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LA 6시간 45분, 또 다시 떠오른 초음속 여객기 프로젝트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4.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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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로스엔젤리스까지 6시간 45분만에 돌파하겠다는 초음속 여객기 프로젝트가 또 다시 시작됐다. 21세기판 초음속 여객기 프로젝트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1970년대 로켓과 제트 엔진 기술이 급속도로 고도화되면서 인류 최초로 누구나 음속을 돌파해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개막됐다. 그게 바로 콩코드 여객기다. 콩코드 여객기는 당시 약 7시간이 걸려야 횡단할 수 있었던 대서양을 단 3시간 20분만에 돌파할 수 있었다. 항공사는 비행기 좌석과 서비스를 파는게 아닌 시간을 판매한다는 한 경영자의 명언이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꾸준히 상업 운항을 계속 했다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콩코드 여객기는 2003년을 끝으로 인류의 초음속 여행에 대한 꿈을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분명 기존 제트 여객기의 비행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킨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단지 시간을 줄이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우선 극악의 연비가 에어 프랑스와 브리티시 에어웨이즈에게 크나큰 부담이었다.

이륙할 때부터 초음속으로 진입하는 순간까지 애프터버너를 계속 켜야 했는데 약 15분의 제한 시간이 있긴 했지만 이 때 연비가 최악으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연료비 압박에 시달렸다. 게다가 초음속으로 진입하는 순간 발생하는 소닉붐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땅이든 하늘이든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기에 수익성도 문제였다.

거의 대부분의 구간에서 승객은 100명을 넘지 못했는데, 실제 최대 탑승 인원도 150명 남짓이었다. 보잉 747이 320명에서 500명까지 수송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았던 셈이다. 물론 거의 모든 좌석이 퍼스트에 버금가는 비용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탑승 인원 자체가 워낙 적어서 매번 거의 빈 비행기로만 운항해야 했다. 그럼에도 티켓 가격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으니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육상에서도 문제였다. 유지 보수 비용과 엔진 교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컸던 것. 또한 극악의 연비로 순항 거리가 짧다보니 대륙간 이동과 같은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수도 없었다. 이 외에도 고급 인력인 기관사가 탑승해야 하고, 시트는 불편하며 기내 소음도 만만치 않았던 탓에 점점 이용객이 줄어 끝내 2000년 사고를 끝으로 운항은 중단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콩코드는 인류 과학 기술의 보편화와 보급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기념비적 비행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리고 지금도 어떤 누군가는 초음속으로 대륙간 비행을 꿈꾸고 있다. 오늘 소개할 이 회사도 그런 꿈을 여전히 품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이라는 이 회사는 사라진 콩코드의 21세기 버전을 꿈꾸고 있다.

일단 이 회사에서 설계한 초음속 여객기의 이미지를 보면 조금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거의 완벽하게 콩코드와 닮았기 때문이다. 시가처럼 가느다란 동체에 뾰족한 기수 그리고 거대한 델타익과 하나의 수직 미익은 콩코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주익 아래에 붙은 사각형의 에어 인테이크 역시 영락없는 콩코드의 모습이다.

그런데 모든 부분이 40년도 더 지난 콩코드와 동일하다면 이 프로젝트는 지속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 회사는 21세기에 맞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일단 콩코드의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연비와 배기가스 문제에 대해 붐은 100%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를 사용할 것이라 공약했다.

정확히 어떤 성능과 효율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40년 전보다는 더 효율적이며 배기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단순히 배기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0%로 만들겠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 구체적인 정보가 입수되는데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보다 자세한 제원을 살펴보면 최대 탑승 정원은 88명으로 콩코드보다는 다소 적은 편이다. 그리고 순항 고도 역시 6만 피트로 다소 낮게 비행한다. 속도 역시 최대 마하 1.7로 콩코드의 2.2보다는 조금 느린 수준이다. 대신 순항 거리는 4,888마일로 콩코드의 4,280마일보다 좀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대륙간 횡단과 같은 장거리 비행은 힘들어 보인다.

컨셉트 이미지를 보면 좌석이 표현되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콩코드와 비슷하게 앞 뒤 간격은 적당히 좁은 편이며 전 좌석이 1등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전좌석 비즈니스 클래스로만 운행될 예정이다.)대신 창문이 큰 편이어서 콩코드보다는 쾌적한 비행이 가능할 것 같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파트너사들이 모여 있는데, 일단 가장 의외인 파트너는 미 공군이다. 공군은 비행 안전과 에비오닉스 등의 비행 기술에 대한 자문과 기술 지원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진은 콩코드 때와 같이 롤스로이스에서 담당했으며, 1기당 3개의 엔진이 포함될 예정이다. 콩코드의 그늘에서 벗어나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이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멤버십 계약을 체결했으며, 유나이티드 항공와 일본 항공이 이미 계약을 체결했고, 특히 유나이티드는 15대의 비행기를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빠르면 오는 7월 영국 판보로 에어쇼에서 붐의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아직 시험 비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구체적인 계획은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또 다시 초음속 여행에 대한 인류의 두 번째 꿈이 실행으로 옮겨졌다. 과연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고 보급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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