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내에 매립식 EV 충전 스탠드가 설치된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8.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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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지만, 전기차가 늘어난다면 아마 전기차 충전 스탠드가 차지하는 면적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그렇다면 런던에 설치될 매립식 충전 스탠드는 어떨까?

지금 추세로 가면 올해 안에 우리나라에만 전기차가 1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성장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데, 작년 대비 거의 40%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전기차 사용에 대한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이유는 전기차가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충전 스탠드의 증가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충전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면적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금 전기차 충전 스탠드를 보면 공급사마다 크기는 다르지만 대체로 기존 주유소 스탠드와 크기가 비슷하거나 좀 더 크다. 관공서처럼 주차장에 여유면적이 확보되어 있는 경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공용 주차장이나 사설 주차장은 시범적으로 한두 대의 설치는 가능할지라도 대량 설치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전기차들은 대부분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주차 면적이나 주차 편의성도 고려해야만 한다. 물론 폭스바겐은 이런 문제를 일찌감치 인식하고 로봇이 자동으로 충전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컨셉트일 뿐 상용화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한국도 이런데 도로와 주차장 사정이 한국보다 훨씬 열악한 유럽은 어떨까? 특히 아직도 중세 시대의 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사용하는 런던이나 파리라면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런던과 파리는 인도에 주차 정산기와 함께 충전 스탠드를 설치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급속 충전은 힘들다고 하나, 적어도 충전 스탠드가 차지하는 면적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점점 늘어나는 전기차를 수용하기 위해 충전 스탠드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문제점들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전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한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 이들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탠드를 인도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바로 매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도 간단히 설치하긴 어렵다. 매립했다가 자동차가 등장하면 위로 솟아오르게 하는 방식은 얼핏 아주 근사한 아이디어처럼 들리지만, 그러자면 인도를 꽤 깊이 파내야 한다. 만약 런던 시내의 모든 인도를 다 파내야 한다면 그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최소한의 면적만 공사를 하고도 매립식으로 설치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했다.

바로 충전 스탠드를 휴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방식은 이러하다. 우선 인도의 연석에 최대한 붙여서 충전 단자를 매립한다. 매립한 단자는 인도의 표면과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에 보행자나 자전거 혹은 휠체어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면적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이 단자를 통해 충전하고 싶다면 별도의 충전 스탠드를 구매 혹은 대여할 수 있다. 스탠드는 마치 자전거 에어 펌프처럼 생겼다. 특히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사이즈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만약 충전이 필요하다면 매립된 단자 옆에 차를 세운 다음 트렁크에서 충전용 스탠드를 꺼내 단자에 연결하면 된다. 그리고 충전 케이블을 차와 연결하면 충전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충전을 마쳐도 별도의 결제 과정이 필요치 않다. 그냥 개인 충전 스탠드를 다시 접어 트렁크에 넣고 출발하면 된다. 개인 충전 스탠드 자체가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전송하는 일종의 단말기이기 때문이다. 이 솔루션을 개발한 트로얀 에너지는 kWh 당 약 35센트 정도의 비용이 부과될 예정이라고 하며 매달 청구서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충전 요금을 과금할 것이라 한다.

끝으로 이 솔루션은 런던의 브렌트 구에 5개가 시범적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올해 브렌트와 캠든에 약 150여 개의 충전 단자가 매립될 것이라 한다. 인도와 도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혼잡하고 주차장 사정이 좋지 않은 런던이나 파리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솔루션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국내에도 솔루션의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거대한 급속 충전기로 인해 주차면적이 더 좁아지기 전에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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