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판매되지 않는 AMG One, 조용한 데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6.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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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의 최고봉이자 포뮬러1과 가장 맞닿아 있는 AMG one이 드디어 데뷔했다. 물론 이들의 론칭 무대는 조용했고 차분했다. 왜냐하면 이미 다 판매가 끝났기 때문이다. 미국만 제외하면 말이다.

포뮬러1 뿐만 아니라 모터스포츠 기술을 도로 위로 그대로 옮겨왔다는 로드카들이 꽤 많았다. 물론 일부는 실제로 포뮬러1의 기술과 유사한 기술을 가져오기도 했다. 예를 들면 페라리가 그렇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포뮬러1의 기술을 그대로 도로로 가져온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로와 트랙의 환경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가 되었건 살 사람은 항상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문제다. 그 차를 타고 도로 위로 달려갈 사람은 포뮬러1 드라이버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AMG One은 상당히 과감하며 어쩌면 무모하다. 이들은 2014년부터 사용한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팀의 파워 유닛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파워 유닛을 자신들이 제작할 최고의 로드카에 넣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1.6L V6 엔진을 넣었다. 하이퍼카라면서 1.6L? 코웃음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포뮬러1은 거의 10년 가까이 이 배기량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이 배기량으로 1,000마력에 도달했다.

AMG One도 정확히 이 수준이다. 이들은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터보차저를 마치 포뮬러1의 MGU-H처럼 넣었다. 참고로 포뮬러1은 조만간 MGU-H를 포기할 예정이다. 너무 비싸고 정교해서 고장 나면 그들도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다. 엔진 만으로도 이미 566마력으로 엄청난 출력을 만드는데 여기에 일렉트릭 터보차저를 더해 1,048마력의 출력을 만들었다. 이 출력은 정확히 지금 포뮬러1의 출력 수준이다.

물론 1,000마력이 넘는 하이퍼카는 꽤 많다. 부가티, SSC, 코닉세그, 헤네시가 서로 경쟁하듯 1,000마력 초과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AMG One은 어딘가 결이 좀 다르다. 일단 배기량에서 크나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가 이들은 꽤 설득력 강한 기술적 뿌리를 갖고 있다. 사실 이들의 도전이 무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뮬러1 기술이 주는 환상과 경외심을 페라리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곳에서 왔다.라고는 표현하나 실제로 포뮬러1의 기술을 옮기진 않는다.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초과할뿐더러 유지 보수에 있어서도 조금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어 박스나 에어로 다이내믹 정도에 포뮬러1의 기술을 어느 정도 가미하는 건 괜찮을지 모르지만, 파워 유닛이라면 특히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발휘하는 퍼포먼스를 안전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도로에 뿌리기 위해 필요한 제반 기술들 역시 그에 걸맞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에어로 다이내믹이든 서스펜션 셋업이든 혹은 무게 배분이나 CoG 설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여기에 드라이버의 라이드 컴포트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지어 이 부분은 포뮬러1에서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차는 놀라울 정도로 공인 연비가 좋다. 한국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무려 11.8km/L가 나온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하이퍼카임에 틀림없다. 말도 안 되는 성능에 말도 안 되는 연비, 모든 걸 다 잡은 거의 유일한 하이퍼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AMG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을 기어코 하고야 만 것이다. 게다가 콘셉트카만 발표한 단계에서 이미 모든 계약은 닫혀버렸다. 환상은 있었지만 누구도 실현시켜주지 못했던 일을 벌였으니, 돈 가방을 든 사람들이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주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차는 미국에서 달릴 수 없다.

미국의 도로 환경과 맞지 않아 지상고를 비롯해 일부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AMG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을 포기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AMG One의 설계를 수정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AMG GT라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AMG One은 그들에게도 좀 특별한 차이고 어쩌면 내연기관 시대 하이퍼카로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일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어쨌든 AMG One은 아주 조용히 요란스럽지 않게 데뷔했다. 물론 데뷔라는 단어 자체가 이 차에게는 어색할지 모른다. 수년간 연기됐었고, 그 과정에서 이미 275대 계약은 모두 종료됐다. 결국 이런 차가 세상에 나왔음을 알리는 약간의 과시적 공개에 가깝다.

판매된 275대 중 상당수는 아마 수년 내로 새로운 오너에게 인도될 것이고 그중 꽤 많은 숫자는 도로보다는 차고에서 조용히 지낼 것이다. 그리고 20~30년쯤 지난 후에 이 차는 원래 가격인 300만 달러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야 말 거다. 지금도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AMG One은 영원히 먼 세상의 존재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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