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BMW i3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8.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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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의 서막을 개척했던 BMW i3의 단종이 결정됨에 따라 BMW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인도 물량에 특별한 감성을 더한 에디션을 공개했다.

오늘날 전기차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장르의 자동차가 아니다. 신차 구입 의사를 가진 사람 중 과반수 가량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전기차는 이제 우리의 삶 속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이제는 생활 필수품이 된 자동차도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던 것처럼 전기차의 시작 역시 비슷했다. 그렇다면 어떤 차가 전기차 시대의 시작을 알렸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핏 테슬라를 떠올릴 테지만, 그보다 앞서 전기차 시대의 서막을 연 브랜드가 있다. 바로 BMW다. (물론 그전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훨씬 이전부터 전기차를 연구했다.) BMW는 이미 1970년대부터 초기 형태의 전기차를 제작해 테스트했다. 1602를 기반으로 다량의 축전기를 탑재했던 초창기 전기차의 성능은 아쉽게도 초라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배터리 기술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기 때문이다.

이후 다수의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컨셉트카로 제안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그것도 대량생산 메이커가 생산을 시작한 것은 BMW가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좋다. 그 당시 BMW가 제작했던 모델이 바로 i3다. i3가 처음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였고, 이후 2년 만에 양산이 시작되어 2013년 첫 번째 차가 고객에게 인도되었다.

처음 출시되고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i3는 여전히 파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로써 등장했기 때문에 당시 BMW가 보유하고 있던 특별한 기술들이 대거 동원됐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CFRP로 제작된 패신저 셀이었다. 이 셀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파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지금까지도 CFRP 파츠의 대량 생산은 생산 방식이나 효율성 측면 그리고 소재의 수급 부분에서 무척 까다롭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는 탓에 무엇보다 제작 단가가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하지만 BMW는 미국의 SGL과 조인트 벤처를 형성해 카본 파츠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이들의 기술 개발에 의해 만들어진 첫 번째 파츠 중 하나가 바로 M3에 사용됐던 카본 루프였다. 그리고 그다음이 i8과 함께 등장한 i3의 차체였다. 이렇게 BMW는 배터리의 주행 거리 확보를 위해 보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를 찾았고, 오늘날 슈퍼카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못하는 카본 차체를 가진 자동차를 대중을 위해 공급한 거의 첫 번째 회사가 됐다.

CFRP로 제작된 강한 차체 덕분에 i3는 B 필러를 생략할 수 있었으며, 작지만 넓고 타기 쉬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사고가 나면 수습이 쉽지 않다는 것과 함께 수리나 복원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이 차를 적지 않은 가격에 판매한 것은 그야말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i3는 부분적 개량을 거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전기차로써 i3의 성능과 주행거리를 훌쩍 뛰어넘는 수많은 경쟁 차종들이 등장했음에도 i3는 거의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다.

태생적으로 작은 차체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 사이즈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최대 주행거리는 180km~200km 남짓이었고,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레인지 익스텐더라고 불리는 BMW 모터라드 엔진을 탑재한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그나마 320km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거듭 이야기하면 그 사이 400km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전기차들이 무수히 쏟아졌고, 그렇게 i3는 시장에서 서서히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i3는 자동차 역사에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훌륭한 시도였고 기억해 둘 만한 자동차다. 10년 동안 페이스리프트 혹은 풀체인지 없이 꾸준히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소비자들에게는 i3가 가장 적당한 운전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BMW i3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중적인 자동차는 아니었다. 여전히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고, 10년간 250,000대가량이 판매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 없는 자동차다.

결국 BMW는 i3를 단종시키기로 결정했고, 올해가 전기차 역사의 서막을 알린 i3가 마지막으로 생산되는 해다. 이미 지난 6월을 끝으로 i3의 생산은 중단됐다. 과감한 도전, 미래를 향한 비전을 담은 i3의 단종을 기념하기 위해 BMW는 마지막 남은 18대의 인도 물량에 아주 특별한 감성을 더했다.

바로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은 갈바닉 골드와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을 더한 에디션을 출시한 것이다. BMW 역사에 남을 만한 이 모델의 마지막을 황금빛으로 물들인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BMW는 마지막 18대를 모두 BMW 벨트에 전시해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i3의 마지막을 기념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객들을 모두 초청, 이곳에서 직접 집으로 마지막 i3를 가져갈 수 있는 세리머니도 준비했다.

물론 i3의 단종을 마냥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이미 BMW에는 iX를 시작으로 다양한 i 시리즈들이 출시됐고, i3보다 훨씬 더 큰 공간과 더 먼 주행거리, 그리고 BMW 다운 드라이빙 감성과 퍼포먼스를 갖고 있는 수많은 전기차들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i3가 보여줬던 타임리스에 가까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독특한 기어 셀렉터와 지속 가능한 소재로 채워진 실내 그리고 독특한 운전 감각을 가진 i3의 감성을 대신할 차는 아쉽게도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인류 역사의 미래에 동참한다는 사명감에 가까운 특별한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 점이 i3의 단종을 맞이한 현시점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될 듯하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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