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동차는 오토바이를 금방 알아보지 못할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2.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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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매일 마주하지만 운전자들 중 꽤 많은 숫자가 오토바이의 존재를 금방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오토바이는 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데, 최근 한 연구에서 이 현상의 원인이 밝혀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로에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들이 등장했고, 그만큼 사고도 많아졌다.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자동차 운전자들의 부주의에도 이유가 있다.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라이더들 사이에 몇 가지 가설들이 존재하는데, 먼저 자동차 운전자들이 라이더들을 싫어하거나 혹은 무시한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스마트폰 등을 보느라 자신들을 미리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도한 조명 기구를 달거나 혹은 규정보다 큰 배기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배기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늘어난 오토바이의 숫자만큼 사고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론 모든 원인이 자동차 운전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자동차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역주행 라이더들이나 흐름을 거스르는 위험한 주행을 일삼는 라이더들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토바이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한 유럽에서도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겪는 라이더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자동차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상당히 많은데, 최근 한 연구 결과에서 이런 현상의 원인이 밝혀졌다.

영국 본머스 대학의 교수이자 라이더이기도 한 쉘 실바는 시선 추적 기술을 이용해 자동차 운전자들이 운전 중 어디를 보고 있으며 어떤 물체를 먼저 추적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른바 사카딕 마스킹(Saccadic Masking)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카딕 마스킹은 쉽게 말해 뇌가 일시적으로 불필요한 시각 정보를 차단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거울을 통해 자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이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데, 거울 가까이에서 양쪽 눈동자를 번갈아가며 바라볼 경우 타인에게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관찰되지만 자신은 자기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한다. 분명 눈동자는 움직였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시계에서 초침이 비정상적으로 늦게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도 사카딕 마스킹 현장 중 하나다.

쉘 실바 박사는 이 현상이 도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동 궤적이 자동차와 다른 물체가 도로에 있을 경우 인식하는 시간이 느려지거나 발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이동 궤적이 다른 물체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전동 스쿠터를 말한다.

게다가 이동 수단의 크기에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신이 바라보는 자동차의 크기보다 평균적으로 큰 크기의 자동차를 더 빨리 더 크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오토바이는 빨리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현상은 인간의 오랜 습관에 따른 것으로 자신보다 큰 물체를 위협으로 보는 경향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자동차의 작은 움직임에 크게 반응하고 놀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쉘 박사는 안전한 라이딩을 위해 라이더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먼저 오토바이의 사이드미러로 운전자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운전자들이 오토바이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 예측 불가능한 주행은 삼가할 것을 전했다. 또한 되도록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전했는데, 먼저 헬멧의 착용을 필수로 권고했다. 사고 시 머리 부상을 보호할 목적 이외에도 운전자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잠재적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반사판을 이용하거나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조명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전했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의 흐름을 읽고 다른 운전자들에 다음에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예측하는 것이다. 특히 충분한 여유 공간들을 두고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는 오랜 시간 운전자들이나 라이더들에게 전해졌던 교훈과 같은 이야기였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연구 결과에 따라 운전자가 정말 라이더들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는 것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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