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가 표정으로 즐거움 읽는 실험한 이유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11.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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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의 하이 퍼포먼스 브랜드, 아바스(Abarth)가 탑승객의 표정을 인식해 즐거움의 정도를 인지하는 기술을 실험 중이다.

최근 들어 다수의 브랜드들이 탑승객의 상태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볼보다. 볼보는 최근 발표한 EX90 콘셉트에서 이에 해당하는 기술을 소개했는데, 요약해 보면 차량 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차량 내에 타고 있는 아이나 강아지의 상태까지도 체크한다는 것이다. 향후 기술이 완성되면 네트워크와 연결해 사고 상황에 보다 신속한 대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탑승객의 상태를 인식하는 기술은 대체로 안전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비슷한 기술이지만 좀 다른 쪽으로 응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최근 아바스는 다양한 버전의 595와 함께 트랙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미 시판 중인 자동차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이상 트랙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차를 가지고 나온 것은 좀 색다른 실험 때문이었다.

이들은 대학 연구진과 함께 자동차에 특별한 장치를 설치했는데, 안면 인식이 가능한 카메라와 함께 탑승객의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였다. 이날 운전은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들이 진행했으며, 탑승객은 이와 같은 한계 상황의 드라이빙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레이싱 드라이버가 운전을 하는 동안 달라지는 탑승객의 상태를 체크함과 동시에 이들의 표정과 심박수 데이터를 통해 과연 이들이 어떤 감정인지 조사하고자 했다. 몇 랩 가량을 소화한 후 이번에는 위치를 바꾸어 탑승객이 운전자가 되었을 때는 어떤 감정인지도 교차 체크했다.

그 결과 양쪽 모두 비슷하게 행복, 즐거움의 징후가 나타났다고 한다. 승객으로 탑승했을 때 조금 더 즐겁다는 신호가 35.4%로 포착됐고, 직접 운전했을 때에도 31.8% 정도는 행복하다는 징후로 집계됐다. 다만 11.9% 동안 탑승객은 공포와 충격의 감정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향후 트랙 데이에서 전문 인스트럭터가 택시 타임을 어느 정도 배정해야 하는지 보다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 기술이 어떤 형태로 자동차에 반영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물론 볼보처럼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심박수 데이터를 수집한다거나 카메라로 실내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면 분명 트랙이나 와인딩 로드에서 마주한 위기로부터 운전자와 탑승자를 보다 빨리 치료할 수 있다.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자면 가령 과격한 운전 중 함께 탄 승객이 공포를 느끼는 정도가 심할 경우 차가 알아서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하거나 혹은 운전을 좀 더 부드럽게 할 것을 권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지루함을 인식할 수 있다면 오히려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권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바스의 자동차들이 분명한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함께 타고 있을 때도 그렇지만 스스로 운전할 때도 행복과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승객의 표정과 심박수 사이의 관련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적어도 운전이라는 행동이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 데이터로 수집됐다.

향후 이 기술들이 자동차를 평가하는 장비로 채택된다면 어떤 자동차가 더 큰 행복을 주는지 관찰하는 재미있는 계측 장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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