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F1, 13세 소년과 계약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4.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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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F1팀에 새로운 드라이버가 합류했다. 그런데 계약한 드라이버의 나이는 올해 고작 13살이다. 맥라렌은 그를 또 한 사람의 루이스 해밀턴으로 키워낼 생각이라고 한다.

2021년 포뮬러1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맥라렌 F1팀이 새로운 계약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미 다니엘 리카르도와 랜도 노리스와 함께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갑작스러운 계약 발표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게다가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계약한 드라이버의 나이가 겨우 13살이라는 점이다.

이 팀이 어린 드라이버와 계약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그들은 지금과 비슷한 계약을 진행한 바 있는데 그가 바로 루이스 해밀턴이다. 루이스 해밀턴은 9살 무렵부터 맥라렌과 인연을 맺었고, 론 데니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언젠가 자신도 아일톤 세나와 같은 월드 챔피언이 될 거라는 포부를 남겼다.

타고난 재능과 함께 그의 담대함을 미리 알아본 맥라렌의 론 데니스는 그를 긴 시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인 2007년 루이스 해밀턴은 맥라렌으로 데뷔했으며, 놀랍게도 그 해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페르난도 알론소와 챔피언을 두고 경쟁했다.

이처럼 떡잎을 미리 알아보고 장기간 후원하는 사례는 루이스 해밀턴뿐만이 아니다. 네 번의 월드 챔피언을 경험한 세바스티안 베텔을 시작으로 현재 레드불 레이싱을 이끌고 있는 맥스 페르스타펜 역시 레드불의 영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에 의해 양성된 인재들이다. 그들이 레드불 레이싱의 관심에 든 것도 대략 십대 초반의 일이었다. 심지어 맥스 페르스타펜은 포뮬러1에 가장 어린 나이로 데뷔했는데, 데뷔 당시 그의 나이는 17살이었고 운전면허도 없었다.

맥라렌과 깜짝 계약을 발표한 13세 드라이버는 뉴욕 출신의 우고 우고추큐로 이미 아메리칸 카트 챔피언십에서 챔피언을 거머쥔 인재 중의 인재. 올해 유러피언 카트 챔피언십으로 전향을 앞두고 맥라렌 팀과 계약한 것이다. 우고처럼 어린 드라이버가 맥라렌과 같은 대형 팀과 계약한다는 것은 레이싱 드라이버로서 거쳐야 할 험난한 과정의 대부분이 사라진다는 의미와도 같다.

상당수의 프로 스포츠가 그러하듯, 모터스포츠 역시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재능만으로 올라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유는 역시나 돈이다. 다른 스포츠 이상으로 몸 담기 위해서 많은 비용이 드는 게 바로 모터스포츠다. 그래서 재능이 있어도 재정적 지원 혹은 운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하는 드라이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루이스 해밀턴도 그런 드라이버 중 한 사람이 될 뻔했다. 그뿐만 아니라 알랭 프로스트나 미하엘 슈마허 그리고 세바스티안 베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집안은 어린 드라이버가 마음 놓고 레이스를 할 수 있게 지원해 줄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은 단 몇 번의 레이스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입증해야 했고,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해 맥라렌, 르노, 메르세데스, BMW와 레드불의 눈에 들어 꿈의 무대에 데뷔했다.

우고 우고추쿠는 F4를 시작으로 F3, F2로 단계를 옮겨갈 때마다 맥라렌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 계약과 관련해 우고는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제가 포뮬러1의 상징적인 팀, 맥라렌과 계약하게 되어 너무 영광입니다. 맥라렌의 후원으로 레이스를 하게 된다는 것은 모든 영 드라이버들의 꿈이에요. 앞으로도 저는 드라이버이자 레이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맥라렌이 저를 후원하긴 하지만 결국 트랙 안에서 결과를 만드는 건 저만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전했다.

향후 그가 훌륭한 드라이버로 성장한다면, 맥라렌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가족 모두가 뉴욕 출신으로 기근 상태에 돌입한 아메리칸 드라이버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고가 루이스 해밀턴만큼 성장할 경우 맥라렌은 훌륭한 레이스 성과와 함께 더 많은 미국인들에게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 출신의 CEO 잭 브라운도 이러한 점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자신의 재능과 천재성을 입증해 보인 어린 소년이 맥라렌의 후원을 받는 행운까지 거머쥐었다. 과연 그는 다시없을 기회를 살려 루이스 해밀턴의 뒤를 잇는 맥라렌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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