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2024년 자동차 생산 발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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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플카보다 더 빨리 샤오미 자동차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애플카처럼 루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이미 전기차 생산을 발표했고, 빠르면 2024년 상반기에 첫 번째 자동차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 한다.

이 회사의 정체성은 그야말로 모호함 그 자체다. 흔히 스마트폰 제조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회사에서는 만들지 않는 물건이 거의 없다. 볼펜부터 휴지통, 여행용 캐리어와 드론에 이르기까지 IT와 생활용품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제품 포트폴리오에는 아예 경계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제품들로 유명한, 바로 샤오미 이야기다.

샤오미에 대한 평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좋은 제품이어서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잘 팔리기 때문에 좋은 제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샤오미는 가성비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제품을 연이어 히트시켜왔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영역에 대한 경계도 없다. 오죽하면 방 하나를 샤오미로만 채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고정된 공간인 집이 아닌, 이동하는 공간에도 샤오미가 ‘실수'를 저지르려 하고 있다.

이미 샤오미는 몇 달 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놀랄만한 소식을 전했다. 다름 아닌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물론 샤오미를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고 일부에서는 이제서야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라는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의 자동차 사업 진출을 두고 애플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애플의 프로젝트 타이탄보다 차라리 샤오미 쪽이 속 시원해서 좋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우선 샤오미 자동차 제작은 꽤 오래전부터 기획되었으며, 그들의 예상보다 더 빨리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당초 계획 자체가 애플카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샤오미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들이 발표한 첫 번째 자동차 생산 시기는 2024년 상반기다. 앞으로 2년 반 정도가 남아 있으며 정말 애플카보다 더 빨리 생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도 현재 자율 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빨라야 2025년 하반기 무렵에나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예측이다.

하지만 샤오미의 자동차 사업 진출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샤오미는 약 1조 8000억 원가량을 자동차 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 발표했는데, 그럼에도 의문을 갖는 이유는 백지상태에서 한 대의 자동차를 개발, 생산, 유통하기에 넉넉한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들과 합작하여 제작한다면 이 정도 금액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샤오미는 100% 지분을 확보한 자회사를 설립해 자동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100% 지분을 가진다고 해서 모든 것을 샤오미가 직접 진행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샤오미 제품들이 그러하듯 샤오미 자동차도 전문 위탁 생산 기업과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는 이미 수많은 전기차 생산 기업들이 존재하는데다가 중국 정부에서도 전기차 산업 육성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자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샤오미만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그럴듯한 디자인과 적당한 수준의 이미 존재하는 자동차 기술을 토대로 자기만의 자동차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전에 도전해 본 적 없고,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게 될 샤오미는 그들이 늘 해왔던 전략을 자동차에도 그대로 접목할 것이라 발표했다. 다름 아닌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최고의 가성비를 이번에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샤오미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5% 전략에 있다.

이들은 어떤 제품을 만들더라도 5%대의 순수익만 남기는 극한의 수익률 다이어트 전략을 펼쳐왔다. 대륙의 실수라는 말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으로 실제로 샤오미 제품을 써본 사람들은 적당한 품질에 강력한 가격적 매력에 이끌려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체재로 이 회사 제품을 이용해왔다. 그리고 과시적 목적이 아닌, 철저히 합리적 사용에만 초점을 둔 소비자라면 샤오미의 생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만약 샤오미의 자동차가 출시된다면 아마 현재까지 샤오미에서 출시한 제품 중 가장 비싼 제품이 될 것이다. 2020년 기준 이들의 제품 중 최고가 제품은 빔 프로젝터로 2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비록 포트폴리오 중에서는 가장 비쌀지언정,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샤오미 자동차는 여전히 5% 전략을 유지할 예정으로 샤오미는 자신들의 자동차를 약 3,500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 소개했다. 일체의 보조금 없이 3,50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전기차라면 현존하는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보다 강력한 가격 메리트를 갖게 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이 전략이 정말 자동차에서도 먹혀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동차는 쓰다가 망가지면 버리고 새로 사면 그만인 보조배터리나 스마트워치와는 확연히 다른 성격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3,500만 원대라고 하지만 다른 전기차에 비해 다소 저렴하다는 것이지 소비자가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게다가 샤오미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제품의 내구성이나 신뢰성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말 그대로 싼 맛에 사서 쓰다가 망가지면 버리고 또 사면 그만인 제품들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500만 원짜리 제품을 그렇게 쓰고 버린 후 다시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품질과 신뢰성에 대한 약점을 충분히 방비했으리라 생각되지만, 샤오미라는 브랜드 자체가 주는 관념을 뒤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한 번 구매하면 적어도 3~5년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며 이 기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안전과 품질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샤오미는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스스로가 만들어 낸 ‘싼 맛에 쓰고 고장 나면 버리는 브랜드'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와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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