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가 만든 단 하나의 샴페인의 이름은?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1.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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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티가 포뮬러1의 샴페인, 카본과 함께 아주 특별한 느부갓네살을 발표했다. 단 한 병만 제작된 이 샴페인은 보틀은 물론 케이스마저 아주 특별하다. 동시에 매우 역설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포뮬러1 그랑프리 포디움을 위한 샴페인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1960년대 모엣 샹동을 시작으로 G.H 멈으로 바뀌었다가 이후 샹동을 거쳐 페라리 트렌토로 이어지고 있다. 이 리스트 중에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카본(Carbon)이라는 브랜드도 포뮬러1과 함께 했다.

비교적 신생 브랜드인 카본은 럭셔리 샴페인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 특별한 마케팅을 펼쳤는데, 그 이름에 걸맞게 리얼 카본 파이버로 병을 제작하기도 한다. 물론 카본 파이버만으로 병을 제작하는 경우 보관이나 유통도 힘들 뿐더러 본질적으로 플라스틱에 불과한 카본에 샴페인을 병입할 경우 꽤 복잡한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원래 샴페인을 병입하는 유리병 위에 얇게 카본 커버를 씌우는 방법으로 특별한 병을 제작하고 있다.

그런데 남자들의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카본이 럭셔리 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보니 이들은 자연스럽게 럭셔리 카 메이커와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비싼 럭셔리 하이퍼카 메이커, 부가티와 손잡았다. 2018년을 시작으로 카본은 부가티를 구입하면 받을 수 있는 증정품 중 하나가 됐으며, 110주년 기념 샴페인을 비롯해 부가티의 다양한 이벤트와 항상 함께 해왔다.

카본과 부가티의 협업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이들은 아주 특별한 느부갓네살을 발표했다. (*참고: 와인이나 샴페인은 병 사이즈에 따라 별도의 이름이 붙는데, 느부갓네살은 750ml 스탠다드의 20배에 해당하는 15리터 크기의 병을 의미한다. 이 이름은 고대 예루살렘을 정복한 바빌론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샴페인과 와인 병의 크기는 대체로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가령 3L 병의 이름은 제로보암 또는 예로보암인데 이 이름 역시 고대 이스라엘 왕의 이름으로 흔히 쓰였다고 전해진다.)

카본에 따르면 2000년에 재배된 샤도네와 피노누와를 블랜딩한 빈티지라고 한다. 20년 이상 숙성된 빈티지 샴페인이라는 점도 특별하지만 모든 면에서 아주 특별한 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에디션의 특징이다. 우선 케이스부터 매우 특별하다.

부가티의 실루엣을 본따 만든 카본 케이스는 카본과 알루미늄 그리고 나무로 제작되었는데, 단지 샴페인 케이스로만 쓰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정교하다. 심지어 케이스 전면의 커버를 고정하는 힌지 조차 섬세하게 제작됐으며 그 위에 에토레 부가티의 문장 EB가 각인되어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부분이 고급스럽기 이를데 없는데, 놀랍게도 이 케이스는 아주 특별한 기능까지 갖고 있다.

다름 아닌 냉각 기능이다. 케이스 내부에는 자동 고체 열역학 냉각셀이 설치되어 있는데, 14개의 팬이 끊임없이 시원한 공기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항상 칠링된 상태의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급격한 기온 변화에도 샴페인의 맛을 거의 그대로 유지시켜준다. 게다가 이동시 흔들리지 않게 병목을 잡아주는 홀더는 케이스를 닫을 경우 자동으로 병목을 감싸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심미적, 기능적으로 특별함을 지닌 케이스 하나를 제작하는데 꼬박 150시간이 걸렸으며, 부가티의 파트너이자 페라리 등 럭셔리카 메이커에 카본 파츠를 공급하는 IXO가 이 케이스를 제작했다. (참고로 IXO가 제작한 부가티 당구대는 약 1억원 정도에 판매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특별한 샴페인은 대체 누구를 위해 제작한 것일까? 이 샴페인의 이름을 들어보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가티와 카본이 제작한 샴페인의 이름은 라 부테유 느와(La Bouteille Noire)로 국어로는 ‘검은 병'이다. 장인정신은 물론이고 온갖 화려한 기교를 다 부린 샴페인의 이름이 그저 검은 병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처럼 지나칠 정도의 역설적인 이름을 가진 부가티가 이미 존재한다.

바로 폭스바겐그룹의 회장이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가 마지막으로 소유했던 자동차로 잘 알려진, 라 부와튀르 느와 (La Voiture Noire)가 그랬다. 이 이름도 국어로 바꾸면 ‘검은 차'이다. 이쯤되면 눈치챘을 것이다.

부가티와 카본이 함께 제작한 특별한 샴페인, 라 부테유 느와는 바로 부가티의 원 오프 모델이자 20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전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라 부와튀르 느와를 위해 제작된 샴페인이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가 세상을 떠난 후 이 차는 경매로 부쳐졌는데, 최근 익명의 부호에게 낙찰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이 샴페인은 라 보튀르 느와와 함께 영국 런던의 한 호텔에 개인 행사의 전시물로 전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미 주인은 누구인지 결정되었다는 뜻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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