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포뮬러1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10.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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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와 아우디까지 포뮬러1으로 진출했다. 남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제 BMW뿐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뮬러1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26년 포뮬러1의 엔진 규정이 대대적으로 수정되면서 포르쉐와 아우디가 포뮬러1 참가를 발표했다. 엔진 규정 변경이 먼저인지 혹은 포르쉐와 아우디의 관심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포뮬러1은 2026년부터 합성 연료를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공교롭게도 이는 폭스바겐그룹의 최근 정책과 맞아떨어졌다.

물론 참가 과정이 마냥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행히 아우디는 자우버와 함께 일찌감치 계약을 체결하고 새 엔진 개발에 착수한 듯 보이지만 포르쉐는 원래 계획했던 레드불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난항을 겪고 있기는 하나 참가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만큼 어떻게든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것이다.

아직 메르세데스 AMG가 포뮬러1 철수를 발표하지 않았으니 이대로 2026년까지 계속된다면 현존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모두 F1에 참가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 팬들로써는 이보다 더 설레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BMW다.

21세기 들어 BMW는 다시 한번 포뮬러1을 찾았다. 처음에는 윌리엄스의 엔진 서플라이어였고, 이후에는 자우버와 함께 네 시즌을 함께 했다. 대략 10번의 시즌을 보내는 동안 이들이 거둔 성적은 애석하게도 보잘것없었다. 72번의 레이스에 참가해 308포인트를 획득하는 동안 이들이 차지한 레이스 우승은 고작 한 번뿐이었다.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브랜드치고는 확실히 아쉬운 성적이다.

결국 이들은 2009년 시즌을 끝으로 자우버에게 큰 자산을 남겨주고 포뮬러1을 떠났다. 그리고 더는 이곳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사이 DTM을 다시 시작했고, WEC에도 참가했으며 포뮬러 E 활동도 이어갔다. 그럼에도 현재 다른 모든 독일 프리미엄 제조사들이 참가하는 포뮬러1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아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이들은 포뮬러1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BMW 모터스포츠 CEO, 안드레아스 루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만약 포뮬러1에 참가한다면 오랜 시간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과로 돌아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모터스포츠 프로젝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높은 투자비용 대비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메르세데스도 지금의 영광을 누리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을 중위권 그룹에서 버둥거려야 했다. 온갖 조롱과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BMW는 현재 전동화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참가하려고 준비 중인 LMDh는 포뮬러1의 2026년 변화 방향과도 맞을뿐더러 전동화 프로젝트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프로젝트는 LMDh가 맞습니다.” 라고 설명한 안드레아스 루스는 여기에 더해 “우리는 마케팅 목적만 가지고 모터스포츠를 하진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LMDh는 포뮬러1보다 훨씬 합리적인 비용으로 참가할 수 있는 레이스인데다가 규정의 자유도가 높아 엔진을 개발, 공급하는 제조사에게는 꽤 매력적인 시리즈다. 그래서 포르쉐도 포뮬러1 참가 이전까지 이 시리즈에 투자할 것이라 발표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개발 및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포뮬러1이 그토록 바라는 북미 시장 홍보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접근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6년 이후 독일 4개 프리미엄 브랜드가 포뮬러1에서 경쟁하기 시작하면 팬들은 분명 BMW의 자세를 비판할 것이다. 모두가 참가하는데 왜 BMW만 참가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포뮬러1이 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징성만큼은 그 어떤 모터스포츠 시리즈보다 크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으며, EV와 합성연료 내연기관 투트랙 전략이 현재 독일 브랜드의 전략이 된 만큼 BMW도 포뮬러1 참가를 고려해 볼 필요는 있다. 그들의 결심과 결정이 무엇이든 존중해야 하겠지만, 팬들에게는 다섯 개의 독일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만큼 기다려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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