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팅어 단종, 이유는?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1.11.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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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성능, 디자인도 승부처 아니었다

기아차의 스포츠 세단(스포트백) 스팅어가 단종된다. 스팅어는 제네시스 G70과 엔진 일부, 변속기, 구동계는 물론 플랫폼을 공유한 모델이다. 제네시스 G70이 꾸준한 판매량을 내는 것에 반해 스팅어는 소량만 판매됐는데, 판매량 저하가 단종을 맞게 된 이유다.

스팅어는 지난 2017년 데뷔하며 시장에서 관심을 받았다. CK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개발됐는데, 기아차가 내놓은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통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G70 보다 스팅어의 세부적 완성도가 높아 스포츠 세단으로 더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이 식었고, G70 대비 판매량에서 크게 밀렸다.

이처럼 지속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이 스팅어 단종의 근본적인 이유다. 반면 제네시스 G70은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갔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봐도 성격이 겹치는 두 모델을 유지하기 보다 수익성에서 유리한 제네시스 G70을 지속시키고, 스팅어의 생산라인을 다른 인기 차종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

브랜드 밸류 차이

자동차의 성능도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요소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엔진 출력, 구동 방식 등 기본적인 스펙을 중심으로 성능을 내다본다. 스팅어의 장점은 보다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과 밸런스를 갖췄다는 것인데, 이런 성능까지 파악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또한 그 정도를 파악하는 소비자들은 이미 더 성능이 뛰어난 수입차로 넘어가기도 한다.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에 브랜드 밸류 차이도 있다. 국내 시장 상황을 보면 대중 브랜드 밸류에서 현대차가 1위, 기아는 2위를 달린다. 제네시스는 현대차 보다 상급에 포지셔닝 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들보다 위에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민감하다. 최근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명품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된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내가 구입한 자동차와 자신이 동일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구입한 차에 대한 단점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이처럼 브랜드가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요소로 활용되기에, 동일한 기능성을 갖춘 상품이라도 대중 브랜드 대비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에 관심이 쏟는다.

만약 가격 차이가 커졌다면 스팅어의 경쟁력이 살아났을 것이다. 하지만 G70과 스팅어 기본 모델의 가격은 200만 원 미만에 불과하다. (더 강한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100만 원대 상품을 구입함에 있어 몇 만 원 차이에 민감한 소비자들이지만 4천만 원대에 달하는 자동차 구입 때 200만 원 차이는 미미하다. 결국 더 가치 있는 고급 브랜드 상품을 유사 가격에 택할 수 있으니 마음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브랜드 격차도 스팅어의 판매량에 영향을 준 이유가 된다. 당신이 아내와 가족을 위한 세컨드카를 구입한다면, 스팅어와 G70 중 어떤 차를 택하겠는가? 부인이 직접 차를 선택한다면 또 어떨 결과가 나올 것 같은가?

별 차이 없는 성능(?)

초기 출시된 스팅어와 G70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았다. 앞서 얘기한 핸들링 및 세부 완성도 부분에서 스팅어의 가치가 높았지만 동일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했던 이유로 같은 성능을 가진 차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다. 스팅어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2.5리터 엔진을 기본 사양으로 달며 격차를 벌렸는데, 이 카드도 쉽게 먹혀들지 않았다. 본격적인 성능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애초 3.3 터보 모델을 구입 기준으로 삼았는데 너무 소수였고, 2리터 급을 택하는 소비자들은 성능 보다 실용성(?)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2.5 엔진과 2.0 엔진의 성능 차이가 구입에 변수가 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세금이 저렴한 2.0 터보 엔진을 선호했고, 일상용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2.0 터보 엔진의 성능도 충분했다.

후속 모델 소식은?

제네시스 G70은 RN2라는 프로젝트명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다. 반면 스팅어 후속 모델에 대한 소식은 없다. 현대차그룹은 스팅어의 외관의 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를 내놨는데, 이를 통해 연명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모델이 부족한 ‘N’ 브랜드의 라인업 확충, N 브랜드의 미래 비전 제시 차원으로 보면 ‘N’의 일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굳이 단종된 모델을 기반에 둘 필요가 없다는 것.

시장에서는 EV6 GT가 스팅어의 바통을 넘겨받아 고성능 모델로 포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후속은 아니다.

기아 스팅어의 의미

현대차그룹에는 4개의 브랜드가 있다. 중심이 되는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인 ‘N’,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그리고 기아다. 기아차는 대중 브랜드 시장에서 현대차와 가격 크게 격돌하고 있다. 같은 연구소에서 만들다 보니 차별성은 떨어진다. 그래도 일부 모델이 현대차를 압도하는 모습인데, 디자인, 승차감 등으로 인기를 끄는 것이 이유다. 반면 고가차 시장으로 가격 얘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이 돈이면…’

제네시스의 최고급차 G90은 정해진 수요를 통해 꾸준한 판매량을 내고 있다. 반면 기아 K9은 유사한 기능성을 갖춤에도 시장서 주목받지 못한다. 고급차로의 상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팅어도 G70이 아니었다면 특화된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컸지만 시장에서 G70과 싸우다 단종을 맞게 됐다. 결국 유사한 금액이면 고급 브랜드로 가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상징성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브랜드 밸류. 이것이 지금의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잘 먹히는 키워드다. 기아차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며 스팅어를 내놨다. G70과 간섭을 막기 위해 스포트백 디자인도 택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G70의 손을 들었다.

기아차에서 스팅어 같은 차가 나올 수 있을까?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고성능 모델에 ‘GT’라는 배지를 붙이고 있지만 그룹 내 ‘N’ 브랜드를 키워야 하다 보니 애매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당장 K3 GT만 봐도 ‘N’아 아닌 N 라인과 경쟁한다. EV6 GT가 고성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오닉 계열의 ‘N’이 나오면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고성능과 기아차 사이에 거리감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기아차가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 잘 된 케이스도 있다. K5, 쏘렌토, 셀토스, 카니발 등등.

K5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20~30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과학’이란 별명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중요하다. 쏘렌토는 편안한 승차감으로 싼타페를 앞선다.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기 어려운 핸들링 성능, 여기에 의미를 두고 중형급 SUV를 택하는 경우는 없다. 가족을 위한 승차감이 더 중요하다. 셀토스와 코나, 소비자들은 유사한 가격대에서 더 큰 것을 선호한다. 업무용 성격이 강한 스타리아(스타렉스) 보다 카니발이 가족에게 친근하다. 이처럼 대중 성향을 파고드는 모델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컸다. 판매량을 수치로 들이밀 때 기아차와 고성능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룹 합병 이전 ‘엘란’에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기아차 팬들은 고성능차, 현대차 라인업에 없는 새로운 모델을 꿈꾼다. 이를 현실화 하고 싶다면 기아차 경영진과 연구진들이 동일한 성능을 가진 유사한 차가 그룹 내에서 겹치게 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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