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 비교] 벤츠 GLC, 볼보 XC60, 아우디 Q5, 캐딜락 XT5,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 기자명 로드테스트팀
  • 입력 2021.12.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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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SUV는 인기 논하는 수준을 넘어 대세 차종이 됐다. 자동차 산업 분석업체인 자토(JATO)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유럽 시장의 전체 차종 중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40%까지 치솟았다. SUV 점유율은 5년 간격으로 2배씩 성장해 온 것이다.

이 시장을 자동차 제조사들이 놓칠 리 없다. 특히 소비자층이 제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이중 중형 SUV 세그먼트 시장이 치열하다. 컴팩트 세단은 너무 젊은 이미지에 공간에서 아쉬움이 나올 수 있다. 반면 중형 세단은 너무 중후하다. 이 사이에서 고급스러움과 젊은 에너지, 여기에 캠핑이나 차박 등 다양한 취미 여가 활동까지 가능한 장르가 바로 중형 SUV다.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이번 세그먼트 어워드는 수입 프리미엄 중형 SUV 최강자를 뽑는 자리로 만들었다. 특히 국내에는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와 같은 어퍼 미들급 세단 다음으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소위 ‘풀옵션’에 준하는 최상급 구성만 판매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를 위한 세심한 차이가 승부처가 될 확률이 크다.

국내에서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GLC다. 2016년 국내 시장에 출시된 이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통해 현재까지 판매 중이지만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6030대가 판매됐다. 어지간한 수입차 한 해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신차로 나온 지 시간이 지났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벤츠의 3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GLC 300 e 4MATIC 모델로 세그먼트 어워드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2년식 모델에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AMG 라인 외관 디자인과 360도 전방위 카메라와 자동 주차 기능에 경로 기반으로 주행 속도를 조절해 주는 등 다방면으로 구성이 강화됐다.

벤츠 GLC의 가장 큰 라이벌, BMW X3는 아쉽게도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지만 일정상 세그먼트 어워드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 자리를 아우디 Q5가 대신 채워줬다. 2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국내시장에서 선전 중인 신형 Q5는 디자인을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을 유지시켜주는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및 자동 주차 보조 기능 등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강화됐다. 아우디만의 감각적인 주행성능도 강점으로 꼽힌다.

볼보 XC60은 이번 세그먼트 어워드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각종 고급 소재가 아낌없이 사용됐으며, 특히 안전의 대명사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최신 안전 사양이 전 모델 기본으로 탑재됐다. 여기에 신 모델에는 300억 원을 투자해 SKT와 공동 개발한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새롭게 추가됐다. 타사에 비해 월등한 음성 인식 능력이 강점이다.

캐딜락 XT5는 가장 큰 덩치를 갖는다. 미국 브랜드 특징인 ‘동급 최대 크기와 공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소재 노출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급 가죽과 스웨이드 등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세그먼트 어워드 유일의 6기통 엔진이 탑재됐으며, 열화상 적외선 카메라로 전방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나이트 비전(Night Vision) 등 고급 사양으로 무장했다.

앞선 모델들이 포장도로 주행에 특화됐다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오프로드에서 한층 강력한 성능 발휘가 가능하다. SUV를 SUV답게 즐길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강점이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한층 세련된 외모를 갖게 됐으며, 새로운 엔진,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강화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도강 수심 감지 기능, 보닛을 투과하여 보는 효과인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와 같은 랜드로버만의 오프로드 특화 기능도 탑재됐다.

이렇게 수입 프리미엄 중형 SUV를 한자리에 모았다. 독일 제조사 3파전이 아닌 독일, 영국, 스웨덴, 미국 등 저마다 다양한 특색과 문화를 담고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 일반 내연기관과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형태의 파워트레인 조합도 볼 수 있다.

심사는 디자인, 공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운드, 정숙성, 주행성능, 가성비 등 다양한 항목으로 이뤄졌다. SUV라는 특성에 맞춰 보다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 평가항목을 손보기도 했다.

자동차 전문기자와 레이싱 드라이버, 타이어 연구원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이 평가를 맡았다. 테스트 장소는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인터네셔널 서킷에서 진행했으며, 진행 협찬은 콘티넨탈에서 했다.

많은 차량이 동시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다 보니 차량 보호 문제가 생겼다. 이에 물류 및 운송 사업 전문 업체, M&M통운㈜이 도움을 자처하고 나섰다. 전문 인력을 활용해 마이바흐를 포함한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혼다 등 완성차 운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M&M통운㈜은 이번 평가 진행을 위해 최상급 사양인 메르세데스-벤츠 악트로스 트랙터 2대를 지원했다.

