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가구처럼 원하는 대로 조립하는 자동차?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5.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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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동차를 이케아 가구처럼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심지어 가격도 이케아처럼 저렴하다면? 아주 근사한 아이디어를 한 학생이 구상했다. 물론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헤쳐가야겠지만...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는 컬러부터 기능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물론 제한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산이 넉넉하다면 한계는 넓어진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혹은 그에 버금가는 가격대의 자동차를 구입한다면 카탈로그에 없는 컬러나 소재도 주문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가격이 비싸거나 혹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처럼 만들 수 없거나.

이와 같은 커스터마이징에 있어 이케아는 혁신적이라 말할 수 있다. 이케아 제품 중 다수는 모듈로 제작되어 있어 서로 이어붙여 커다란 하나의 가구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컬러 역시 제한적이긴 하지만 꽤 폭넓게 갖춰놓았고 최근에는 시뮬레이션으로 나만의 옷장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가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이케아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다.

그런데 만약 이케아가 자동차에서도 이와 같은 혁신을 발휘하게 된다면 어떨까? 물론 이케아는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겠지만, 상상만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미국의 한 교통 디자인 전공 학생이 상상을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호가라 이름 지어진 이 자동차는 최근 등장한 초소형 전기차 정도의 사이즈를 갖고 있다. 성인 1~2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자동차는 이케아를 염두에 두어서인지 스타일도 스칸디나비안 가구를 연상케한다. 차체 앞뒤로 도어와 게이트가 마련되어 있는데, 도어는 BMW 이세타와 비슷하게 열린다.

도어 안쪽에 스티어링 휠과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모니터를 부착했다. 심지어 모니터는 아이패드로 대체됐으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속도부터 필요한 정보들을 볼 수 있게 디자인했다. 스티어링 휠의 경우 직접 조향축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조향은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새시는 스페이스 프레임인데 용접이 아닌 볼트 체결 방식으로 고정되며, 아래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 들어간다. 그리고 여기에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장착된다. 아주 짧은 휠베이스를 갖고 있음에도 디자이너는 4륜 조향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이러면 혼잡한 도심의 주차장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평범한 2인승 커뮤터로 보인다. 호가의 진짜 매력적인 아이디어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선 이케아 방식처럼 사용자가 모든 것을 직접 조립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존에도 사용자가 조립하는 키트카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그만큼의 조립 능력이 있어야만 했다. 반면 호가는 스페이스 프레임부터 외장 패널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설계됐다.

키트카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인 드라이브 트레인은 모두 스케이트 보드 플랫폼으로 모듈화했기 때문에 사용자는 철제 책장을 조립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조립하고 패널을 고정시키면 된다. 외장 패널을 바꾸고 싶다면 다른 색깔의 패널을 찾아와 조립만 하면 끝이다.

총 부품 수는 374개밖에 되지 않으며, 114개의 개별화된 파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한 배송될 때에는 실제 자동차 크기의 약 55% 정도로 부피를 줄여 배송할 수 있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내부 구성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 역시 호가의 매력이다. 자전거나 유모차가 항상 필요한 사람이라면 동반석 좌석을 간단히 비울 수 있으며, 원한다면 휠체어를 위한 공간으로도 만들 수 있다. 시트 아래는 외부에서 열고 닫을 수 있는 트렁크까지 갖췄다.

디자이너는 지속 가능성에도 주목했는데 제공되는 374개의 파츠 중 약 68%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격은 6,500달러로 제시했는데, 한화로 약 730만 원 수준이다. 이 정도면 보조금을 더해 초소형 전기차를 살 수 있는 금액에 해당된다.

물론 소개한 자동차는 아직 이케아 혹은 르노 어디에서도 프로젝트화할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만큼은 상당히 구체적이며 현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예를 들어 더 진보된 바이 와이어 기술을 비롯해 충돌 안전성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주로 도심 내에서만 생활하는 통근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커뮤터로 보인다. 언젠가 이케아에서 호가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보자.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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