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드라이버, 4억짜리 시계 도둑 맞았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4.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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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데리아 페라리의 포뮬러 1 드라이버, 샤를 르클레르가 자신이 즐겨 사용하던 시계를 팬에게 도둑맞았다. 그런데 그 시계의 가격이 무려 4억 원에 육박한다는 것.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스포츠 스타들이 시계 회사와 돈독한 관계를 갖는 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하나는 남자 테니스 탑 랭커, 하파엘 나달로 그는 매 경기 시계를 차고 출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복잡한 루틴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나달이 손목을 많이 써야 하는 테니스 경기에 굳이 시계를 차고 참가하는 건 그만큼 이 시계가 가볍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실제 이 시계를 제공한 리샤드 밀도 엄청난 중력 가속도로 서브를 넣는 테니스 선수의 손목 위에서도 복잡한 구조의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과 운동 경기 중에 착용해도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하파엘 나달을 선택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시계 회사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이 일어나는 스포츠 분야는 단연코 모터스포츠다.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시계만 해도 수없이 많은데, 예를 들어 태그 호이어는 예전 호이어 시절부터 오토매틱 스톱워치를 제작해 각 레이스 팀에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시계 라인 중 일부를 트랙 이름으로 지정하거나 혹은 히스패닉 어로 레이스를 뜻하는 카레라(Carrera)를 메인 모델의 이름으로 지정하는 등 모터스포츠와 아주 활발한 협업 활동을 보여왔다.

이 외에도 IWC, TW 스틸을 비롯해 특히 롤렉스는 아예 포뮬러 1의 오피셜 타임 키퍼는 물론 24h 르망 그리고 데이토나 24까지 모터스포츠의 3대 레이스를 전부 후원하며 자신들의 정체성과 특별함 그리고 정교함을 세상에 알려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싱 드라이버는 레이스 중 나달처럼 시계를 착용할 수 없다. 자칫 사고로 인해 스티어링 휠이 꺾일 경우 정교한 오토매틱 워치가 손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히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계 회사들은 포뮬러 1 드라이버의 장갑 위에 프린트로 시계를 새겨 넣을지언정 절대 이들의 후원을 멈출 생각이 없다. 시계가 가지는 정교함과 정확함 그리고 시간을 다투는 모터스포츠의 본질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니 어쩌면 둘의 관계는 필연적인 관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페라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워치 메이커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레이스 팀이다. 70년의 레이스 역사와 더불어 포뮬러 1 전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 때문에 이런 페라리의 명성과 함께 하려는 워치 메이커는 그야말로 줄을 서 있다. 이런 페라리와 최근 함께 하기 시작한 워치 메이커는 다름 아닌 리샤르 밀이다. 리샤르 밀은 이미 테니스를 통해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검증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페라리에게 구애했고, 결국 페라리는 자신들의 오피셜 타임 키퍼로 리샤르 밀을 선택했다.

덕분에 현재 스쿠데리아 페라리 드라이버는 개별적인 계약이 없는 한 리샤드 밀의 시계를 지원받는다. 샤를 르클레르도 그중 한 사람이다. 리샤르 밀은 샤를이 페라리와 함께 했던 시점부터 그를 위한 단 하나의 시계를 제작, 지원해왔다. 현재 샤를이 레이스 때마다 슬쩍 슬쩍 보여주는 시계가 바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리샤르 밀 + 샤를 르클레르 버전이다.

그런데 최근 샤를은 이 시계를 잃어버렸다. 정확하게는 도둑맞았다. 샤를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에밀리아 로마냐 그랑프리를 앞두고 토스카나의 비아레지오 지역에서 팬 서비스 중이었다. 그러다 한 밤중 급습한 팬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는데, 정신없는 틈을 타 도둑이 그의 시계를 훔쳐 간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소동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신의 시계가 사라진 걸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지역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해진다.

샤를이 착용하고 있던 모델은 2021년 페라리와 리샤르 밀의 파트너십 계약 연장을 기념해 제작된 단 하나뿐인 모델로 정확한 모델명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RM 67-02로 추정된다고 한다. 해당 모델은 샤를 이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스타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델인데, 시판가는 12만 달러, 한화로 약 1억 4천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샤를이 착용한 모델은 단 하나뿐인 프로토타입 모델로 사실상 시판가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자선 경매에 출품했을 당시 경매 시작가가 32만 달러, 한화로 약 4억 원에 달했다. 게다가 출품한 시계의 최종 낙찰가는 무려 230만 달러에 달했다.

샤를의 매니저에 따르면 만약 해당 지역에 가로등만 제대로 들어왔다면 도난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한다. 해당 지역은 몇 달째 가로등이 수리되지 않아 밤이면 아주 어두웠다고. 지역 언론들이 수차례나 우범지역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음에도 행정 당국이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한 개인이 수 억 원의 손해를 봐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진 끝에야 비로소 가로등 수리가 시급함을 인지했다고. 후원사가 선물한 귀중한 시계를 잃어버린 샤를은 결국 에밀리아 로마냐 그랑프리 기간 중 리샤르 밀의 시계를 팬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게 됐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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