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진동으로 전기차에 내연기관 감성 구현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3.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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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사운드는 이미 거의 대부분의 전기차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제조사들은 자신들만의 전기차 사운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현대차는 좀 다른 방식을 채택하려는 것 같다.

전기차 보급률은 분명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카셰어링 등을 통해 잠깐이나마 전기차를 경험해 보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확실히 전기차를 처음 경험하면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든다. 물론 제조사들도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내연기관과 동떨어져 보이지 않도록 비슷한 감각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사운드다. 사실 한국 사람들 대부분 자동차는 조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기모터처럼 지나칠 정도로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이를 어색하게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다수의 제조사들이 버추얼 사운드를 만들어 자신들만의 미래 지향적 이미지를 소리로 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BMW는 한스 짐머와 함께 BMW 사운드를 만들고 있으며, 아우디도 자체적으로 아우디 사운드를 만드는 중이다. 포르쉐는 조금 더 진지하다. 왜냐하면 이 브랜드에게 있어 사운드는 가히 절대적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이칸을 처음 공개했을 때 실내에 특별한 가속 사운드를 넣는가 하면 변속 느낌을 주기 위해 2단 변속기도 넣었다.

이처럼 내연기관의 감성을 가상으로나마 전기차로 이식하려는 노력은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아이오닉 5나 EV6를 통해 액티브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다소 과장된 모터 소리부터 정제된 엔진 소음과 유사한 사운드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여긴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현실적인 감각을 전하고자 색다른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면, 플레이스테이션의 듀얼쇼크 패드와 같다고 보면 된다. 어떤 식으로 운전을 하든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 이외에는 별다른 물리적 감각을 전하지 않는 전기차에, 듀얼쇼크처럼 진동에 의한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공개된 것이 없지만, 대략적인 접근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우선 EV의 후드 아래에 가상의 진동 효과를 유도하는 장치를 설치한다. 그래서 마치 엔진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시뮬레이션한다. 물론 실제 엔진처럼 열이 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엔진이 주는 특유의 고동감은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가속과 감속 시 엔진에서 느껴지는 진동까지도 구현하게 될 것이라 한다. 심지어 부드럽게 회전할 때와 강한 폭발력으로 회전할 때의 진동을 서로 구분해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현재 속도와 가속도 등에 맞춰 차별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공회전 상태의 엔진 느낌도 구현 가능할 것이다.

일단 알려진 것은 여기까지다. 엔진의 감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별도의 모터가 존재하는지 아니면 실제 가속용 모터와 함께 이런 감각을 구현하는지는 아직 뚜렷이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찌 되었건 엔진이 주는 특유의 회전 질감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미 사람들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에 비해 조용하며 진동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아직도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하나, 그들도 전기차를 경험해 보면 특유의 고요함에 이내 익숙해질 것이다. 게다가 그간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노력한 것이 무엇인가? 정숙함과 부드러움 아니었나? 그런데 전동화로 넘어가는 이 단계에서 왜 굳이 이런 장치나 기능이 필요한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해 보면 납득할 수 있다. 먼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루함을 없애는 것이다. 엔진은 트랜스미션과 함께 달리는 동안 수많은 종류의 다양한 반응들을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지루함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피드백을 통해 사람과 기계가 교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그런 것이 결여되어 있거나 매우 빈약하다. 그래서 이런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바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나 가속, 제동 시 전해지는 변속 반응 등은 스포츠 드라이빙에 몰입감을 배가시키는 아주 중요한 피드백이다. 거듭 말하지만 전기차는 이런 반응이 없거나 아예 다른 반응이다. 있다면 그저 회생제동에서 오는 불쾌하게 느껴지는 저항감 정도다.

아무리 자동차가 전동화된다고 해도 스포츠 드라이빙까지 포기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기계를 다루며 인간의 한계를 넘는 속도로 달리는 즐거움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류가 말을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래왔기 때문이다. 민첩하게 도로를 자르듯 코너링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나 무서운 속도에도 능숙하게 차를 다루었을 때 찾아오는 쾌감은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며 대체 불가능한 쾌락이다.

따라서 현대차의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태생적으로 피드백이 부족하거나 결여되어 있는 전기차에 적어도 예전 수준의 풍부한 감성을 가상으로나마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출발한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아직은 특허 출원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 이 아이디어는 현대 혹은 제네시스의 스포츠 모델에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BMW i8처럼 별도의 스피커를 통해 가상의 사운드를 경험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만큼 현실성도 충분하다. 과연 내연기관의 감성에 한 발 더 다가간 전기차 혹은 일렉트릭 스포츠카는 어떤 느낌일까? 벌써부터 무척 궁금해진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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