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함이 경쟁력이긴 한데…

쉐보레 이쿼녹스는 미국에서 잘 팔리는 인기 컴팩트 SUV 중 하나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 ‘엄마 차’로 불린다. 아빠는 포드 F-150, 엄마는 쉐보레 이쿼녹스, 자녀는 기아 쏘울 또는 토요타 코롤라 같은 조합이 미국 중산층의 모습이라 이해하면 쉽다. 그리고 2022년 1분기에는 토요타 RAV4와 혼다 CR-V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한다. 이쿼녹스는 지난 2018년 6월에 출시됐다. 출시 첫해에 1718대가 판매됐으며, 2019년에 2105대가 팔렸다. 하지만 2020년에 들어서며 1492대로 내려 앉았고 2021년에는 552대로 크게 감소했다.

토요타 RAV4는 ‘노 재팬’ 분위기 속에서도 2021년 기준 2095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 티구안의 판매량은 4851대에 이른다. 한국에 공장까지 보유한 쉐보레 입장에서 좋은 실적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던 이쿼녹스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다시 시장에 재도전한다. 모델명은 ‘더 넥스트 이쿼녹스’로 정했다. ‘더 넥스트 스파크’ 때는 나름대로 성공궤도에 올랐는데, 모델명의 변화가 긍정적 측면을 부각할 수 있을까?

디자인이 달라졌다. 헤드램프도 통합형에서 그릴을 중심으로 하는 분할형 방식을 택했다. 아직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테마라고 말하긴 어렵다. 쉐보레가 이쿼녹스 EV와 블레이저 EV를 공개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범퍼 디자인도 보다 세련되게 다듬었다. 과거와 달리 RS 트림이나 프리미엄 트림 구별 없이 보타이 엠블럼도 블랙 컬러로 통일시켰다.

후면부 리어램프 그래픽도 변경했다. 머플러는 감춰진 형태를 유지하는데 스키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넣었다. 페이스리프트이기에 디자인 변화가 제한적이지만 얼굴(프론트)의 변경이 제법 변화를 느끼게 한다.

실내 디자인은 여전히 투박하다. 사실상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토요타 RAV4, 혼다 CR-V를 봐도 미국서는 이런 디자인에 큰 아쉬움을 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요구 조건은 다르다.

시승 모델인 프리미어 트림에는 메이플 슈가 인테리어라는 이름의 투-톤 컬러 마감이 더해진다. 기존 모델의 투-톤 컬러보다 살짝 톤 다운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비상등 스위치를 반으로 나눠 아이들 스톱 설정 버튼을 넣었다. 이 기능을 싫어하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에 좋은 구성이다.

기어 레버가 트레일블레이저부터 시작된 것이다. 기어레버 상단에 위치했던 수동 변속 버튼도 토글 스위치 방식으로 바꿔 달았다. 기능을 쓰는 소비자가 거의 없다고 해도 사용함에 불편함이 있는 구성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가 작다. 8인치인데 외형적 디자인도 투박하다. 그래도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국내에 공장을 가진 브랜드 답게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도 평균 이상은 된다. 디스플레이 터치 반응속도도 빠르다.

보스(BOSE)와 협업한 사운드 시스템은 7 스피커를 가진다. 음질은 무난하다. 과거 보스는 저음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나름대로의 균형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저음을 희생한 것이 아니라 이쿼녹스의 소비자층인 30~40대 선호 음악과 매칭이 잘 된다.

주행을 시작한다. 지극히 평범, 아니 무난하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도 무난하게 가속하고 스티어링휠 조작에도 제법 좋은 응답성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기본으로 하는데, 대다수 소비자들이 만족도를 느낄 것이다.

대중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적은 뚜렷하다. 하지만 저마다의 색이 녹아있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섀시 중심의 핸들링 성능, 토요타 RAV4는 하이브리드 완성도에 매력이 있다. 이에 비하면 이쿼녹스의 컬러가 다소 옅어 보인다.

그럼에도 장점이 있는데 탄탄한 기본기다. 최고속 영역(190km/h 내외)에서도 느껴지는 안정성과 승차감은 서스펜션 설정에 공을 들였음을 예상하게 한다.

다양한 조건의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안정적인 거동, 밸런스도 좋은 편이다. 물론 재미있는 운전을 추구하는 층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조작을 할 때 차량가 가지는 물리적 한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여줬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는 거동이 좋은 편이랄까?

수치적 성능은 평이해 보인다. 요즘 시대에 172마력 성능, 28.0kgf·m의 토크가 높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4기통 1.5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이 만드는 성능으로 빠지는 편은 아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최단 기록으로 9.77초를 기록했다. 1.6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됐던 이전 모델이 10.66초를 보였으니 1초가량 단축된 셈이다. 덕분에 보다 가볍게 가속되는 느낌이 난다. 빠르고 느림을 더나 저속 토크가 무난하게 나와 운전 편의를 돕는다. 폭스바겐 티구안 디젤 2.0과 비교해도 크게 빠지지 않는 성능이긴 하나 출력에 목마름을 느낄 소비자를 위해 2.0리터 모델(250마력)도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 미국서도 1.5리터 엔진 하나로 통일 됐으니까.

