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월드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 돌연 은퇴 선언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7.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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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네 번의 월드 챔피언을 차지했던 독일의 포뮬러1 드라이버, 제바스티안 페텔이 돌연 은퇴를 발표했다.

2022 포뮬러1 시즌, 상반기 마지막 레이스인 헝가리 그랑프리를 앞두고 독일의 포뮬러1 드라이버 제바스티안 페텔이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다. 사실 그의 은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2007년 BMW 자우버에서 데뷔해 지금까지 15시즌을 포뮬러1에서 보내고 있는 그는 2008년 토로 로소에게 깜짝 우승을 선물해 주기도 했으며, 2009년 레드불 레이싱으로 건너와 아주 젊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데뷔 당시부터 최연소 기록을 마구 갈아치웠는데, 최연소 데뷔, 최연소 포인트 피니쉬, 최연소 우승을 포함해 무려 다섯 가지의 최연소 기록을 힙쓸어 갔을 정도로 엄청난 기량과 재능을 뽐냈다. 하지만 그가 보유한 대부분의 최연소 기록과 더불어 네 번의 월드 챔피언 그리고 그 외 수많은 기록들은 모두 레드불 레이싱에서 활동할 당시 작성한 것들이었다.

따라서 레드불 레이싱이 사실상 그의 커리어에 전성기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게 자신을 후원하고 육성해 준 레드불 레이싱과 2015년을 끝으로 결별했다. 결별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그를 원했기 때문이다. 아일톤 세나조차도 페라리와 함께 할 순간을 기다렸을 정도로 모든 드라이버들이 꿈꾸는 팀이었던 만큼 페텔 역시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파워 트레인으로 바뀌었던 그 무렵, 레드불 레이싱은 르노와 결별하면서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우승할 수 없는 레이스카를 앞에 두고 디펜딩 챔피언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편 레드불 레이싱도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가동하려면 제바스티안 페텔처럼 성공한 드라이버가 팀을 떠나줘야만 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화려했던 두 관계는 비교적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바스티안 페텔의 전성기도 함께 마무리된 듯했다. 물론 페라리와 함께 페텔은 13번의 우승과 수많은 포디엄을 기록했지만 이탈리안 팀이 쿼드러플 챔피언에 원한 건 이런 성적이 아니었다. 물론 값진 우승이고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기록임에 틀림없으나, 리오넬 메시를 영입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16강 정도에 만족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페라리와의 마지막은 썩 개운치 않았다. 특히 마지막 2020 시즌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이었고 오직 한 번의 포디엄만 기록했을 뿐이었다. 당연히 페라리도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겠지만, 페텔 역시 이 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페라리는 이미 그를 대신할 모나코 출신의 팀 메이트, 샤를 르클레르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이탈리아어까지 공부해가며 꿈에도 그리던 페라리와 함께 여섯 시즌을 보낸 후 그는 다음 팀을 찾아야만 했다. 그 사이 착실히 모아두었던 페라리 로드카들도 모두 처분했다.

당시 페라리와 결별을 앞두고 레드불 레이싱으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왔으나 친정팀, 레드불 레이싱도 이미 훌륭한 대체 자원인 막스 페르스타펜과 함께였다. 독일 출신이기 때문에 메르세데스 AMG F1팀으로 가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지만 그곳에는 청소년기부터 치열하게 경쟁했던 루이스 해밀턴이 자리 잡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함께 할 수 있는 이른바 우승할 수 있는 팀은 사실상 없었다.

결국 최종 선택은 레이싱 포인트에서 애스턴 마틴으로 이름을 변경한 애스턴 마틴 포뮬러1 팀이었다. 어떤 계약 조건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팀 역시 제바스티안 페텔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팀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팀 오너이자 애스턴 마틴 최대 주주인 로렌스 스트롤의 아들, 랜스 스트롤이 그의 팀 메이트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1년 시즌을 보낸 후 그가 얻은 성적은 종합 12위. 2007년 BMW 자우버와 토로 로소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그때와 상황이 다른 것은 그때는 이제 막 데뷔한 루키였고, 지금은 이미 네 번이나 월드 챔피언을 차지한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레이싱 드라이버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번 시즌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감염으로 개막전 두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포인트를 획득한 레이스는 고작 네 번뿐이다. 한때 독일 국가를 포뮬러1의 엔딩 테마곡으로 만들었던 페텔에게 이 성적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이러면 본인의 업적은 물론 명예만 실추될 뿐이다.

결국 더 이상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제바스티안 페텔은 끝내 은퇴를 발표했다. 은퇴에 관한 그의 변을 들어봐도 뚜렷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15년간 훌륭한 사람들과 환상적인 일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감사했다,라는 이야기가 전부다.

아직 시즌이 절반가량 남아 있기 때문에 다음 행보에 대한 소식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생 하지 않았던 SNS를 은퇴 발표와 함께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생활 공개를 극도로 꺼리던 그가 은퇴 발표와 함께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는 것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페텔답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첫 번째 피드가 은퇴 발표라는 것이 적잖이 충격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35세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40세를 넘기고도 활동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이며 심지어 60에 가까운 나이에도 활동에 문제가 없는 것이 모터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포뮬러1 은퇴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이번 은퇴가 첫 번째 은퇴일지 아니면 영구적인 은퇴인지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포뮬러1은 또 하나의 세대를 마감하고 있다. 그도 한때는 포스트 미하엘 슈마허로써 엄청난 양의 트로피를 쓸어 담았고, 루이스 해밀턴, 페르난도 알론소와 함께 치열하게 싸웠지만 그 모든 순간을 막스 페르스타펜이나 샤를 르클레르 그리고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새로운 세대들에게 넘겨주었다.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희일비했던 수많은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어떤 장소, 어떤 시리즈 어떤 형태로든 그를 다시 레이스 트랙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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