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새로운 EV 플랫폼 레바(LEVA)발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9.24 10: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터스는 앞으로 EV 스포츠카 및 SUV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주, 새로운 로터스 모델에 쓰일 전용 플랫폼 레바를 발표했다. 얼핏 보아 구조는 과거 로터스가 사용했던 백본 프레임과 거의 흡사하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영국 브랜드들은 21세기에 들어 모진 풍파를 겪어야 했다. 벤틀리는 폭스바겐으로, 롤스로이스는 BMW로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인도의 마힌드라에게 팔려갔다. MG는 중국 기업으로 편입됐으며, 미니는 BMW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현재 MG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세기에는 누려보지 못한 영화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로터스는 어떨까? 로터스는 원래부터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렸던 브랜드는 아니었다. 콜린 채프먼은 분명 엔초 페라리가 되고 싶었겠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유산들은 아직까지도 표류중이다.

모터스포츠로 쌓은 유산으로 따지면 가장 막대한 유산을 지니고 있는 브랜드임에도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로터스는 쇠락했다. 여전히 작고 가벼운 것이 크고 무거운 것보다 앞선다는 콜린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시대의 흐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고 로터스가 가진 거의 모든 것은 사라져버렸다. 천만다행으로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그들이 아직 제대로 써보지 못한 유산의 가치를 알아봤다. 그리고 빈사상태에 이른 이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에바이아는 앞으로 로터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표지와도 같다. 여전히 로터스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보다 혁신적인 에어로다이나믹 설계와 함께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EV였다. 에바이아(Evija)를 통해 모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은 그들은 이참에 아예 EV 스포츠카 전문 그룹으로 거듭나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향후 몇 년 동안 적어도 4~5 종류 이상의 EV를 세상에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대는 과거처럼 1모델 1플랫폼을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완벽한 단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모델을 파생시킨다고 해서 무성의하다고 이야기할 소비자들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호환성이 뛰어난 하나의 전용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게 바로 레바(LEVA)라고 불리는 플랫폼이다.

로터스의 새로운 EV 아키텍처, 레바는 EV 플랫폼의 전형적인 설계 방식에서 조금 벗어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스포츠카 제조사라는 점을 끝까지 잊지 않은 듯 하다. 왜냐하면 전형적인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은 얼핏 모든 EV 플랫폼을 위한 가장 완벽한 설계 방식처럼 보이지만 스포츠카를 대응하기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바닥에 배터리를 모두 깔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낮고 가운데로 모인다는 기계적인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바닥이 두꺼워진 만큼 시트 포지션 특히 힙 포인트가 높아져 운전자들은 도무지 스포츠카 특유의 비일상적인 시트 포지션을 경험할 수 없다. 이러한 고민은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tron GT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폭스바겐그룹에 이미 훌륭한 MEB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J1이라는 별도의 플랫폼을 개발해야 했다. 로터스의 레바는 J1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바닥은 낮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낮췄다. 배터리도 바닥에 깔지 않았다. 대신 과거 로터스 엘레스나 에보라처럼 흡사 MR 구조와 비슷하게 두꺼운 배터리 팩을 시트 뒤로 옮겼다. 4인승 세단이나 SUV를 만드는 폭스바겐이나 현대차에게는 고려할 수 없는 구조겠지만, 로터스라면 상관없다. 어차피 이들은 실내 공간 쾌적성보다는 더 나은 드라이빙 퍼포먼스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이 아키텍처는 로터스 레바의 기본 플랫폼이 될 예정이다. 휠 베이스 2,470mm와 2,650mm 두 가지의 변종을 포함해 총 세 종류의 2시터 스포츠카 플랫폼이 만들어 질 것이다. 배터리를 감싸는 플랫폼의 기본 구조에는 과거 엘리스에서 쓰던 판재를 꺾어 만든 배스터브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방식은 이미 로터스가 오랫동안 경험했던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소량 생산하기에 적합하다. 복잡한 구조는 최대한 줄이고 강성과 경량화를 추구하는 설계 방식으로, 로터스가 가장 잘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 가지의 변종이 더 추가된다. 아마도 로터스의 SUV에 쓰일 것으로 추측되는 2+2 시트 전용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과 달리 배터리 팩의 일부가 바닥으로 향했다. 물론 그 탓에 시트 포지션은 올라가겠지만 SUV라면 문제되지 않는다. 로터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매우 가벼운 EV 전용 경량 구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그들의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인 에미라 V6에 쓰인 플랫폼보다 후방 구조물이 무려 37%나 가볍다고 한다. 가벼워진만큼 모델 트림의 베리에이션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물론 구분 방식은 전형적일 것이다. 스탠다드 레인지이거나 혹은 롱 레인지이거나. 로터스의 레바 플랫폼이 적용된 모델은 빠르면 내년부터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찾아올 모델은 2+2 시터의 SUV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애스턴마틴의 DBX와 무척 비슷한 실내 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게 로터스는 에미라를 끝으로 내연기관과의 완벽한 작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 준비를 마쳤다. 경험을 통해 로터스는 지난날 자신들이 명성에 비해 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잘 이해했을 것이다. 아마도 새롭게 우리에게 소개될 로터스는 분명 좀 더 고급스럽고 좀 더 편할 것이다. 물론 로터스 골수팬들은 극도로 혐오하겠지만, 괜찮다. 그들 중 대부분은 어차피 과거의 로터스도 사지 않았다. 철학과 헤리티지만 그대로 남겨둔다면 EV 시대에 로터스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