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주행거리 1000km를 위한 비하인드 스토리...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EQXX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1.0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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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궁극의 미래 전기차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 EQXX 컨셉트를 공개했다.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1000km 이상. 양산 계획은 없지만 EQXX 컨셉트에 사용된 기술은 곧 양산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전기차의 전비는 약 3~5km/kWh 수준. 일반 내연기관 모델의 연비가 평균 10km/L 이상, 높게는 20km/L 이상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제한적인 효율을 갖는 것에 속한다. 벤츠는 이 전비를 10km/kWh까지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100kWh 용량의 배터리가 있다면 1000km 이상 주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EQXX 컨셉트다.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 다임러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따르면 EQXX는 구상 단계부터 실차 완성까지 18개월만에 완성했다. 일반 자동차 개발 시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컴퓨터 작업을 꼽았다. 심지어 헐리우드에서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기법도 동원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배터리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이 2배 증가했다고 주행거리도 2배 늘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무게가 증가하고 효율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무분별한 희토류 사용으로 인한 환경 피해도 적지 않다. 즉, 배터리 용량은 제한적으로 설정하고 효율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설계하자는 것. 이를 위해 벤츠는 포뮬러 1과 포뮬러 E의 엔지니어는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전문 기관과 함께 EQXX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영국 브릭스워스에 위치한 메르세데스-AMG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스(HPP)의 F1 엔지니어와 메르세데스-벤츠 R&D 팀이 EQXX의 전기 구동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에서 만들어진 전력 중 95%가 바퀴로 전달되도록 만들었다. 모터 자체 효율이 90%를 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만 배터리부터 바퀴로 전달되는 총 효율이 90%를 상회하는 경우는 드물다.

전기모터는 150kW(약 201마력)를 만들어낸다. 전기 시스템은 차세대 실리콘 카바이드를 기반으로 한다. 이 시스템은 AMG 프로젝트 원(AMG Project ONE) 차량에도 사용되는 기술이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도 새로워졌다. 용량은 100kWh 미만.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무게는 30% 가볍게 만들었다. 소형차에도 탑재 가능한 100kWh 대용량 배터리를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밀도를 400Wh/l까지 높였다. 여기에 800볼트가 아닌 900볼트 시스템을 이용해 효율을 높였다.

배터리 부피를 줄이기 위해 높은 실리콘 함량을 바탕으로 부피 대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 할 수 있도록 했다. 원박스(OneBox)라는 이름으로 배터리 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부품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통합해 부피와 무게를 줄였다. 배터리 커버는 탄소섬유를 비롯해 사탕수수 폐기물에서 만들어진 고강성 저중량 소재로 제작하는 등 경량화도 신경 썼다. 덕분에 배터리 무게는 약 495kg으로 유지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의 핵심인 열관리도 신경을 썼다. 쿨링-온 디멘드(Cooling-on-Demand)라는 이름의 최적화된 열관리 시스템이 탑재됐다. 각종 전자 장치, 전기모터, 변속기 등이 가장 효율적인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별 관리가 이뤄진다.

냉각 시스템은 수냉과 공랭 모두 활용한다. 차량 바닥에 냉각판이 설치되어 차량 하부를 따라 흐르는 공기를 활용한다. 이때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이는데 집중하며, 최대 20km를 더 주행할 수 있는 효율 증가로 이어진다.

날씨가 덥거나 스포티한 운전을 즐기면 냉각 시스템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된다. 전면 범퍼에 자리한 셔터는 평상시 닫혀 있지만 냉각이 필요할 때 열린다. 셔터가 열리면 모든 공기가 여기저기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내부 공기 가이드 시스템 덕분에 냉각이 필요한 부분만 공기를 들여보내게 된다. 셔터가 열려도 공기저항은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 0.007Cd만 증가하는 수준이다. 만약 차량이 열을 받았는데 정지해 있다면 그제서야 냉각 팬이 작동해 열을 낮춘다.

열을 낮추는 것 만큼 열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나치게 낮아도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히트펌프를 사용하는데, 드라이브 시스템과 외부 대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한다. 한 곳의 열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멀티소스 히트펌프라고 부른다.

