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270kg의 신형 SL 차체 공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5.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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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신형 SL의 차체를 일부 공개했다.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 오직 차체만의 무게는 270kg라고 한다. 물론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컨버터블과 로드스터에게 이보다 더 절망적인 시대는 없었다. 제조사들은 이 상황을 과거에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오일쇼크나 경제 불황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아니라, 스포츠 드라이빙과 함께 사치스러운 감성을 뽐내며 오픈 에어링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제조사들, 특히 단 1~2모델이라도 컨버터블을 유지했던 푸조도 일찌감치 팔리지 않는 라인업을 정리했으며, 폭스바겐 역시 EOS 이후 마땅한 컨버터블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최근 티록 컨버터블이 출시됐다.)

이런 현상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우디, BMW가 전동화 전략을 펼치며 컨버터블이나 로드스터를 조금씩 멀리하고 있으며, 이제 그들의 모델 라인업에 남은 컨버터블은 1~3가지 정도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메르세데스-벤츠만은 여전히 6대가량의 컨버터블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신들의 오랜 역사 중 하나인 SL의 새로운 차체를 일부 공개했다. 빠르면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현재 개발의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SL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 몇 가지 변화를 예고했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에 없던 편안한 드라이빙과 함께 더 안전한 로드스터가 될 것이라 밝혔다.

그래서 시트 레이아웃도 2+2로 바뀔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SL은 단 두 개의 시트만 갖춘 전형적인 럭셔리 로드스터였다. 물론 하드탑 방식으로 인해 탑을 열면 완전히 사라지는 트렁크 때문에 여유 공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큰 흠이 되지는 않았다. 더 여유로운 공간을 단 두 사람이 사용하는 S-클래스 카브리올레와는 다른 성격의 로드스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이전 세대 SL의 판매량에 낙담했고, 결국 타협과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2열에 두 개의 시트가 더 생기면 그만큼 여유 공간이 생기니, 불편도 예전보단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메르세데스-벤츠의 생각이다.

파워트레인 역시 다양한 타입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확히 어떤 파워트레인이 탑재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AMG의 2L 엔진과 함께 4L V8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탑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차체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수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였고, 특히 각 파워트레인 별로 무게나 출력 그리고 진동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로운 차체의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스틸, 마그네슘과 더불어 일부에는 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쓰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보닛과 팬더 그리고 트렁크 후드와 같은 외피를 제외한 순수한 차체만을 의미하며, 이렇게 경량 소재를 폭넓게 사용한 결과 차체의 무게는 고작 270kg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엔진과 더불어 완전한 차체가 완성됐을 때 무게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차체의 무게를 극단적으로 다이어트를 결정할 만큼 새로운 SL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강성 부분에 많은 개선이 있다고 전했는데, 이전 모델 대비 18% 이상이 증가했고, 심지어 횡방향 강성의 경우 AMG GT 로드스터보다 50% 이상 강해졌다고 한다. 또한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아예 백지상태부터 새롭게 설계에 들어갔다고. 따라서 이전 SL에서 사용했던 차체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한동안 고집했던 하드탑 루프를 포기하고 다시 소프트탑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테스트카에는 소프트탑이 장착되어 있었다.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차체를 설계했음에도 개발 기간은 고작 3개월 남짓이라고 한다.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비약적으로 줄어들어, 현재는 3년이면 충분하다고 전했다. 물론 최근 자동차 개발 동향의 전반적인 추세가 개발 기간의 최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에 없던 새로운 차체를 설계하고 완성시키기까지 단 3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비록 컴퓨터 시뮬레이터의 도움으로 개발 기간이 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지나친 개발 기간 단축 요구는 품질의 저하 및 결함 발생률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새로운 SL의 본격적이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컨버터블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새로운 SL은 안타까운 판매량을 보인 끝에 결국 단종이 결정되어버린 SLC와 더불어 메르세데스-벤츠 유일의 로드스터인 AMG GT 로드스터의 단종을 댓가로 명맥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SL이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시장은 미국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10~15년 사이, 미국의 새로운 소비계층들은 컨버터블보다는 SUV를 더 선호하고 있으며, 차체의 무게가 줄어든 것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와 충전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벤츠에게 SL은 브랜드 전통과 역사 모든 부문에서 무척 중요한 모델이기에 다른 두 로드스터를 단종시키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새로운 SL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시대를 끝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 로드스터라 여기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SL은 전부 AMG의 주도하에 생산될 예정이며 빠르면 올해 말,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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