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세 종류의 전기차 공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0.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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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OEM으로 더 잘 알려진 폭스콘이 혼하이 테크 데이(HHTD21)에서 세 종류의 전기차를 선보였다. 다만 이들이 자동차 브랜드로써 직접 판매를 진행할 것인지, 애플카에 대한 힌트인지 아직 알 수 없다.

타이베이에서 세 종류의 전기차가 발표됐다. 이 행사를 주도한 기업은 다름 아닌 폭스콘이었다. 폭스콘은 우리에게 아이폰의 OEM 기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IT 디바이스를 비롯해 PC 관련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던 폭스콘이 어째서 전기차를 발표한 것일까? 폭스콘은 이전부터 네 바퀴가 달린 아이폰과 같은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인터뷰를 남기며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세 종류의 전기차를 발표한 것이다.

이들이 소개한 전기차는 모델 C, 모델 E, 모델 T로 명명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테슬라와 포드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각각의 모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모델 C는 전형적인 CUV 스타일이다. 휠베이스가 4,640mm에 달하는 준대형에 가까운 CUV로 디자인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유행하는 디자인 경향이 그대로 반영된 디자인으로 프런트 헤드램프와 리어 테일 램프 모두 좌우가 하나로 이어진 스타일을 갖고 있다.

최대 일곱 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으며, 인테리어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다. 이 역시 최근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 경향을 반영한 결과다. D 컷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과 함께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각각 분리되어 있다. 기어는 로터리 방식의 시프터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특히 공기저항 계수를 강조했는데, 모델 C의 경우 전면 투영 면적이 0.27에 불과하다는 것이 폭스콘의 설명이다. 이어 폭스콘은 모델 C의 경우 3.8초 만에 0-100km/h에 도달할 수 있는 전기모터와 함께 약 700km의 주행거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모델 E는 세단 형태의 전기차로 설명에 따르면 기술 혁신적인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이라 한다. 모델 C와 달리 모델 E의 디자인은 피닌 파리나에서 진행했다. 그럼에도 모델 C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좌우로 연결되어 있는 헤드 & 테일램프를 갖고 있으며, 램프 아래에는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럭셔리 세단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인테리어 디자인도 모델 C에 비해 확실히 고급스러운 감각이 돋보인다. 세 개의 모니터를 적당한 각도로 꺾은 계기반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B 필러와 도어 트림 사이에 디자인을 통일시켜 실내 공간을 하나로 통합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동반석 시트가 없다는 점이다. 뒷좌석 VIP를 위한 풋 레스트로 쓰이는 뒷좌석은 흡사 볼보에서 제안했던 콘셉트카를 연상케한다. 모델 E는 모델 C보다 좀 더 빠르고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0-100km/h까지 2.8초가 걸리며 최대 주행거리는 750km에 달한다.

한편 폭스콘은 이날 전동화 버스까지 함께 공개했다. 모델 T로 명명된 버스는 외관상으로는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으나 파워 트레인이 전기모터와 배터리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최대 주행거리가 약 400km로 타이베이 전역을 충전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다. 또한 최고 속도는 120km/h로 속도 역시 충분하다.

이렇게 총 세 종류의 전기차를 선보인 폭스콘은 언제부터 생산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브랜드로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남기지 않았다. 한때 전기차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 예상됐던 소니와 비슷한 행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소니가 전기차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각종 기술과 센서들을 자동차 플랫폼 안에 담아낸 것과 달리 폭스콘은 조금 더 진보적이다.

폭스콘은 이날 MI3H라는 플랫폼을 사용했음을 알렸는데, 이 말은 이들은 이미 전기차를 위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완성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폭스콘이 아이폰에게 애플카 생산을 제안하기 위해 세 종류의 전기차와 함께 EV 플랫폼을 소개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폭스콘이 전기차를 생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생산할 경우 어지간한 전기차 신생기업들보다 더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생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폭스콘은 아이폰의 까다로운 QC를 만족시킬 정도로 뛰어난 조립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가 특히 대만에는 오랫동안 자동차 회사들을 상대로 부품을 공급해 온 회사들이 많다. 또한 모터사이클을 비롯해 완성차 생산 조립 능력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폭스콘이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생산 판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전에 해왔던 것처럼 애플을 비롯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제3의 기업을 위해 전기차를 위탁 생산할 수도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인프라와 IT 기기의 제작 조립 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폭스콘의 이번 전기차 공개는 업계에서 쉽게 흘려 넘길 수 없는 뉴스가 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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