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도 자체 배터리 제작에 돌입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8.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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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에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동화를 위해 자체 배터리 제작을 발표했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는 통합셀이라는 단일화된 배터리 팩을 전 차종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자동차의 전동화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부상한 부품이 바로 배터리다. 이전에는 보조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 되면서 중요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게다가 자동차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따라서 올라갔다. 현재 EV의 가격에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자동차의 가격 주도권이 자동차 회사가 아닌 배터리 회사로 넘어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특히 부품 교체와 같은 판매 이후의 수익원이 줄어드는 반면 전동화와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수익원은 줄어들고 투자와 지급해야 할 부품 대금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전에 없는 체질 개선과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기가 팩토리를 통한 배터리 자체 생산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차, BMW 그리고 도요타 역시 배터리의 생산을 위한 합작 또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대열에 메르세데스 벤츠도 합류했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셀에 대한 계획을 함께 공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각형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각형 배터리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구조 설계 및 패키징을 진행하기에 가장 편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작은 알루미늄 캔 안에 배터리 셀을 말아서 넣는 식으로 켜켜이 쌓는데, 무엇보다 내부 공간 확보가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이 방식을 이용하면 통합 모듈 부품으로 제작하기 쉽다. 그래서 폭스바겐도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개념의 배터리 팩을 제작할 것이라 발표했다. 다만 메르세데스 벤츠와 폭스바겐의 차이점은 모듈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배터리 팩을 모듈화해 최대 90% 이상의 모든 전기차에 공통으로 사용할 것이라 전했다. 참고로 폭스바겐의 경우 약 80%의 차량이 통합된 셀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런데 각형 배터리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에너지 집적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부문에 있어서는 테슬라가 사용 중인 원통형 배터리가 가장 우세하다. 그리고 에너지 집적률은 배터리 팩의 사이즈 및 주행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 점은 메르세데스 벤츠도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거리, 충전 그리고 주행성능 측면에서 특별한 차이점을 생성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밝힌 개선점은 바로 셀을 구성하는 물질과 높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 음극재 그리고 분리 막인 멤브레인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 부분의 화학적 안정성과 구조의 개선이 있어야만 높이를 줄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을 사용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는 향후 통합 셀로 개발될 배터리는 현재 EQS가 사용하고 있는 NMC811셀보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닐 것이라 한다. 그리고 최대 900Wh/l를 달성하기 위해 양극재로 실리콘 탄소 복합체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이 배터리 기술의 개발과 동시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1,200Wh/l 급의 고체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리하면 컴팩트한 사이즈와 고 집적률을 자랑하는 배터리를 직접 만든다는 뜻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메르세데스 벤츠는 생산 계획도 함께 발표했는데, 향후 8개의 전지 공장에서 자체 생산될 것이며, 약 200GWh의 용량이 생산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2023년 경에는 배터리 재활용 공장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배터리의 자체 개발 및 생산에 가져다주는 이점은 무엇일까? 사실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엔진 개발 이상의 막대한 자본의 투자를 요구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제조사들이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비용의 절감이다.

현재 BEV용 배터리 생산은 대부분 동북아시아 3국, 한국, 일본,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데 자동차 생산자 입장에서는 부품의 이동 거리가 너무 멀다. 한 지역에서 엔진, 새시를 모두 만들고 해외에서 다른 부품을 조달했던 것과는 규모가 다른 문제다.

한편 메르세데스 벤츠는 유럽뿐만 아니라 사하라 사막과 심지어 호주에도 배터리 공장을 세울 것이라 한다. 자동차 수요층이 적고 배터리 물류비용은 여전히 많이 드는 이곳에 굳이 공장을 설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리튬의 확보 때문이다. 리튬 공급 거리를 줄이는 것도 이들에게는 비용 절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궁극의 목적은 역시나 배터리 구매 비용을 줄여 수익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 EV의 가장 중요하고 비싼 부품인 배터리는 대부분 전문 기업에서 조달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자체 생산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물론 제조사들은 물류 마일리지를 줄여서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꽤 좋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진심은 더 큰 수익과 비용의 절감에 더 높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 배터리는 엔진만큼 자동차 제조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하나 둘 자체 개발 또는 자체 생산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물론 배터리 개발에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 기업이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겠으나, 한번 배터리 주도권을 차지한 제조사들은 결코 주도적 역할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쟁 구도는 내연기관 시절에는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배터리는 융합되어가는 산업 속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게임의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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