가속페달을 밟고 유지하면 180km/h까지 오른다. 이후에도 속도가 오르지만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 최고속도는 190km/h 부근이지만 그건 오랜 시간과 거리를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일상 영역에서 충분히 여유롭다는 점이다. 그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안정감이 충분하다는 것. 최고속도로 주행을 하며 일부 거친 노면을 만나도 불안감이 없었다.

6단 자동변속기는 평범하다. 칼 같은 변속이나 강력한 토크 대응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부드럽게 엔진 동력을 이어갈 뿐이다. 성능이 높은 2.0리터 터보 사양이었다면 변속기에 대한 불만이 나왔을 법하다. 하지만 현재의 엔진과 궁합이 좋은 편이라 아쉬움은 크지 않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이보다 많은 기어를 사용한다. 지금 트렌드로 보면 6단 보다 7~8단이 더 많이 쓰인다. 물론 최종 기어비를 넓혀 크루징에 대응하는 용도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지만 수치적 성능(?) 또한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부분이다. 이전 우리 팀이 테스트한 투싼은 특정 구간에서 매우 심한 변속 쇼크를 만들어 아쉬움을 줬다. 그보다 기어를 줄이는 편이 낫긴 한데, 그래도 다단화 추세에 편승하면 좋겠다. 물론 특정 모델에서는 10단까지 쓰긴 하지만.

오랜 시간 테스트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무난 내지는 평범. 하지만 이런 무난함에 갖춰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스위처블 AWD다. 타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또는 일부 고성능 모델에서 쓰이는 방식이다. 필요에 따라 2륜과 4륜을 오갈 수 있는데, 2륜 모드에서 연비 효율을 높이고 4륜 모드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 파트타임 4륜 시스템과 유사해 보이지만 모드 변화가 버튼 하나로 이뤄진다.

우리 팀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쿼녹스 2륜과 4륜 어떤 것을 택할까요? 답은 간단하다. 평상시 이쿼녹스의 상당수는 AWD를 갖췄더라도 2WD로 운영되는 시간이 많다. 눈이 많은 지역이면 AWD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도시 중심의 일상용이면 AWD를 택해도 이를 가용할 여건을 만나는 일이 많지 않다. 쉽게 말해 2WD도 충분하다는 애기다.

연비도 무난했다. 하이브리드와 맞먹는 수준은 아니지만 고속도로 100km/h 정속주행 기준 16~17km/L 내외를 보였다. 디젤 모델은 20km/L 가까운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그보다 아쉽긴 하다. 그러나 일상용 SUV로 떨어진다 말하기는 어렵다. 국내서는 배기량의 이점 또한 누릴 수 있으니까. 참고로 정체구간에서는 9km/L 남짓한 연비를 보였다.

제동성능도 무난하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최단 제동거리는 39.59m 수준이었다. 평균 제동거리 40.92m, 최장 42.43m를 기록했다. 브레이크 길들이기 문제였는데, 우리가 만난 테스트카가 고속도로만 주행한 탓인지 길들이기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여러 조건을 감안, 정상 컨디션을 예측하면 40~41m 내외의 제동거리를 보일 것이다. 이 수치는 조금 보수적인 대중 브랜드들이 타겟으로 잡는 제동 거리다. (4계절 타이어 기준)

OE(출고용)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키너지 GT. 235/50 R19 사이즈를 썼다. 초창기 키너지 GT가 OE 타이어로 나왔을 때는 일부 영역에서 다소 불안정한 모습도 보였다. 급작스럽게 공기압이 상승하는 문제, 주행 중 접지성능 하락도 빨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났고,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인지 안정적인 성능을 내주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이쿼녹스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민첩하게 반응해주기도 한다.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도 움직임을 예측하기 쉽다.

ESC 성능도 무난한데 완벽히 꺼지지 않는다. 전복 가능성이 높은 SUV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최근 우리가 테스트한 현대 팰리세이드도 유사한 설정이었다.

표면적으로는 ESC OFF가 가능한데 60km/h를 넘기면 다시 활성화가 된다. 미끄러운 노면 탈출용이다. 다만 ESC 개입 때 시스템 제어에 따른 소음이 있는 편이다.

운전은 쉽다. 스티어링휠 조작 무게감도 적당하고 가속페달 전개에 따른 엔진 반응, 브레이크 페달의 응답성도 딱 업계 표준이다. 민감하지도 둔감하지도 않다. 누구나 쉽게 익숙해지고 편하게 다룰 수 있다.