덕분에 기존 벤츠 전기차보다 효율적으로 열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실내를 보다 효과적으로 따뜻하게 만들어주며 낮은 기온에서도 온도 보호를 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까지 열을 짜내기 위해 증발기 엔탈피(evaporator enthalpy) 효과까지 이용한다. 이는 습한 주변 공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공기 중의 수증기가 기체에서 물로 성질이 바뀔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도 이용한다. EQXX의 지붕에는 117개의 태양광 발전기가 자리한다. 유럽 최대 태양광 연구기관 프라운호퍼(Fraunhofer Institute for Solar Energy Systems ISE)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하루 동안 이상적인 태양광을 받으면 25km를 더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좋다. 동력 보조 뿐 아니라 실내 공조장치나 조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각종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최대한 낮추도록 했다. 일반 전기차는 에너지의 3분의 2 가량이 공기저항을 이겨내는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EQXX는 차량의 모든 형태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디자인 했으며, 0.17Cd를 갖는다. 1리터의 경유로 111km를 주행할 수 있었던 폭스바겐의 XL1의 공기저항계수는 0.189Cd.

타이어는 브리지스톤과 협업했다. 회전저항을 30%, 무게는 20% 낮춘 엔라이튼(ENLITEN) 기술과 극저회전저항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올로직(ologic) 기술 등 현존하는 브리지스톤의 모든 기술력이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20인치 단조 마그네슘 휠에 장착된 커버와 일치시킨 형태로 와류를 줄여줄 수 있도록 사이드월도 새롭게 만들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운드 시스템도 손봤다. 일반 사운드 시스템은 에너지 소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먼저 스피커의 개수를 줄이고 음파가 내부 표면에 흡수되거나 반사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각각의 스피커는 개별 탑승자에게 가깝게 배치해 음이 이동하는 거리를 줄였다.

친환경성도 강조했다. 실내에 사용된 모든 소재는 동물로부터 만든 것은 하나도 없게 만들었다. 스타트업 기업에서 개발한 생명 공학 소재가 곳곳에 적용됐는데, 도어 손잡이는 암실크(AMsilk)의 바이오스틸(Biosteel) 섬유로, 버섯으로 만든 비건 가죽인 마일로TM(MyloTM)와 선인장으로 만든 데저트텍스®Deserttex)가 실내 시트에 적용됐다. 바닥 매트는 빠르게 자라는 대나무로 제작했다.

이외에 바닥과 도어 트림 등에는 고급스러운 감촉을 전달하는 다이나미카(Dinamica) 극세사 소제가 사용됐다. 매립지에서 만들어진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대체품인 UBQ도 사용됐다.

BIONEQXX라는 이름의 새로운 알루미늄 구조물이 사용됐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들어낸 가장 큰 알루미늄 구조로, EQXX의 후면부 뼈대를 담당한다. 최대한 높은 강성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덜어낼 수 있도록 독특한 구조물의 형태를 갖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한 개의 부품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구조 단순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기존 부품 대비 15~20%의 무게 절감 효과를 갖는다.

새로운 금속도 사용했다. 메르세데스-벤츠로는 처음으로 MS1500 마텐자이트(martensitic) 초고강도강이 사용됐다. 또 처음으로 전기-아크 용광로를 통해 저-CO2(Low-CO2) 방식으로 제작된 철을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소시켰다. 이외에 도어는 알루미늄 보강재를 사용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혼용해 제작했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주철에서 알루미늄으로 변경했다. 무게를 줄일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분진 배출도 90%까지 감소시킨 효과가 있다. 또, 기존 강철 코일 스프링 대신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서스펜션 부품을 만들어 추가적인 무게 절감도 이뤘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기존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들이 미리 입력한 질문과 답만 맞춰 작동하도록 만들어졌지만 EQXX는 신경망 컴퓨팅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의 브레인칩(BrainChip)과 협업해 새로운 신경망 시스템을 개발해 탑재했다. 덕분에 기존 음성 인식보다 5~10배 효과적이며 시스템 스스로 생각을 해서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인공지능의 성격도 명확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각기 다른 개성을 갖는 인공지능 비서로 변하게 된다.

실내에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1개의 패널로 이어지는 47.5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8K(7680x660픽셀) 해상도를 가지며, 3000개의 미니 LED를 백라이트로 활용해 기존 LED 디스플레이 대비 명암비를 큰 폭으로 개선시켰다. 리얼 블랙을 보다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전력도 낮추는 효과를 갖는다.

새로운 디스플레이에 맞춰 UI도 신경 썼다. 별 구름 모양의 가이드가 운전자나 탑승자의 명령을 알아듣고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준다. 여행을 할 때 시스템 스스로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주는 센스도 갖췄다.

나비스 오토모티브 시스템즈(NAVIS Automotive Systems, inc.)와 협력해 3D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약 10미터 높이에서 도로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으며 매끄러운 줌과 스크롤 기능도 지원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비전 EQXX는 당장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EQXX를 통해 적용된 기술들은 양산차에 하나둘씩 적용될 예정이다. 미래 모든 전기차 기술을 하나로 집합해 놓은 것이 EQXX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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