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즐기는 다카르 랠리카 개발 중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4.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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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의 명문팀, 프로드라이브가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탈 수 있는 다카르 랠리카를 개발 중이다. 시속 160km/h의 속도로 모래 언덕을 뚫고 달릴 수 있으며, 원한다면 500km의 거리를 쉬지 않고도 달릴 있다. 물론 쇼핑몰을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카르 랠리는 가장 힘든 모터스포츠 중 하나다. 매년 1월 1일 시작해 약 14일간 쉬지 않고 수천킬로미터의 거리를 달린다는 건 자동차는 물론 사람에게도 무척 가혹한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 레이스는 WRC와 달리 아예 길이 없는 곳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수준의 내구성과 성능 그리고 경험을 요구한다. 물론 그럼에도 죽을만큼의 고생을 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다.

흔히 죽음의 레이스라고 부르는 모터스포츠가 많지만, 다카르는 실제로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위험한데, 그럼에도 전세계 수많은 랠리레이드 드라이버들이 가장 꿈꾸는 도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업적과 명성을 쌓고자 참가하는 브랜드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무대인만큼 브랜드들은 다카르를 포함한 각종 랠리에 경험을 갖춘 프로 레이스팀과 협업 관계를 통해 참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미니다. 미니는 몇 년째 꾸준히 다카르에 참가하고 있으며, 올해도 우승을 거두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리고 미니는 몇 번의 다카르 우승을 독일의 X-Raid팀과 함께 만들었는데, 이 팀이 바로 랠리카를 설계, 제작하고 레이스 운영을 지원하는 프로 랠리팀이다.

WRC에도 이와 유사한 팀이 있는데, 이들은 X-Raid보다 훨씬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한 때 이들은 WRC에서 스바루의 전성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애스턴마틴과 24h 르망을 함께 했고, 심지어 포뮬러1 진출까지도 꿈꾼 팀이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팀의 이름은 바로 프로드라이브다.

특히 이들은 랠리카 프로그램 기획 및 기술에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최근 다카르 랠리카를 개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한 다카르 랠리에 참가했다.

물론 완주는 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WRC의 명가답게 첫 번째 시도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놀랍게도 레이스카로 제작했던 다카르 랠리카를 도로 주행용 버전으로 새롭게 개발할 예정이라 한다. 레이스카를 베이스로 도로 주행용 차량을 만드는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카르 랠리카를 도로로 내보낸 일은 이번에 거의 처음이다.

일단 프로드라이브는 몇 가지 부분을 합법적으로 수정할 예정이라 했다. 예를 들면 차폭을 비롯한 전체 크기를 어느 정도는 손볼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격을 적당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서스펜션을 도로 주행용으로 바꾸고, 엔진의 경우 포드의 3.5L 에코부스트 트윈터보 엔진으로 교체할 거라고. 출력은 약 400마력대인데 이는 다카르 랠리의 자동차 부문 기술 규정에 의거한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적 수정 및 개조는 불가피하지만 특별한 터레인 타이어와 함께 높은 지상고와 강인해보이는 서스펜션과 댐퍼 등은 언제든 길이 없는 곳으로 달려나가기 충분해 보인다.

프로드라이브의 CEO 데이비드 리차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자동차입니다. 시속 160km/h로 모래 언덕을 달릴 수 있으며, 충분한 용량의 연료탱크 덕분에 500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게다가 도로 환경에 맞게 크기를 수정한 덕분에 이 차를 타고 쇼핑몰로 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이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얌전히 쇼핑이나 하려고 이 차를 구입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다른 자동차들이 가지 않은 혹은 갈 수 없는 곳을 가려할 것이고, 그곳에서 누구보다 빨리 달리려 할 것이다. 가로등은 커녕 인적조차 없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야생의 멋을 느끼기에 적합한 이 차는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빠르면 내년 쯤이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라 한다.

대량으로 만들어질 수 없고, 고객도 정해져 있는 탓에 예상 가격은 약 14억원 정도다. 10억원대의 하이퍼카에 흥미를 잃어버린 부호들에게는 분명 색다른 장난감이 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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