 내놓는 것은 논란을 남긴다며 향후 KNCAP이 대중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유로 NCAP의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를 각 매체로 전달했다. 반면 국내에서 진행된 KNCAP의 최고 점수 획득 관련 소식은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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