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 그 이유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3.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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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무겁고 비싸다. 특히 가격은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이슈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요즘 어떤 브랜드를 막론하고 첫 번째로 내세우는 모델은 다름 아닌 전기차다. 그만큼 전기차로의 흐름은 이제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물론 보급률로만 보면 아직 전기차는 메인 스트림이라 보기 힘들다. 지난해 기준 한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총 20만대로 집계됐는데, 보급률로 따지면 아직 0.8%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전기차 보급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하지만 보급 속도를 늦추는 현상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첫 번째는 충전요금 인상이다. 기존 전기 공급 요금은 일제히 인상되고 있는 반면 아직 전기차 충전 요금 인상은 유예한 상태이긴 하나, 언젠가는 오를게 틀림없다. 이미 특례 할인을 없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두 번째 현상이 등장한다. 바로 보조금 축소다. 현재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머지않아 보조금도 단계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보조금이 축소된다면 전기차 구매율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직 배터리 제작 단가가 낮춰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일 모델 기준,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전기차 쪽이 최소 1,000만 원 이상 비싼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보조금을 지급해서 내연기관 수준에 준하는 가격으로 떨어뜨리고 있기는 하나, 보조금이 폐지된다면 지속가능성이라는 명분만으로 전기차를 구입할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배터리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만 하는데, 최근 배터리 가격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요인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이미 예상했겠지만 이유는 역시나 소재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현재 전 세계 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는데, 여기에 니켈 가격의 폭등도 함께 이어졌다.

니켈은 현재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의 양극재를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들어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증가시키며 1회 충전량을 늘이는 기술이 보급되고 있어 니켈은 전기차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물질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이 니켈 가격이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2배 이상 올랐으며, 이에 런던 금속 거래소는 잠정적으로 니켈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니켈 가격이 하루 만에 67.2% 상승하는 심각한 부족 현상을 겪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일단 러시아의 무역 제재 조치가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현재 러시아의 니켈 공급량은 전 세계 기준 약 5~6%로 그리 높은 비중은 아니지만, 문제는 고순도 니켈의 경우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17% 이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현재 무역 회사들이 전쟁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원자재의 선적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니켈 공급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물론 폭스바겐그룹을 비롯해 다수의 회사들은 전기차 폐 배터리에서 니켈을 비롯해 코발트, 리튬 등 희토류를 추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배터리에 사용하는 과정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활용 정책도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재활용 과정 자체도 공짜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채굴해서 제련하고 가공하는 것에 비하면 공급가격 편차는 상당히 큰 편이다. 쉽게 말해 캐내는 쪽이 재활용하는 쪽보다 싸다는 이야기다.

리튬인산철처럼 니켈 사용을 자제하는 대체 방안도 있기는 하나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의 동력원으로 쓸 정도로 에너지 집적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이는 더 큰 배터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다른 경제구조와 마찬가지로 이와 같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있어 상승은 거의 대부분 즉각 반영된다. 조만간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조심스럽게 전기차 가격을 올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수익 감소라는 치명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내연기관도 유가상승과 같은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이나 피해는 늘 존재했다. 하지만 내연기관은 지난 100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유가 변동은 자동차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 대부분 간접적이며 소비자들의 유지 비용에 영향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전기차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곧바로 전기차 가격에 반영된다. 게다가 하이브리드나 LPG와 같은 대안이 없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전기차 보급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여기에 보조금 삭감이라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그만큼 아직 전기차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모빌리티의 미래에는 불안 요인이 많다는 뜻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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