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소 개수, 조만간 주유소 추월 예정

  • 기자명 박종재 에디터
  • 입력 2022.03.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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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 개수가 조만간 주유소 개수를 추월할 예정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이만큼 확대됐다. 그럼에도 전기차 충전 스트레스가 여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기차를 구매했거나 혹은 구매 예정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몇 가지 스트레스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시나 충전 시간과 충전 인프라다.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나 관련 행정 부처에서는 매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목표로 삼고 신규 전기차 오너들을 시장으로 끌어 들인다.

이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재미있는 통계가 발표됐다. 통계 결과에 따르면 머지 않아 전기차 충전소의 개수가 주유소 개수를 추월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2030년 무렵이면 주유소 숫자의 최소 3~4배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럼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2021년 기준, 미국에 개설된 주유소는 약 11만개에서 15만개로 추산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전기차 충전소도 이미 11만개 가량이라는 점이다.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 6월 기준 전국 주유소 개수는 11,430여개로 집계됐는데, 전기차 급속 충전기의 경우 10,831개로 조사됐다. 그러니까 현재 미국과 한국 모두 충전 설비 숫자로만 보면 이미 주유소 숫자만큼이나 확충되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위 집계 자료는 모두 공용 급속 충전기를 기준으로 수집된 것이며, 개인이 설치한 급속 충전기 혹은 완속 충전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국을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공용 기준 약 7만~10만대 가량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쯤되면 전기차 2대당 충전기는 1.5대 가량이 배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면 주유소는 주유소 1개소 당 1,514대의 차량이 배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전기차 증가 추세 대비, 충전소 확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차는 약 16,000여대가 등록되어 있었지만, 2021년 기준 현재 미국 전역에 판매된 전기차는 무려 200만대다. 만약 이 증가세로 전기차가 늘어난다면 2030년이면 3,00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소를 2030년까지 50만개 이상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정책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보다 극적이다. 2015년 기준 약 5,700대에 그쳤던 전기차 숫자가 불과 6~7년 사이에 24배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만대를 초과했다고 한다. 한편 내연기관은 2015년을 기준으로 점차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현재 전국 주유소들 역시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아직 감소세가 크진 않으나 예측에 따르면 2040년이면 약 8,500여개소가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서서히 주유 인프라를 추월하고 있다. 반면 전기차 숫자는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내연기관보다 낮은 비율이다. 그럼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충전 회전율에 있다. 주유의 경우 한 대당 최대 10분을 넘기지 않는데 반해 충전은 급속이라해도 최소 20~40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기 수요가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편 전기차를 보유한 사람들 중 다수는 급속 충전 환경보다 완속 충전 환경이 보다 많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잉여 시간을 충전으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완속 충전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 충전 스트레스를 지금의 충전 속도와 시간을 적어도 주유 속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너무 뻔한 해결책이지만 현재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전고체배터리의 경우 충전 속도 향상은 물론 기온 변화에 따른 성능 저하도 적다는 것이 이론적 주장이다.

한편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도 충전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충전을 자동차 스스로 진행하도록 일임할 수 있어 소유주가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두 기술 모두 언제쯤 상용화가 될지 현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인프라의 확충만으로 전기차 이용에 관한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기차 충전소가 주유소 숫자만큼이나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전 인프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남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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