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스턴트 파일럿, 비행기로 터널을 통과하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1.09.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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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소속의 스턴트 파일럿이 비행기로 터키 이스탄불의 터널을 통과했다. 2.26km를 비행한 그는 한 번에 무려 4개의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자동차의 드리프트와 마찬가지로 비행기 분야에도 에어로바틱이라는 분야가 있다. 심지어 대회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대회가 바로 레드불 에어 레이스다. 40m의 파일런 사이를 시속 250km/h의 속도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해야 하는 이 레이스는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풍경을 만든다. 터보 프롭 비행기 컨트롤에 있어 가히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스턴트 파일럿, 다리오 코스타는 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파일럿으로 손꼽힌다. 올해 41세인 그는 이미 5,000시간 이상의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에어로바틱 비행이었다. 그런 그에게 한 가지 꿈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비행기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터널을 통과한다는 건 거대 파일런 사이를 통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의 도전이다.

우선 터널은 사방이 다 막혀있다. 게다가 좌우 폭도 거의 비행기의 윙스펜과 비슷하다. 다리오 코스타 팀의 이야기에 따르면 좌우로 여유 공간은 고작 4m 남짓이라고. 게다가 공기의 흐름도 탁 트인 하늘과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충분한 양력을 생성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비행기는 요동칠 것이며, 자칫하면 날개 끝이 터널 벽을 긁어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비행기가 초저고도로 비행할 경우 그라운드 이펙트가 발생해 양력이 배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터널 천장에 부딪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을 결심했다. 다리오 코스타는 “내 평생 터널을 비행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예상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큰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도전에 임하기 위해 그는 약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헝가리 출신의 베테랑 조종사에게 멘토링까지 받았다. 그리고 약 40명의 크루들이 동참해 특별한 도전을 위한 훈련 과정을 설계했고, 발생가능한 모든 위험요소들을 체크했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보낸 끝에 다리오 코스타의 팀은 지난 9월 4일, 터키 북부 마르마라 고속도로의 듀얼 차탈카 터널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직 개통되지 않은 고속도로로 다리오는 비행기를 타고 터널을 통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두 개의 터널을 동시에 통과해야 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약 360m 간격을 두고 두 번째 터널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터널과 터널 사이에는 바람이 교차하는 구간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공기의 흐름이 바뀌면 비행기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터널 안 혹은 터널과 터널 사이에서 비행기가 흔들린다면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다리오와 비행기는 심각한 사고와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돌발상황에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50밀리초 뿐이었다.

불안과 위험 그리고 긴장을 억누르며, 이윽고 다리오의 비행기가 속도를 높였다. 그는 초저고도로 비행하기 시작했고, 마치 바늘구멍같은 좁은 터널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속 250km/h 이상의 속도로 비행한 그는 첫 번째 터널을 순식간에 통과했다. 하지만 터널과 터널 사이의 구간에서 위기에 빠질 뻔 했다. 갑작스럽게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고 측면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첫 번째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횡풍 때문에 비행기가 오른쪽으로 쏠렸습니다. 곧바로 반응 기동을 시작했고 비행기가 두 번째 터널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데 모든 것을 집중했습니다. 잠시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지만, 두 번째 터널로 들어가자 다시 시간이 빨라졌습니다.”

두 번째 터널까지 모두 빠져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4초. 그는 총 2.26km를 비행했고 평균 속도는 245km 였다. 단 44초를 위해 40명이 1년동안 모든 것을 바친 셈이다. 성공적으로 터널을 빠져나온 후 그에게 주어진 것은 네 장의 기네스 기록 인증서였다. 그는 비행기로 1,73km의 터널을 통과한 최초의 사람이었고, 단단한 장애물 아래서 비행한 첫 번째 사람이었으며, 두 개의 터널을 동시에 통과한 사람 그리고 터널에서 항공기를 이륙시킨 첫 번째 사람이 되었다.

“안도감이 가장 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행복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일이 현실이 됐으니까요.”

다리오 코스타의 터널 비행은 아래의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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