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퓨얼의 빛과 그림자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2.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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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 기관의 수명을 좀 더 연장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바이오 퓨얼에 대한 관심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바이오 퓨얼 역시 궁극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인류는 이동수단을 위한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만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 자동차 산업 자체가 송두리 째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 대체 에너지로 가장 많이 선택된 것은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다. 하지만 여전히 희토류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점과 몇 가지 위험성 그리고 효율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전고체 배터리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기술이 아닐 뿐더러 상업 생산 단계까지 완성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저장 장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폭증하는 전기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오는가이다.

그래서 최근 바이오 퓨얼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이 말은 내연기관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바이오 퓨얼은 약 10~15년 전부터 한 차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디젤을 대신할 바이오 디젤을 생산해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심지어 BP같은 정유사들이 옥수수나 해바라기를 브라질 등지에 대규모로 경작할 계획했다.

화석에서 얻어진 탄화수소가 아닌 식물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연료로 쓴다는 점에서 분명 배출가스가 적은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생산 할 수 있어 얼핏 바이오 퓨얼의 보급은 다음 세대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솔루션인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듯 했던 바이오 퓨얼도 알고 보면 심각한 수준의 짙은 그림자를 갖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바이오 퓨얼의 그림자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은 전통적으로 옥수수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콘 벨트라 불리는 미국 옥수수 농장은 우리나라 면적의 수십 배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면적을 자랑하는데, 오죽하면 사람이 한 번 길을 잃으면 빠져 나오기 전에 체력이 바닥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미국 옥수수 대농장에 가면 주의 팻말이 어김없이 붙어 있다.

노스 다코타부터 켄터키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미국 중서부를 관통하는 엄청난 규모의 콘 벨트는 이미 전세계 인간과 가축을 먹이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옥수수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경작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유는 바로 바이오 퓨얼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휘발유에 10%가량의 에탄올을 첨가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옥수수 경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옥수수에서 바이오 퓨얼을 얻는 과정은 술을 만드는 과정과 같다. 옥수수 낱알과 줄기를 효모로 발효시킨 후 에탄올을 얻는다. 단 하나의 차이라면 물을 섞지 않는다는 것과 증류, 숙성 과정이 없다는 것 뿐이다. 에탄올은 연료로서 완전 연소가 가능한데다 배출가스도 적은 편이라 탄화수소의 완전한 대체재 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나 동물의 식량으로 쓰여야 할 옥수수들이 자동차 운행을 위한 연료로 쓰이면서 먹을 것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되는 것처럼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옥수수가 주식이고 미국에 전량 의존하고 있는 멕시코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우리 밥상에서 쌀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세계 식량 자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옥수수를 사료로 사용하는 닭, 오리, 돼지, 소들의 사육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계란과 우유 그리고 이를 가공하는 다른 식품들의 가격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런 영향이 미국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옥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하는게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1리터의 에탄올에는 약 5,000kcal의 에너지가 들어 있는데, 에탄올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는 6,000kcal를 초과한다고 한다. 또한 같은 양의 태양 에너지를 받아도 옥수수는 이를 0.25%밖에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는데 반해, 태양광 패널은 20%까지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직접 에너지로 바꾸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는 미국의 이야기이며 유럽이나 한국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태양광 패널이 옥수수보다는 에너지 전환률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물이다. 마찬가지 연구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보다 같은 에너지를 옥수수 재배로 얻을 때 필요한 물이 무려 240배나 많다. 물론 물은 재순환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막대한 양의 물을 끌어 와 옥수수 재배에 사용할 때 소실되는 에너지 그리고 발생하는 탄소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 콘 벨트의 농부들은 바이오 퓨얼 촉진 정책 때문에 경작지를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른 작물의 재배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또 다른 식량난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유럽은 몇 해 전부터 바이오 퓨얼 정책을 서서히 철회시켰다.

물론 바이오 퓨얼 중에서도 재배 후 남는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매스 연료가 있긴 하지만 단지 식량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얻을 수 있는 에탄올의 양도 적을 뿐더러 생산 과정에서 여전히 다른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비슷한 예로 포르쉐나 아우디가 연구하는 e퓨얼은 이산화탄소에서 탄화수소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지만, 이 기술은 이미 70년전에 연구됐다 경제성이 없어 사장된 기술이었다. 문제는 역시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탄화수소 기반의 연료를 대체할 바이오 퓨얼이 가진 짙은 그림자다. 얼핏 깨끗해보이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처럼 들리지만 이면에는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물론 그럼에도 대체 연료는 계속 개발되어야만 한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제시된 어떤 솔루션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류가 오랫동안 이용해 온 화석연료 이상으로 각종 문제들을 안고 있다.

어쩌면 완벽한 대체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인류가 가진 기술의 근본적인 부족과 단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쉽사리 어느 한 쪽에 편중해 일방적인 판단을 내려선 안된다. 과학과 기술은 완벽보다는 항상 시대에 맞는 최적과 최선 혹은 차선책을 발견해왔고 끊임없는 보완이라는 숙제를 남긴다. 바이오 퓨얼과 마찬가지로 무언가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거나 완벽한 대체재라고 단정짓는 것도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전기 에너지와 바이오 퓨얼 혹은 수소, 어떤 것도 완벽하지 못한 지금, 우리는 진정한 대세가 무엇이 될지 좀 더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느 것이든 밝음이 큰 만큼 그림자도 존재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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