실내외 디자인과 소재를 비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일원인 만큼 모두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고급스러움을 앞세웠다. 하지만 저마다 캐릭터는 확실했다. GLC는 부드럽고 우아함, Q5는 세련되고 멋스러움, XC60은 단아함,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미적인 아름다움, XT5는 남성적인 부분이 강조됐다. 무난함을 내세웠던 대중 브랜드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자신감이다.

이 가운데 볼보 XC60과 벤츠 GLC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중 GLC는 실내외 디자인이 많은 소비자에게 호감을 주기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원일 심사위원(프로 레이싱 드라이버)은 “시트 포지션은 GLC가 가장 좋았다”는 평을 남겼다. XC60은 마감을 비롯한 조립 품질과 실내 사용 소재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간에 대한 평가는 박빙이었다. 앞좌석과 뒷좌석 공간을 비롯해 공간 확장성 등 다양한 항목에서 좋은 구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중 트렁크 공간은 캐딜락 XT5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병주 심사위원(중앙일보 팀장)은 “공간 활용도를 중시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중시한다면 XT5가 좋은 선택”이라는 설명했다. 아우디 Q5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김동륜 심사위원(금호타이어 연구원)은 “뒷좌석에 후면 커튼이나 3-존 공조 기능, 열선과 USB 포트 등 구성이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인포테인먼트 평가에서는 볼보 XC60이 우위에 섰다.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의 역할이 가장 컸는데, 반응 속도를 비롯해 쉽게 사용 가능한 내비게이션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타사와 달리 음성인식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라는 칭찬을 끌어냈다. 열선이나 통풍시트는 물론 목적지 설정과 뉴스를 비롯한 다양한 검색도 가능하고 집안 기기들까지 음성 명령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문병주 심사위원(중앙일보 팀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음해도 대부분 인식했다”며 칭찬했다.

오디오 부문도 XC60이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볼보의 바워스 &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은 저역부터 고역대까지 균일한 음질을 전달했으며 그 중에서 중저역대 질감이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톤 자체가 따뜻하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호불호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XT5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메리디안의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맑은 고역대 음질과 풍부한 공간감이, XT5는 보스의 퍼포먼스 사운드가 풍부한 저역대와 정돈 잘 된 균형감으로 인정받았다.

소음과 승차감 분야는 GLC와 XC60이 접전을 펼쳤다. 차량 성격에 맞춘 서스펜션을 비롯해 정숙성 분야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XC60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GLC 모두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보다 조용하면서 좋은 승차감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을 달리며 주행 완성도도 평가했다. 일반적인 주행 환경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작은 완성도의 차이가 크게 부각될 수 있는 악조건이다. 여기에 전문 드라이버까지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현장은 타이어 소리와 브레이크 냄새가 가득했다.

이 평가에서 벤츠 GLC와 아우디 Q5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독일 브랜드의 강점이 잘 드러났다. 핸들링 성능을 비롯해 차량의 주행 밸런스, 높은 서스펜션의 완성도와 강력한 제동성능을 갖췄 것으로 확인됐다. 양정호 심사위원은 “Q5가 스포티한 감각이 앞서며 동력 성능도 좋았다”며 최신 아우디 모델의 발전에 놀라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가성비를 확인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이기 때문에 분명 높은 가격을 갖지만 그중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느냐는 것. 그 결과 볼보 XC60이 가장 가격 대비 좋은 구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사 대비 할인이 극히 적지만 소비자가격 자체를 매우 경쟁력 높게 설정한 것이 주요했다.

이렇게 볼보 XC60은 최종 1067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타사 대비 앞선 고급 소재, 넓은 공간 활용성, 대부분의 기능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편안한 승차감과 안정적인 성능, 여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덕분이다.

2위를 메르세데스-벤츠 GLC였다. 꾸준히 XC60과 항목별 1위를 다투며 결국 준우승에 올랐다. ‘역시 벤츠’라는 말을 듣기 충분한 기량을 보였다.

이번 세그먼트 어워드 2021이 가족을 위한 최고의 모델을 꼽았다면 5번째 무대는 정 반대의 차가 예고됐다. 나만을 위한 펀카 중 최고의 모델을 찾는 것. 무작정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설정해 실질적으로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는 차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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