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 새로운 디자인의 전동 킥보드 공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1.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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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가 새로운 디자인의 전동 킥보드를 공개했다. 오랜 두카티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킥보드는 커녕 스쿠터조차 만들지 않는 이 브랜드에서 전동 킥보드를 공개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두카티 팬이라면 누구든 탐낼만한 물건이라는 거다.

디아벨, 몬스터, 스크램블러, 파니갈레 등등. 현재 두카티에서 전개하고 있는 모터사이클은 이름만 들어도 성격을 금새 떠올릴 수 있을만큼 브랜드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모터사이클리스트들의 종착점이 BMW 모토라드라지만 두카티 역시 꼭 한 번은 경험해보고 싶은 기착점인 것만은 틀림없다. 보기만 해도 흥분을 자아내는 이탈리안 모터사이클 특유의 빨간색과 정제되지 않은 이그조스트 사운드, 그리고 정교한 기계적 미학이 곁들여진 두카티는 성능은 물론 분위기에서도 특별함과 당당함을 잊어본 적이 없다.

아마 출시만 된다면 분명 잘 팔리겠지만, 지금 두카티의 이미지에서 도심 골목골목을 누비는 스쿠터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물론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1950~60년대에 등장한 175 크루저를 비롯해 몇 대의 스쿠터를 만든 적이 있다. 시대적 배경이 대배기량의 스포츠 바이크보다는 모터리제이션의 원동력 중 하나였던 스쿠터를 원했기 때문에 부득이한 결정이었지만,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스쿠터는 두카티의 관심에서 다시 멀어졌다. 그 후 두카티는 오직 배타적이며 독점적인 모델들만을 지치지 않고 생산했다.

이런 두카티가 만약 전동 킥보드를 만들었다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믿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최근 두카티에서 새 디자인의 전동 킥보드가 출시됐다. 두카티 어반 e 모빌리티라는 낯선 브랜드에서 출시된 전동 스쿠터 PRO III는 분명 누가 봐도 두카티의 2륜 모빌리티다.

디자인을 잠시 살펴보면, 전형적인 전동 킥보드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작은 사이즈의 휠과 스케이트 보드처럼 낮고 넓은 데크는 두께로 미루어 보아 배터리가 들어 있음이 분명하다. 길게 올라온 스템에는 두카티 코르세에서 즐겨 사용하는 이탈리안 국기 스트라이프와 함께 DUCATI로고가 그려져 있다. 강렬한 이탈리아 국기 리버리는 프론트 포크를 지나 데크 측면까지 뻗어 있다. 데크 위 미끄럼 방지 고무 패드 위에도 흰색의 두카티 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아래에는 두카티의 스쿠데토가 들어가 있어 누가봐도 두카티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면 퍼포먼스는 어떨까? 파니갈레처럼 머릿가죽을 바람으로 밀어낼 정도의 퍼포먼스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지간한 전동 스쿠터들과 달려도 지지 않을 정도는 된다. 468Wh 배터리와 함께 브러시리스 DC모터에서 최대 515W의 출력을 만들어 낸다. 최고 속도는 25km/h이며 골목처럼 좁은 곳에서는 최소 6km/h 정도의 속도로도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50km까지 주행이 가능한데, 완전히 방전될 경우 가정용 충전기로 약 9시간 정도 충전해야 한다.

스탬과 프론트 포크를 접을 수 있게 고안되어 있다는 점도 여느 전동 킥보드와 다르지 않다. 물론 배터리 무게 때문에 차에서 싣고 내리는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완벽한 퍼스널 모빌리티로써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몇 가지 트렌디한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별도의 키나 앱 인증과정 없이, NFC 미니 키를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곧바로 출발할 수 있다. 또한 3.2” 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으며, USB 포트가 마련되어 있어 원한다면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하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나면 사실 두카티라는 이름 이외에는 뭔가 특별한게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 킥보드를 정말 두카티가 만든 것이 맞는지 의심하고 있다면,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두카티는 2차 대전 종전 이후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어반 모빌리티(Urban Mobility)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전동 스쿠터는 사실 두카티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해 제작한 것이다. 매우 그럴 듯한 웹사이트까지 갖추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두카티 모터 홀딩스 S.p.A와는 무관한 회사다.

하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는 회사인 것도 사실이다. 두카티에게서 이름을 빌려와 전동 킥보드를 제작하는 이탈리아 소재의 이 회사는 무려 40년 동안이나 폴딩 바이크를 비롯해, 킥보드, 전동 킥보드 등 어반 모빌리티를 생산, 판매해 온 회사다. 실제로 이 회사 제품 중 일부는 두카티 코르세 모토GP 팀에서 쓰기도 했다. 이미 출시된 모델도 실로 다양하다.

마치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디자인의 전동 킥보드, 스크램블러가 있는가 하면 같은 이름의 e 바이크도 제작했다. 또한 PRO 시리즈 역시 벌써 3세대까지 진화했는데, 단순히 디자인만 두카티를 표방한 게 아니라 마그네슘 프레임을 사용하는 등 퍼포먼스에서도 두카티의 노력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전체 디자인을 모두 두카티 디자인 센터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만약 나도 모르게 두카티의 오리지널리티를 느껴버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거나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떨까? 가격이야말로 가장 두카티다운 부분으로 약 800유로, 우리 돈으로 110만원이다. 중국산 전동 킥보드를 한 대 사는 비용보다 몇 배는 비싸다. 심지어 110만원이면 공유 전동 킥보드를 얼마나 타고 다닐 수 있을지 계산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남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심지어 전동 킥보드 조차도 두카티임을 뿌듯해 할 것이다. 두카티 코르세 레노보 모토GP팀에서도 타고 다닐 정도이니 말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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