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으로 택배를 배송 한다고?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2.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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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비행체를 물류 배송 시스템이 접목하려는 믿을 수 없는 도전이 시작됐다. 음속의 15배로 비행하는 이 로켓 혹은 비행기는 단 2시간만에 유럽 대륙을 횡단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재사용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난달 북한이 또 다시 미사일로 도발해왔다. 작년 ADD(국방과학연구소)에서 테스트한 SLBM에 대한 보복성 실험이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번 도발은 이례적으로 서방세계는 물론 국군에서도 무척 민감하게 대응했다. 이유는 요격이 극도로 까다롭거나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 극초음속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실험한 극초음속미사일의 속도는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속도인 마하 20~30에 비하면 느린 편이지만, 문제는 극초음속 미사일 중 특히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순항 미사일의 경우 저고도 활공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요격이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이로써 북한은 한국 전역을 4분 내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확보했고,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성공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렸다.

이렇게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 도발로 인해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우려와 위기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상황을 기막히게 하이재킹(Hijacking)한 사업가가 등장했다. 극초음속이라는 현재 안보에 가장 민감한 단어를 과감히 사용하며 새로운 사업을 펼치겠다 주장한 이 회사는 스위스 소재의 스타트업, 데스티누스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가 연구 중인 기술을 응용할 경우 극초음속 화물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 개념은 이러하다. 이들의 비행체는 수소와 산소를 동시에 사용하는 제트 엔진이 달릴 예정으로, 이 개념으로만 보면 이 비행체는 로켓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미사일 사일로에서 런치하는게 아닌 공항에서 이륙하기 때문에 이른바 하이브리드 비행기라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수평으로 활주로를 이륙한 후에는 고고도 영역까지 단숨에 진입하는데, 지정 고도와 속도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 극저온 수소 로켓 엔진을 가동해 극초음속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공기의 저항을 줄여야만 마찰에 의한 동체 변형을 막을 수 있으므로 고고도 영역에서 극초음속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데스티누스는 대기권 바깥까지 근접한 상태로 비행할 경우 마하 15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문제는 이 속도에서 시스템은 물론 비행 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압력이 낮은 고고도를 비행한다고는 하나 이 영역에서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경우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신체가 견뎌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U-2 정찰기 조종사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데스티누스는 조종은 전적으로 AI들이 담당할 것이라 전했다. 시간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에비오닉스 기술의 도움이 있다면 무인 조종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태로 목표 고도를 극초음속으로 비행한 후 목적지 인근에 도달하면 다시 저고도로 진입해 속도를 줄이고 글라이딩하며 목표 공항에 착륙한다. 이 과정은 그야말로 탄도 미사일의 기술과 무인 항공기 기술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사에 따르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전세계를 2시간권으로 묶을 수 있다. 물론 기술 개발이 가장 큰 관건이지만 예상가능한 문제도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경우 발생하는 소닉붐에 의한 소음이다. 이 부분에서 개발사는 고고도 비행이기 때문에 소음이 널리 전파되지 않기도 하지만 초음속 비행기 대비 약 30dB 정도 더 조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전투기 소음 정도라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데스티누스는 배출물이 거의 없다는 점을 특히 더 강조했다. 산소와 수소를 동력원으로 삼기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이 회사는 개발 예정인 극초음속 비행체 솔루션을 주로 화물 운송에 적용할 것이라 밝혔다. 여객용으로는 도저히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앞서 소개한 것과 같다. 사람이 버티지 못한다.

만약 기술의 완성도가 높고 이들의 주장처럼 실제로 2시간만에 대륙을 횡단하며 화물을 배송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비용이다. 특히 미사일처럼 1회용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개발사는 극초음속 비행체는 거의 수 천회 이상 대기권 재진입을 해도 성능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서 이들은 기술 개발을 위해 최근 약 2,900만 달러, 35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으며, 이 자금으로 수소, 산소 로켓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 가시적인 결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기술은 내년 첫 번째 시험 비행을 목표로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다.

만약 이 기술이 완성된다면 가장 먼저 주목할 회사는 어쩌면 아마존이 될 것이다. 물론 한 번의 비행을 위해 극저온 액화 수소와 압축 산소처럼 값비싼 연료를 소모해야 하므로 엄청난 비용이 들겠지만, 전세계 그 어떤 물류 회사도 소개하지 못한 극초음속 배송이라는 개념을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솔루션은 매우 큰 값어치를 해낼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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