지속적으로 서술했지만 이쿼녹스를 표현하면 ‘무난 그 자체’다. 하지만 해석을 잘해야 한다. 다양한 항목에서 10점 만점에 5점을 받은 것이 아니라 7~8점 정도의 성적을 꾸준히 보여준다고 보면 된다.

미국서 여성 팬층을 많이 가졌기 때문인지 조금의 배려도 했다. 다른 것보다 실내공간이 넓다. 카시트를 장착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이동하기 수월하다. 수치적으로도 동급에서 휠베이스가 가장 넓은 편에 속하는데, 폭스바겐 티구안과 토요타 RAV4, 혼다 CR-V와 비교해 적게는 35mm부터 많게는 60mm까지 여유로운 휠베이스를 가진다. 4륜 시스템을 갖추고도 전기차 뒷좌석처럼 바닥이 평평하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차박을 하기에도 좋다. 이쿼녹스에는 경쟁모델에 없는 220V 인버터도 갖추고 있어 전자제품을 사용하기 편하다. 의외로 GM은 이와 같은 파워아울렛을 오래 전부터 다양한 차에 쓰고 있다. 물론 전기차의 V2L처럼 큰 사이즈의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트북이나 게임기 등등 우리가 차량 이동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기기 사용은 가능하다. 넉넉한 개수의 USB 포트를 준비한 것도 장점이다.

안전 기능 중 하나로 위험이 감지될 때 시각 또는 청각적 경고를 넘어 햅틱시트를 활용해 진동으로 위험을 알린다. 주차나 저속에서 다가오는 차를 경고할 때도 이 기능이 쓰인다. 처음엔 놀라지만 기능이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신뢰하게 된다. 초기엔 캐딜락 등에 쓰인 기능인데, 지금은 모터 작동의 세련미도 높아져 둔탁한 느낌도 줄었다.

자동주차 기능도 있다. 동급 경쟁모델에서 보기 힘든 기능이다. 차가 커서 주차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반길 수 있는 기능이다. GM의 자동주차 기술은 예전부터 인식률이 좋았다.

ISO FIX를 작은 커버 사이에 살짝 노출시켜 카시트를 장착을 쉽게 했다. 발을 넣어 테일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기능은 다양한 제조사가 채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어디에 발을 넣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이쿼녹스는 바닥에 조명으로 쉐보레 로고를 표시하게 만들어 인식 센서 위치를 알려준다.

운영유지 부분도 이점인데 엔진에 따른 혜택을 받는다. 티구안이나 RAV4, CR-V 등 동급 경쟁 수입차와 비교하면 가격이 저렴하다. 다른 경쟁차들의 자동차세가 52만원에서 65만원 정도인 것에 반하면 27만원이란 혜택이 커 보인다. 1.5리터 배기량 덕분이다. 3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공영주차장 50% 할인 혜택도 받는다. 수입차 보다 많은 (국산차와 동일한) A/S 네트워크도 장점이 된다.

이제 단점을 보자. 한국 소비자들이 아쉬워 하는 것은 기능성이다. 먼저 어댑티브크루즈 컨트롤(ACC)이 없다. 차로 중앙 유지 기능도 빠진다. 일반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전방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정도의 기능만 탑재됐다. ADAS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안전장비다. 하지만 이것이 ‘반자율주행’으로 둔갑하며 운전의 편의를 돕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시장의 이해 여부를 떠나 ACC를 써보면 진짜 편하다. GM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제조사다. 지금 당장 슈퍼크루즈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ACC 등 운전자들이 필요로 하는 일정 수준의 것들을 갖췄으면 한다. 그래도 통풍시트는 챙겼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구성에서 점수를 더 깎였을 것이다.

가격도 소비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티구안이나 RAV4는 4천만원 전후로 판매되어도 소비자들이 이해한다. 진짜(?) 수입차니까. 하지만 이쿼녹스는 바다 건너 온 수입차지만 브랜드 특성상 국산차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동안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접한 것이 이유다. 카마로SS, 타호, 콜로라도 등 특화된 소비자를 겨냥하는 모델은 괜찮지만 더 많은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는 이쿼녹스는 국산차로 인식되곤 한다. 같은 맥락에서 4천만원대라는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게 된다. 이 부분은 한국지엠이 풀어야 할 숙제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단시간에 바뀌지 않는다. 타본 사람의 만족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를 매장까지 이끌고 시승차에 탑승시키는 절차까지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대 기아차는 편의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편의성을 포기하고 GM차로 넘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GM차의 운전 질감이나 특징을 아는 소비자가 다시 GM차를 재구매 하는 경우가 많다. 상급 캐딜락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다 뚜렷한 재구매 혜택, 수입차로의 조금 다른 서비스. 그런 것들을 통해 자사 이미지를 강화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시장은 지엠, 르노, 쌍용 등 다양한 브랜드가 모두 잘 되길 바란다. 그들이 각각의 개성을 살리며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시장과 문화를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이를 위해 각 제조사들은 더 많은 상품과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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