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디자인이 제안하는 두카티의 퓨처 모터사이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8.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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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 세계에도 전동화의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자동차보다 좀 더 까다로운 기대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탈디자인이 두카티를 위한 퓨처 모터사이클 디자인을 제안했다.

최근 BMW 모토라드는 컨셉트 디자인을 그대로 현실화한 CE-04의 양산을 알렸다. 또한 가장 변화에 둔감할 것 같았던 할리 데이비슨 조차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일렉트릭 모터사이클, 라이브 와이어를 시중에 내놓았다. 비단 메이저 제조사 뿐만 아니라 현재 일렉트릭 모터사이클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시장의 테슬라를 꿈꾸는 뉴커머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의 볼륨을 키워가고 있다.

다만 몇 가지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스쿠터라면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보다 생활에 밀착되어 있으며 거의 매일 이용해야 하는 도구에 가깝기 때문에 전동화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투어러나 레플리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마치 스포츠카처럼 이 장르는 감성이 구매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운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새로운 일렉트릭 파워 트레인은 이 부분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이탈디자인은 전동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다면 최소한 스타일만큼은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들은 그 해답을 헤리티지에서 찾아냈다. 현재도 이탈디자인을 이끄는 천재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1970년대와 80년대 몇 대의 모터사이클을 디자인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1974년 생산된 두카티 860GT였다.

당시 등장한 860GT의 디자인은 꽤 혁신적이었다. 나즈막한 세퍼레이트 핸들바와 함께 공격적인 포지션을 갖고 있던 네이키드, 860GT는 당시에는 드물게 스퀘어 타입의 연료 탱크 디자인을 갖고 있었다. 마치 종이로 접은 듯 제법 날이 선 디자인의 연료탱크는 새들과 완벽히 이어지는 독특한 스카이라인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이탈디자인은 조르제토의 희귀한 모터사이클 디자인 헤리티지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이름부터 860GT와 닿아 있다. 860E로 명명된 컨셉트 디자인은 한 눈에 봐도 70년대 레트로 스타일이다. 특히 연료탱크와 하나의 라인으로 이어지는 새들의 실루엣이 그대로 살아 있다.

물론 세찬 굴곡이 더해 약간의 변화를 주긴 했지만, 서로 다른 파츠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의 덩어리로 이어진 듯한 스타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특유의 배터리 커버 디자인도 모던한 감각으로 되살렸다. 대신 이전보다 더 크게 만들었으며, 특히 하나의 덩어리로 이어진 듯한 느낌을 강조하고자 연료탱크, 새들과 함께 완전히 밀착된 분위기로 표현했다.

헤드램프 역시 새로운 기술로 레트로를 표현했다. 클래식한 원형 램프는 사실상 DRL의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램프는 안쪽에 작게 표현되어 있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LED램프와 함께 발전된 광학 기술이 작은 크기에도 충분한 광량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실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 모듈이다. 클래식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이라면 이 커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공랭식 냉각핀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비록 배기매니폴드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파워트레인에 대한 거부감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90도 V 트윈 엔진의 스타일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에 누가봐도 두카티의 파워트레인임을 눈치챌 수 있다.

여기에 DUCATI와 860-E 레터링을 두카티의 클래식한 폰트로 재현해 레트로 무드를 더했다.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클래식 860GT와 닮은 860-E는 안타깝게도 두가티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양산될 계획은 없다.

심지어 현재 두카티는 전동화에 대한 뚜렷한 로드맵이나 포트폴리오가 없다. 물론 E-바이크가 있긴 하지만 마운틴 바이크, 그러니까 자전거이기 때문에 두카티의 모터사이클 라인업에는 아직 일렉트릭 바이크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탈디자인의 컨셉트 디자인, 860-E는 두카티의 오리지널리티를 제대로 구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860GT을 디자인한 사람이 이탈디자인의 주지아로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뚜렷한 생산 계획이 없지만 언젠가 두카티가 새로운 장르에 발을 내디딘다면, 주지아로의 디자인을 결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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