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전기차와 함께 드럼 브레이크가 돌아온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11.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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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브레이크는 122년 전인 1900년, 마이바흐(Maybach)에 의해 개발됐다. 이전에는 가죽끈으로 바퀴를 멈추는 띠 브레이크, 나무와 나무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우드 브레이크를 사용했었다. 마이바흐가 개발한 드럼 브레이크는 자동차 안전 성능 향상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드럼 브레이크 이미지는 좋지 않다. 트럭, 버스를 제외하면 경차 또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초저가 자동차 정도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도 떨어진다. 저렴하다는 이미지도 있다. 때문에 '드럼 브레이크 = 저가', '디스크 브레이크 = 고급'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다.

그런데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 콘티넨탈(CONTINETAL)이 드럼 브레이크의 부활을 알렸다. 전동화 시대는 드럼 브레이크가 더 어울린다는 것. 어떤 근거로 콘티넨탈처럼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드럼 브레이크 같은 구시대적 기술을 미래 솔루션이라고 강조하는 것일까?

포뮬러 E 경주차에 브레이크가 없다?

FIA 주관 전기차 경주 대회 포뮬러 E의 3세대 경주차에는 특징이 있는데, 후륜에 유압 방식의 브레이크를 장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생 제동 시스템으로 차량의 속도를 줄일 수 있어 유압 브레이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

3세대 포뮬러 E 경주차의 에너지 회생 용량은 600kW 수준으로 2세대 경주차의 2배가 넘는다. 쉐보레 볼트 EV가 리젠 온 디멘드(Regen on Demand) 패들을 당겨 회생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값이 70kW 내외다. 덕분에 3세대 포뮬러 E 경주차는 달릴 때 사용하는 에너지 중 40%가량을 회생 제동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하고 거둬들이는 구조를 갖췄다는 얘기다. 덕분에 에너지 효율이 95%에 이른다. 그리고 회생제동을 통해 경주차의 속도를 줄이는 힘이 일반 유압 브레이크 수준으로 강력해 후륜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앞바퀴는 아직 예외다.

전기차는 디스크 브레이크 이점을 누리기 힘들다?

경주차와 같은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일상용 전기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전기 승용차들이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브레이크 사용 빈도는 크게 감소했다. 신호 대기를 위해 멈춰 있어야 할 때 작동하는 정도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디스크가 외부 환경에 노출돼 있다. 외부 환경에 따라 녹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브레이크는 온도가 일정 수준으로 올라야 최적의 제동성능을 발휘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는 일반적인 디스크 브레이크의 약점 중 하나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디스크 브레이크의 약점을 무시해도 됐다. 디스크 표면에 녹이 슬더라도 몇 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동안 제 컨디션을 찾는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움직이는 동안 브레이크는 항시 사용되며 내연기관 자체가 열원이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차갑게 식는 환경은 만나기 어렵다.

반면 전기차가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여기서 일부 문제를 만날 수 있다. 브레이크 대신 회생제동 시스템 사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디스크 표면이 부식성 요소로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시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제동성능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경고하고 나섰는데, 볼보 등에 브레이크 시스템을 납품하는 플로비(Floby AB)의 R&D 연구진이 모던 콘셉트인 메트리얼 사이언스(Modern Concepts in Material Science) 과학 전문 저널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여기서도 같은 내용이 부각되는데, 내연기관 자동차의 브레이크는 항시 작동하기 때문에 부식에 저항성을 갖는데, 전기차는 디스크 사용 비중이 적어 부식 관련 산화층이 빠르게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완전한 고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밝혔다. 이 때문에 부품업계는 디스크 부식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드의 개발 및 디스크 소재 변경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요구한다는 얘기다.

앞서 얘기된 논문에 따르면 대표적인 문제로 브레이크가 떨리는 저더(judder) 현상이 꼽혔다. 또, 긴급 제동 등 돌발 상황 대처 능력 저하 및 ADAS 기능 약화도 꼽았다.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100% 최대 제동력이 나와야 함에도 녹과 온도의 문제를 만나 제동거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는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 자동차 특성상 이상적이지 않은 문제다.

전기차 브레이크 솔루션 결과가 드럼 브레이크?

콘티넨탈은 위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드럼 브레이크를 꼽고 있다. 이를 위해 현세대 기술 일부를 옮겨 담았다.

우선 브레이크 사용량 저하에 따른 부식 관련 문제를 드럼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드럼이라는 하우징 안에 브레이크 슈와 풀리, 스프링 등 제동 시스템이 완전히 밀폐된 구조 안에 있는데, 이것이 부식 가능성을 낮춘다.

드럼 브레이크는 단위 면적당 발휘되는 제동력이 디스크 브레이크 방식보다 강력하다. 드럼브레이크 둘레에 해당하는 넓은 마찰 면적, 자기배력 효과로 인해 면적과 압력 대비 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밀폐된 구조를 갖춰 일정 수준 열을 머금고 있을 가능성이 문제이긴 하다. 때문에 트랙 주행 같은 환경에서의 사용은 적절치 않지만 평상시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긴급 상황 시 몇 차례 정도 큰 힘을 내 차량을 멈추게 하기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미립자 배출도 막을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까지 유로 7 배출가스 기준과 함께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까지 저감 시키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도 문제지만 브레이크에서 만들어지는 분진과 같은 미립자도 환경 오염, 신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2010년대 중반부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UN 산하 자동차 국제 기준 관련 기구인 WP29는 2018년 브레이크 분진 표준 계측 방법을 결정했다. 일본 환경성은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미립자 배출량에 대한 조사도 실시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환경 자연보호 연구소는 자동차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디젤 배기가스가 아니라 마모 과정이라는 시험 결과도 내놨다. 측정 결과에 따르면, 교통 운행조건에서 입자크기 PM10(지름 10 ㎛ 크기까지)의 85%가 타이어, 브레이크, 노면 마모 등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이다.

드럼 브레이크는 구조적으로 시스템이 밀폐돼 있어 미립자가 외부로 방출되지 않는다. 미립자를 드럼 내부에 축적해 브레이크 수집 및 폐기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식 방식에 신기술을 더하다

콘티넨탈이 쓴 것이 과거 드럼 브레이크 그대로의 것은 아니다.

드럼 브레이크를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Brake by wire) 방식으로 만들었다. 기계적인 연결 과정 없이 전기 신호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설치만 하면 된다. 장착하고 연결만 하면 바로 작동하는 플러그 & 플레이(Plug & Play) 방식으로 브레이크 시스템의 모듈화가 가능해졌다.

전기모터가 브레이크 부스터 역할을 한다. 과거 드럼 방식처럼 유압 호수와 연결되지 않는 방식이다. 때문에 브레이크 오일을 교체하거나 오일이 드럼 사이로 새어 나오는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자식으로 제어되기 때문에 드럼 브레이크 특유의 단점도 줄일 수 있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떼도 일정 시간 동안 제동력이 전달되는 현상이 억제된다. 부가적으로 제동 감각도 개선 효과도 있다고.

외부 디자인도 새롭게 했다. 볼품없게 생긴 드럼 디자인을 공기역학 성능을 고려한 캡슐 형태로 바꿨다. 덕분에 캘리퍼와 디스크가 노출된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 대비 회전저항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미미하지만 주행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킹 브레이크 역할도 겸한다. 디스크 브레이크에서 사용하던 파킹 브레이크 대비 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추가적인 부품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원가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콘티넨탈은 이 부분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드럼 브레이크가 전기차의 미래일까?

여기까지가 콘티넨탈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 브레이크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생각에 같은 독일 국적의 폭스바겐이 참가했다. 전기차 ID.3와 ID.4에 최초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브레이크의 내구성도 일반 디스크 브레이크 대비 2배에 이른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발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낸다. 전기차 대부분은 브레이크 시스템 사용빈도가 낮기 때문에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오랜 기간 동안 부품 교체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조상의 한계로 물리적인 제동성능과 지속 성능이 중요한 고성능 모델에는 적합하지 않는다는 한계점도 있다.

그러나 콘티넨탈은 드럼 브레이크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현재는 후륜 브레이크에 드럼 브레이크를 장착하는 수준이지만 궁극적으로 전륜에도 드럼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의견이다. 다른 제조사의 생각은 어떨까?

전기차는 그 어떤 차보다 효율을 중시한다. 미래 전기차 브레이크 디자인, 지금의 디스크 시스템이 '나 때는...'으로 회상될 날이 오지는 않을까?

독일 최고 부품 기업과 유럽 최대 자동차 브랜드의 만남, 우리 그리고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이들의 행보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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